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이푸드 마스터, 미국 식용대두의 모든 것을 보다

-미국대두협회 ‘소이푸드 마스터’, 대두 생산에서 유통‧연구까지 대두의 모든 것을 경험

2024-10-15     안희경 기자

국내 콩식품 최강자들이 미국 현지를 찾아 미국 대두의 생산부터 유통까지 식용대두의 모든 과정을 경험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미국대두협회가 오하이오대두협회와 미국농무부의 지원으로 진행하는 '소이푸드 마스터 프로그램'을 수료한 콩 식품 전문가들이 지난달 말 미국 오하이오주의 미국 식용대두 생산현장을 방문한 것이다.

오하이오주는 미국 내에서 다섯 번째로 많은 대두를 생산하는 곳이다. 지난해 오하이오에서 생산된 대두는 2억 7430만 부셸(약 750만 톤)로 미국의 평균 대두 생산량과 비교했을 때 1에이커당 생산량이 5부셸(약 0.136톤)정도 높다. 미국에서 재배되는 대두 중 가장 높은 품질을 자랑하는 오하이오주의 미국대두는 좋은 환경과 토양 덕분이라는 것이 매디슨 코비 오하이오 대두협회 매니저의 설명이다.

삼육식품, 풀무원, 동원 등 식품업체의 영양사는 물론 롯데 중앙연구소, 삼성웰스토리, 샘표식품, 오뚜기 등 국내 굴지의 F&B 종사자들로 이뤄진 소이푸드 마스터들은 오하이오주의 미국 대두 생산 농가와 대두공급사, 오하이오주립대학 등을 직접 방문해 미국 식용대두 생산을 모든 것을 직접 눈으로 보고 느낄 수 있었다.

대두 생산에서 연구, 유통까지 미국 식용대두의 모든 것을 경험한 소이푸드 마스터들을 따라 미국 대두산업의 현재를 살펴보고 미래를 가늠해 본다.

 

 

 #미국 대두생산, 무경운‧윤작 등으로 효율 높이고 환경 보호해

“최고 품질의 식용콩을 생산하기 위해 콩이 나고 자라는 이 땅과 환경을 보호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내가 재배한 콩이 누군가의 식탁 위에 올라간다는 자부심이 있기 때문입니다.”

소이푸드 마스터들은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4대째 농장을 운영 중인 데이비드 블랙(David Black)의 ‘쓰리 윌로우즈 팜’을 방문, 인상 깊은 설명을 들었다.

그는 “지속가능한 농법이 환경뿐만 아니라 콩의 품질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대두를 뿌리째 뽑아 소이푸드 마스터들에게 보여줬다.

“대두 뿌리를 보면 지난해 심었던 옥수수 줄기가 그대로 붙어 있는데 이것이 무경운의 흔적입니다. 매년 콩, 옥수수, 밀 순으로 다른 작물을 재배하는 윤작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매해 같은 작물을 재배하면 특정 병해충과 잡초가 번식하기 쉬운데 반해 윤작을 하면 병충해, 잡초 번식이 방지되고 토양의 생물다양성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미국 대두 농가들은 윤작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는 농약이나 제초제의 사용량도 줄어들게 해 토양을 보호하는데도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자연 방식으로 대두의 품질 또한 좋아지는 일석 이조의 생산방식이기 때문이다.

또한 쓰리 윌로우즈 농장은 땅을 갈아 엎지 않는 무경운 농법을 30년째 실시하고 있다.

“경운은 땅을 뒤집는데 무경운은 땅을 갈아엎지 않아 배출되는 탄소가 반 이하로 내려가기 때문에 환경보호에 큰 도움이 됩니다. 또한 농기계에 사용되는 연료와 인건비도 줄어들어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줄인 비용을 건강한 대두를 생산하는데 투자할 수 있어 선순환 구조를 이룹니다.”

토양의 수분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경운 대신 피복작물을 선택했다. 피복작물은 수확용으로 재배하지 않고 그대로 다음 작물의 거름이 돼 토양의 수분을 유지하고 영양을 공급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소이푸드 마스터로 참가, 미국대두 생산현장을 직접 본 조민국 오뚜기 FS사업부 대리는 “케이터링 업체에 오뚜기 주력 상품인 대두유를 납품한 경험이 있다”며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실제 대두가 어떻게 생산되고 유통되는지 배울 수 있었고 미국의 대두농가들이 대두를 생산할 때 많은 것을 고민하며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프로그램에 초대해준 미국대두협회에 감사를 표했다. 

 

#각종 테스트 거친 콩 포장 전에 정선과정만 6번

타케시 디제이 야마모토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소이푸드 마스터 팀에게KG Agriculture Product Inc(KAPI) 회사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이렇게 생산한 대두는 어디로 이동할까. 

소이푸드 마스터들은 데이비드 씨의 농장과 계약재배를 진행하고 있는 식용 대두 공급사 KAPI(KG Agriculture Product Inc)에 방문해 대두의 생산부터 소비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볼 수 있었다. NON-GMO와 유기농 식용 대두를 취급하고 있는 KAPI는 연간 180여 개의 오하이오 대두 농가와 계약재배를 진행해 생산한 대두를 판매하고 있다. 생산되는 대두의 60%는 일본으로 수출하고 나머지 40%는 미국 내에서 판매하는 회사로 풀무원의 미국법인인 풀무원USA 역시 KAPI의 고객이다. 

타케시 디제이 야마모토 KAPI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보관창고에서 포장된 대두 토트백을 가리키며 “같은 품종이라면 같은 추적 번호가 붙여지는 게 일반적이지만 KAPI의 경우 생산자별로 저장해 추적 번호를 붙이고 있다”며 “KAPI가 판매하는 대두는 생산자의 얼굴을 직접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저장된 대두는 샘플을 채취해 종자의 순수성,혼입도, GMO 검사 등을 실시하고, 포장 전 6번의 이물질 제거를 거쳐 깨끗한 상태로 고객에게 보내진다. 

KAPI는 수확량과 단백질 함량이 높아도 정작 제품 생산량이 적을 수 있기 때문에 테스트 농장에서 품종의 수확량을 체크하고 고객사에 보내 대두 가공품의 생산량을 확인하고 있다.

직접 종자 개발도 하고 있는 KAPI는 두부, 두유, 낫또, 간장 등에 최적화된 8개의 자체 정체성 보존(IP, Identity-preserved) 대두 품종을 가지고 있다. IP 대두란 특정 품질 기준을 충족하고 생산부터 유통까지 기록·관리되어 출처와 생산 과정이 추적 가능한 대두를 말한다. 특히 식용 IP 대두의 경우 기계적 손상과 다른 작물이나 이물질 혼합을 최소화하며, 습도 조절과 통풍, 청결을 더욱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

 

#99.1%까지 정확하게 단일품종이어야 저장‧포장

Scoular의 NON-GMO 테스트 밭에서 론다 콜 시장 개발 매니저가소이푸드 마스터들에게 IP대두별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소이푸드 마스터들은 또 다른 대두 공급사인 Scoular도 방문했다. 농작물의 생산부터 소비자에게 전달되기까지의 전 과정을 관리하고 있는 Scoular의 주력 상품은 식용콩과 사료에 사용되는 곡물 등이다.  

론다 콜 매니저는 소이푸드 마스터들을 분석실로 안내했다. 

그는 “운송된 대두는 분석실에서 일반 대두와 NON-GMO로 분류 후 수분, 단백질, 지방함량, 섬유소 등을 측정한다”며 “수확과 운송 과정에서 다른 품종의 대두가 혼입되지 않았는지 확인하는데 이때 99.1%까지 정확하게 단일 품종이어야 비로소 저장과 포장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Scoular는 NON-GMO IP 대두 테스트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해당 품종이 오하이오주 환경에서 잘 자라는지, 단백질, 기름 함량, 맛과 보관도 등을 테스트하고 식품회사 등 고객사에 보낼 샘플을 생산하는 용도다. 고객사는 샘플을 받아 직접 관능, 영양성분, 가공품의 생산량 등을 확인해본 후 계약을 진행할 수 있다. 현재 12~16개의 품종을 키우고 있는데 단위당 수확량이 많은 품종, 재배 기간이 긴 품종, 알이 굵은 품종뿐만 아니라 최근엔 고올레산 품종, 고단백 품종, 대두의 소화율이 떨어지는 아이나 노인을 위한 저탄수화물 대두까지 품종이 다양해지고 있다.

 

#오하이오 대두협회 펀딩으로 더 좋은 콩 개발중

반규정박사가 소이푸드 마스터 팀에게 대두 육종 연구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오하이오주립대학에선 대두 산업의 숨은 조력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승기 농업‧환경‧개발 경제학과(AEDE) 교수는 농업 시장을 다각도에서 분석해 농부들에게 전달하는 중요한 길라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교수는 대두 가격이 형성되는 과정과 바이어들이 고려해야 할 사항, 앞으로 농업의 전망에 대해 설명했다. 

반규정 원예‧작물학과 박사는 오하이오 대두협회의 펀딩으로 오하이오주에서 잘 자라면서 우수한 형질을 가진 대두 육종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반 박사는 소이푸드 마스터들과 함께 직접 키우고 있는 밭으로 이동해 연구 중인 형질을 어떻게 마킹해 체크하고 있는지 소개했다. 

이어진 식품 가공 개발 실험실 학생들이 소이푸드 마스터들에게 직접 진행중인 대체육 연구에 대해 발표하는 시간도 가졌다. 한국에서도 대두를 활용한 대체육에 대한 관심이 높은 만큼 이 발표는 많은 소이마스터들의 이목을 끌었다.

소이푸드 마스터들이 오하이오주 농무부(ODA)를 방문해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4일간의 미국 대두 산업 견학 프로그램 일정은 오하이오주 농무부(ODA) 방문으로 마무리됐다. 소이푸드 마스터들은 오하이오 농무부 농업 수출 관리자 팀 스워드 등 관계자들과 함께 이번 견학에 대한 소감을 공유했다. 

이경용 삼성웰스토리 프로는 “농가의 지속가능성 농법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게 되어 감명 깊었다”며 “젊은 요리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미국 대두에 대해 있던 오해를 바로잡고 장점을 전파하고 싶다”고 말했다.

 

[미니인터뷰]채드 워너 오하이오 대두협회 이사

“오하이오주의 콩은 미국에서도 매우 좋은 품질을 자랑합니다. 이 품질은 좋은 환경에서 비롯되는데 이는 엄청난 노력이 바탕이 됩니다.”

4대째 농장을 운영하는 농부이자 현재 오하이오 대두협회의 이사 채드 워너는 1800에이커의 넓은 농장을 병충해가 많은 곳, 비료가 더 필요한 곳 등 토양 상태를 정밀 분석해 맞춤형으로 관리하고 있다.

“불필요하게 사용되는 화학물질과 기계의 사용을 방지할 수 있도록 정밀농법을 실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미국 농무부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일환으로 피복 작물을 심는 등 토양 보호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농법 사용 이후 대두의 건강 상태가 무척 좋아졌습니다. 토양 생물의 영양이 대두의 성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자신합니다.”

오하이오주와 미국 농무부의 지원으로 미국대두협회가 진행하는 소이푸드 마스터 프로그램은 영양사와 식품업계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콩의 영양적 가치를 온라인 강의로 교육하고 시험을 통해 선발된 콩 식품 전문가 중 우수한 성적을 거둔 수료자들에겐 미국 콩 산업 견학의 기회를 준다. 2022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3회째를 맞이한 소이푸드 마스터 프로그램은 총 294명의 전문가를 양성했다. 채드 이사는 소이푸드 마스터들이 오하이오주의 식용대두 생산방식을 제대로 보고 미국 대두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국에서 생산되는 콩은 연간 14만 1000톤으로 나머지 약 350만 톤의 콩은 수입콩이라고 알 수 있습니다. 콩 사용량의 대부분을 수입하는 한국에서 사용하는 콩이 어떤 콩인지, 안전한 방식으로 관리되는지를 아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소이푸드 마스터들이 이번 견학을 통해 지속가능한 농업의 중요성과 콩의 우수한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