[기획] 건강한 식탁, 우리 수산물 (11) 전어
집 나간 며느리도 냄새 맡고 돌아온다는 ‘전어’…기름진 맛이 일품
[농수축산신문=김동호 기자]
오는 22일은 24절기 중 14번째 절기인 처서(處暑)로 더위가 멈춘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 절기는 더운 여름이 지나고 갑작스레 시원한 가을이 온다는 의미로 ‘처서매직’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처서가 지나면서 가을이 시작될 때 떠오르는 수산물은 전어다. ‘집 나간 며느리도 전어 냄새를 맡고 돌아온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제철 전어는 기름진 맛이 일품으로 꼽힌다.
가을철 전어를 최고로 치는 이유는 9월 무렵 전어의 지방 함유량이 다른 계절에 비해 3배가량 많기 때문이다. 4~6월에 태어난 전어는 겨울을 나기 위해서 동물성 플랑크톤이나 유기물 등을 먹고 자라며 7월 중순부터 지방량을 늘리기 시작해 9월 이후부터 절정에 이른다. 살이 올라 지방함량이 높아진 전어는 그 기름진 맛과 특유의 고소한 맛 덕분에 ‘가을 전어’라는 명칭을 얻으며 인기가 많다.
우리나라 전역에서 어획이 되기는 하나 전남 일대와 진해, 거제 인근에서 전어 어획량의 절반가량이 잡히며 유명하다. 남해에서는 7월에 전어를 최고로 치기도 하는데, 그 이유는 지방함량도 높은데 뼈가 연해서 회를 뜨거나 씹어먹기 좋아 맛이 좋다고 평가한다. 특히 진해만 부근에서는 3년 이상 성장한 큰 전어들이 많아 일명 ‘떡전어’라고 불리며 살이 통통하고 붉은 속살을 가진 것이 특징이다. 동해에서 나는 전어는 크기는 크나 기름이 적고 뼈가 억세서 스시집 초절임용이나 구이용으로 많이 이용된다.
고소하고 기름진 맛 덕분에 ‘가을 전어는 깨가 서말’, ‘가을 전어 한 마리면 햅쌀밥 열 그릇 죽인다’, ‘집나간 며느리도 전어 굽는 냄새에 돌아온다’ 등 가을 전어와 관련된 속담들이 많이 전해진다.
전어라는 이름은 돈 전(錢)에 물고기 어(魚)를 사용한다. 조선시대 실학자 서유구가 저술한 ‘난호어목지’에는 전어는 가시가 많지만 육질이 부드럽고 씹어먹기 좋으며 기름이 많아 맛이 좋다고 기술돼 있다. 또한 신분의 높고 낮음을 떠나서 모두가 좋아하므로 값을 생각하지 않고 사기 때문에 전어라 불렀다고 한다. 자산어보에는 전어를 ‘기름이 많고 달다’라고 기록하며 화살의 모양을 닮아 화살 전(箭)을 사용해 전어라 기록하고 있다.
전어(錢魚)라는 명칭에는 전어가 매우 귀한 생선인 것처럼 표현되지만 사실 남해지역에서는 전어가 너무 많이 나와서 줘도 먹지 않는 생선이었다. 심지어 다른 생선을 사면 덤으로 얹혀주는 생선이었다. 전어는 어획량이 많고 구하기 쉬워 바닷가 동네 사람들에게는 지방을 제공해주는 좋은 음식이었으나 성질이 급해 빨리 죽는 전어 특성과 유통·보관 인프라가 발달하지 못해 내륙으로 수송 가능한 양에 제한이 있었다. 따라서 주로 항구나 해안지방에서 소비가 되고 현지 수용량을 초과하는 물량은 헐값에 넘기거나 버리는 경우도 많이 생겼다.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전어 양식이 시작되고 여러 지역에서 축제와 홍보 효과 덕분에 ‘가을 전어’라는 타이틀과 함께 반드시 챙겨 먹어야 할 제철 수산물이 됐다.
기름기가 오른 고소한 전어는 맛뿐만 아니라 건강에도 좋다. 전어는 단백질과 지방, 필수 아미노산, 칼슘 및 여러 무기질이 풍부해 환절기에 면역력을 향상시키는 데 좋다. 또한 타우린이 풍부해 간 건강에 효능이 있고 한의학에서도 소변 배설을 돕고 위와 장을 보호하는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전어에 함유된 불포화지방산은 적정량을 섭취하면 혈관 속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동맥경화나 고혈압 같은 성인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 EPA와 DHA 성분 등이 풍부해 뇌 건강에 좋으며 비타민B와 비타민D가 풍부해 피부미용에도 효과적이라고 한다.
다만 작은 전어의 지방함량이 다른 생선의 3배가량 되기 때문에 많이 섭취하거나 고열량 음식을 자주 섭취하는 사람들에게는 안 좋을 수 있다. 전어는 구이로 먹으면 맛은 있지만 영양분 파괴가 많이 발생해 영양을 풍부하게 섭취하기 위해서는 회로 먹는 것이 좋다.
전어는 잔가시가 많아 뼈째썰기(세코시)해 먹는 경우가 많다. 이는 전어의 기름진 맛과 뼈에서 오는 고소함을 함께 느낄 수 있다. 다만 크기가 큰 전어는 포를 떠서 살만 바르는 방식으로 회를 즐길 수 있으며 전어를 썰어 깻잎과 여러 채소, 배, 초고추장, 마늘 등을 넣고 버무리면 새콤달콤한 전어무침으로도 먹을 수 있다. 많은 별미로 소문나있는 것처럼 살이 오른 전어를 석쇠에 올려 구워주면 전어구이가 된다. 별다른 양념을 하지 않아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