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메가 FTA시대’ 한국 농산업, 새로운 통상규범에 대응하라 ③ 노지 스마트농업을 실현하는 ㈜긴트

플루바 오토, 성능 업·구매부담 다운...입소문에 아시아 시장서도 성과 ‘플루바 마켓’ 출시 6개월 만에 11만 명 달성 8개월 만에 누적 매출 40억 넘어 세계시장서 국내 기술격차가 우위 점하고 있지만 가격 등에서 한계..정부 지원 나선다면 국가와 농업인에 보탬 될 수 있을 것

2024-11-15     박세준 기자

[농수축산신문=박세준 기자]

스마트농업하면 흔히 첨단온실, 수직농장 등을 떠올리지만 세계적으로 스마트농업의 주력은 노지 농업 분야다.

페쇄된 온실보다 개방된 노지에서 스마트농업을 실현하긴 어렵지만 세계 농산물의 대부분을 생산하는 노지 농업의 스마트화를 위한 도전은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마켓앤마켓을 포함해 다수의 글로벌 시장조사기관들은 노지 스마트농업 시장규모는 전체 스마트농업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2015년 설립돼 올해 창업 9년차를 맞은 긴트(GINT)는 농기계 자율주행 키트, 노지 농업용 로봇 등을 개발하며 국내는 물론 아시아 농산업계의 주목을 받는 애그테크 스타트업이다.

다음 세대를 위한 위대한 영감(Great Inspiration to the NexT)’이란 뜻을 가진 긴트가 스마트농업으로 어떻게 농업인에게 기여하고자 하는지 소개한다.

 

# 노지 농업의 혁신은 곧 농기계의 혁신으로

김용현 (주)긴트 대표

현대자동차 그룹 엔지니어 출신인 김용현 긴트 창업자 겸 대표는 인공지능(AI), 정보통신기술(ICT) 4차 산업혁명의 첨단기술이 농업에 접목된 애그테크(AgTech)’라는 용어가 국내에선 아직 생소했던 2015, 미국에서 애그테크가 각광 받는 투자 대상임을 보고 거대한 물결이 오고 있음을 직감해 긴트의 사업방향을 정하게 됐다고 술회했다.

김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인구증가와 식량생산 부족이 예견돼 있는 상황이라 농업은 당연히 최적화와 효율화의 흐름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우리 먹거리의 95%를 생산하는 노지 농업의 혁신이 없으면 안된다는 게 중론인 상황에서 노지 농업에 쓰는 농기계 혁신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긴트는 2019년 농업기계용 텔레메틱스 플랫폼 플루바 케어(PLUVA Care)’를 출시한 데 이어 2022년 농업기계 자율주행 키트 플루바 오토(PLUVA Auto)’ 출시한 뒤 무서운 기세로 성장해 내년 상반기 기업공개(IPO) 심사를 앞두고 있다. 플루바 오토는 농기계 자율주행 키트로 기존의 농기계에 설치하면 농기계를 자율주행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장치다.

긴트가 최근 마무리된 시리즈B 브릿지까지 유치한 투자액은 총 350억 원에 달한다. 어려운 스타트업 투자 경기에도 연이은 투자 유치 성공은 긴트가 시장으로부터 얼마나 인정받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지표다.

지난 7월에는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농업 분야 최고의 벤처·창업기업을 지칭하는 에이(A)-벤처스로 선정되기도 했다.

 

# ‘플루바로 애그테크의 혜택이 더 많은 농업인에게

미국의 존디어, 일본의 구보다 등 국내·외 농산업계의 강자들은 자사 농기계에 AI,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등 첨단기술을 접목함으로써 노지 스마트농산업을 선도하고자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스마트 농기계의 높은 가격이 보급에 걸림돌이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현재 자율주행 기능이 탑재된 트랙터(일체형)의 가격대는 100마력 기준 1억 원이 넘는다. 존디어의 자율주행 트랙터 중 하나인 8R410은 최대 80만 달러(한화 약 11200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긴트의 플루바 오토는 1000만 원 이하의 저렴한 가격대는 물론 트랙터, 이앙기, 관리기 등 핸들형 농기계라면 종류를 가리지 않는 넓은 범용성으로 애그테크의 혜택을 모든 농업인이 누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플루바 오토의 자율주행 성능도 사용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플루바 오토에 적용된 실시간이동측위 위치정보시스템(RTK-GPS) 기술과 관성측정장치(IMU센서)는 농기계가 논밭의 경사 등에 구애받지 않고 평균 2cm 오차범위로 정밀작업을 가능하게 해 논밭을 100% 활용할 수 있게 한다.

실제로 한 농업인은 후기에서 플루바 오토를 쓰면 고랑이 너무 반듯하고 일정해서 지나가는 분들이 서서 볼 정도라고 전했다.

김 대표는 플루바 오토는 클라우드 기술을 기반으로 20년 이상 된 트랙터 모델을 포함해 250종이 넘는 농기계에 호환되고 있다지역별 농업 데이터·개인별 운전 습관 등을 고려한 맞춤형 자율주행 서비스와 노하우를 제공해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농업인들에게 입소문이 빠르게 퍼진 플루바 오토는 출시된 지 2년만에 1400대가 팔려 국내 농지의 1.3%는 플루바 오토를 통해 경작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플루바 오토로 가능한 작업 예시

지난해 말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플루바 마켓도 더 많은 농업인이 자율주행 기술에 접근할 수 있도록 궁리한 결과물이다.

플루바 마켓은 일종의 온라인 중고 트랙터 거래 플랫폼으로 긴트도 플루바 마켓에서 점검, 수리 등 리뉴얼 과정을 거친 중고 트랙터를 판매하고 있다. 리뉴얼된 트랙터에는 자율주행 옵션도 제공된다.

김 대표는 플루바 마켓 이전의 중고 농기계 시장은 초기 중고 자동차 시장처럼 허위매물 등으로 피해를 보는 농업인도 많았다중고 농기계 시장을 믿을 수 있는 시장으로 바꾸고자 했으며 특히 긴트가 리뉴얼한 중고 트랙터 구매시 할부 등 금융 서비스도 제공해 농업인의 구매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예상대로 플루바 마켓에 대한 농업인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김 대표는 출시 6개월만에 11만 명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를 달성하고 8개월만에 누적매출 40억 원을 넘겼다우리나라에서 농기계를 실질적으로 보유한 사람이 20만 명으로 추산되는 걸 고려하면 의미 있는 MAU 수치라고 말했다. 또 자율주행 옵션 선택률이 70%에 이르러 기술 보급의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는 평이다.

그 외에도 긴트는 플루바 로보틱스를 통한 무인자율 SS기와 운반차 등 노지 농업을 위한 로봇의 개발·출시를 준비 중이며 전남 함평에 농업복합문화공간 플루바 웨이를 구축해 농업인들이 직접 국내외 트랙터와 긴트의 각종 제품들을 만나고 체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 급성장하는 아시아 시장에 적극 진출해 성과

긴트는 플루바 오토 출시 1년만인 지난해 1월 인도네시아 농업개발청과 플루바 오토 보급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면서 아시아 농기계 시장을 향한 도전을 시작했다.

아시아 농기계 시장은 역사상 가장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 등을 제외하면 농기계가 많이 보급돼 있지 못한 상황이지만 아시아의 많은 나라들은 신흥국으로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많은 농업인들이 농촌을 떠나고 있습니다. 이들 국가가 식량자급률을 맞추기 위해선 트랙터 등 농기계를 보급할 수밖에 없습니다.”

김 대표는 아시아 농기계 시장의 가능성을 이같이 설명했다.

긴트는 플루바 오토 출시 1년만인 지난해 1월 인도네시아 농업개발청과 플루바 오토 보급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면서 아시아 농기계 시장을 향한 도전을 시작했다.

현재 긴트는 인도네시아에서 정부와의 비즈니스 외에도 민간의 비즈니스 파트너도 찾아 플루바 오토 외에도 플루바 로보틱스의 제품들을 이용해 기후변화 등 지역 농업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전하고 있다.

농산업 선진국 일본에도 지난 1년 동안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이달 중 현지법인을 만들어 진출할 예정이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8배 큰 시장이자 태국 등 동남아 국가의 농산업에도 강한 영향력을 가졌기 때문에 긴트도 일찌감치 전략거점으로 정한 나라다.

김 대표는 일본 농기계가 우수한 건 사실이지만 전통적 기계산업에서 ICT, AI 등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하는데 이 부분이 일본 내수시장에서 선도기업이 다소 약해 중국제에게 자국 시장을 많이 내준 상태라며 자국 브랜드를 선호하는 일본인들이 중국제를 선택한다는 건 기술격차가 많이 난다는 뜻으로 우리도 충분히 승부를 띄울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일본 바이어들이 우리 제품을 중국제보다 한 세대는 앞섰다고 평가해 수출을 확정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긴트는 앞으로 올해 남은 기간동안 일본에 플루바 오토 100대를 수출하고 내년에는 최소 500대 이상 수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김 대표는 세계 시장으로 나가는 순간 외국 제품들과 엄청난 경쟁을 하게 되는데 그중에서도 중국 기업은 내수에서 많은 지원을 받으며 몸집을 키워 나오기 때문에 기업 혼자서 싸우긴 어렵다지금은 우리가 기술격차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어 상대할 수 있지만 가격 등에서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정부가 내수시장에 첨단농기계 보급에 힘을 보태준다면 해외에서 성과를 더욱 크게 만들어 국가와 농업인들에게 더 보탬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 기사는 정부의 FTA 교육홍보사업의 제작지원으로 만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