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일구는 청년농업인] 10. 김남희 송림도향 대표

2024-11-25     김신지 기자

소나무를 식재료로 사용해 식문화 혁신을 이끄는 기업이 있다. 바로 '송림도향’.

김남희 송림도향 대표는 ‘소나무 숲의 향으로 인도합니다’라는 슬로건을 바탕으로 강릉의 소나무에서 맛과 향 그리고 건강의 가치를 차와 소금에 담았다.

강릉에는 지어진 지 200~300년 된 고택이 많은 만큼 한옥 기둥이나 문짝을 교체하거나 한옥을 새로 짓는 수요가 끊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나무를 다루는 제재소가 여러 곳 모인 산업 단지도 조성돼 있어 소나무가 많이 식재돼 있다.

고려대 생명공학과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한 김남희 대표는 박사학위까지 수료한 젊은 인재로 자신이 배운 지식을 활용해 소나무를 전국 최초로 식품의 원료로 활용하면서 한국의 식문화에 신선한 문화를 일궈나가고 있다.

김 대표의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강릉으로 떠나봤다.

# 순환의 가치와 함께 하는 ‘송림도향’

“2018년 처음 강릉에 도착해 시작하려던 것은 농사였습니다. 농사를 짓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알아보니 생각보다 더 많은 노력과 노동력이 필요하단 것을 알았습니다. 농사가 아닌 새로운 것을 찾던 중 울창한 소나무에서 나는 향을 맡았는데 충격적으로 강렬했어요. 도심에선 맡아볼 수 없는 향이었죠.”

서울을 떠나와 강릉에 도착해 소나무 향을 맡은 김 대표는 그 향의 강렬함에 매료됐다. 도심에선 맡을 수 없었던 향기에 이끌려 널리 알리고 싶다는 생각으로 ‘송림도향’이라는 브랜드를 런칭했다.

강릉의 바람과 햇빛을 받고 자란 소나무의 향을 최대한 보존하기 위해 김 대표가 선택한 식재료는 바로 ‘소금’. 사람이 소화할 수 없는 리그닌과 헤미셀룰로스를 지닌 소나무를 갈아 조미료에 섞어 ‘황장목 심재 소금’을 개발했다.

그는 “처음 소나무로 사업을 해보자고 결심했을 때 소나무 그 자체를 활용하는 방법을 생각했다”며 “하지만 섭취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아예 형체가 없도록 갈아 그 향을 입힐 수 있는 형태로 개발했고 다양한 조미료 중 가장 흔히 사용할 수 있는 소금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송림도향의 소금은 황장목이라는 대한민국 최고급 소나무의 심재로 만들어지는데 황장목은 임금의 관을 만드는 데 사용될 정도로 질이 좋은 소나무다. 이렇게 품질과 향이 뛰어난 황장목의 중심부에 있는 단단한 부분인 심재는 소나무의 영양분과 유용성분들이 고농축된 형태로 보존돼 있다.

김 대표는 “소나무를 이용한 사업을 시작하면서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고민을 많이 했고 나무라는 것이 하루아침에 자라지 않기 때문에 영양분과 향을 머금은 황장목을 마구 베어낼 순 없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송림도향에서는 국가에서 하는 조림사업에서 솎아낸 나이 든 나무를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단순히 소나무의 향을 소비자들에게 전하는 것이 아니라 순환의 개념도 함께 나누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과 환경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며 자연의 중요성을 깨달은 그는 앞으로도 순환의 개념을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송림도향에서 판매하는 소금과 심재 침출차는 자사몰(songlimdohyang.com)과 네이버 스토어에서 판매하고 있다.

# 2차 가공품 생산으로 부가가치 UP

송림도향을 시작하기 전 김 대표는 식품공학·경영학을 전공한 후 학교 연구실에 오래 있었던 경험을 살려 ‘김남희연구소’를 설립했다. 김남희연구소는 식품 연구개발과 경영 컨설팅을 주로 하는 곳으로 김 대표는 이를 통해 강릉시 청년창업농들에게 창업 초기부터 경영, 연구개발(R&D), 데이터 분석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체계적인 컨설팅을 제공하며 성공적인 창업을 돕고 있다.

“사업을 시작할 때 무엇을 목표로 하고 어떻게 시장에 접근할 것인지를 설정해야 하는데 이때 청년들이 놓치기 쉬운 부분들이 많습니다. 특히 데이터를 제대로 분석하지 않으면 사업의 방향을 잘못 잡기도 하죠. 그래서 저는 청년창업농들에게 필요한 데이터 분석과 이를 기반으로 한 신제품 출시까지도 도와주고 있어요.”

김 대표는 창업을 시작하는 이들이 단순히 아이템을 고르고 사업을 시작하는 데 그치지 않도록 돕고 있다.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맞춤형 컨설팅은 창업의 초기 단계부터 실제 사업 운영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지원을 포함한다.

그는 “이제는 단순히 농업만 해서는 성공하기 어려운 시대로 작물을 재배하는 것과 더불어 이를 이용한 2차 가공품 생산을 바탕으로 외연을 확장해야 한다”며 “파프리카 농사를 짓는 사람에게는 파프리카 향을 살린 시즈닝을, 딸기를 재배하는 경우에는 청이나 주스 등으로 그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 서로를 이어주는 4-H연합회

‘강릉시4-H연합회’에서 ‘4-H’는 지(智), 덕(德), 노(勞), 체(體)를 줄여 뜻하는 것으로 이는 현대사회의 농업인들이 ‘지, 덕, 노, 체의 정신을 갖고 농업에 임하면 농업이 융성할 수 있다’는 정신을 이어받으려는 의지가 담겨있다.

김 대표는 “현대사회에서 농업은 조금 소외된 집단으로 인식되는데 4-H연합회를 통해 자신의 직업에 자부심을 갖는 청년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강릉시4-H연합회에서 청년농업인들은 자신의 고민이나 어려움 등을 공유하며 결속력을 다질 수 있는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강릉시4-H연합회는 같은 경험을 공유하고 서로에게 좋은 상호작용을 통해 청년들이 농업에 한 층 더 가까워질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곳에서 김 대표는 강릉시4-H연합회 부회장으로서 경영에 힘들어하는 농가들을 위해 컨설팅도 해주며 선한 영향력을 주고 있다.

“운칠기삼이라는 말이 있듯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제 뜻대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목표보다는 목적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살아가죠. 제가 직접 농업에 종사하지 않더라도 강릉시4-H연합회와 함께 상생하며 발전해 나가고 싶습니다.”

# [인터뷰] 김경한 강릉시농업기술센터 주무관

“강릉시에서는 청년농업인의 성공적인 영농정착과 기술 향상을 위해 여러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총 4개 분야, 1억5300만 원의 예산을 들여 정책사업과 각종 기술교육, 품목별 지원사업을 지원하고 있죠.”

김경한 강릉시농업기술센터 주무관은 관광지로 유명한 강릉시와 청년농업인들이 만나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며 현재보다 미래가 더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강릉시는 지역의 청년농업인들을 위해 ‘청년농업인 영농정착 지원사업’과 함께 농업인을 위한 지원사업에서 청년농업인들을 우선 선발하는 등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강릉은 인구기반이 있는 곳으로 관광도시기 때문에 지역 내 소비가 잘 이뤄지는 편입니다. 성주 참외, 제주 감귤처럼 특산품이 활성화되기보다 다품종 소량생산의 형식으로 발전이 이뤄졌어요. 강릉시 내 지역 행사가 많고 참여도가 높아 청년농업인들의 판매 창구가 많은 편이죠.”

강릉시는 관광도시라는 이점을 적극 활용해 내년에는 단오제 행사에 청년농업인 홍보·판매 부스를 위한 예산을 신설했다. 김 주무관은 해당 행사에서 4-H연합회의 간단한 설명이 들어있는 팜플렛과 이념, 현재 활동 사항 등을 설명하는 시간도 마련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단오제 행사에 관광객은 물론 지역 주민들의 참여도가 높은 것을 보고 청년농업인을 위한 홍보부스의 필요성을 깨달았습니다. 내년 단오제 행사에는 청년농업인 홍보·판매 부스를 운영할 수 있도록 6000만 원의 예산을 새롭게 책정했습니다.”

강릉시는 행사부스 운영과 더불어 청년창업과 농산물 가공산업 기반 구축을 위한 신사업도 추진 중이다.

김 주무관은 이러한 강릉시의 노력과 함께 4-H연합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4-H연합회 안에서 청년농업인들이 어려운 농업환경을 극복하고자 주변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배우고 견학하는 모습을 보며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4-H연합회는 청년이 부족한 고령화 사회에서 청년농업인들이 모여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유일한 단체로 인적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여러 정보를 접할 수 있는 곳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