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자율관리어업육성사업, 이대로 괜찮은가 ③ ‘공유자원관리’ 기본으로 돌아가야

양적확대 위한 공동체 배제하고 공유자원관리 '본질'로 돌아가야 질적성장 위한 사업의 재구조화 기로 개선없이는 예산 추가삭감 피하기 힘들어

2025-01-07     김동호 기자

[농수축산신문=김동호 기자]

 

자율관리어업육성사업이 갖는 가장 큰 문제는 사업의 방향성을 찾지 못한 채 무비판적으로 사업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당초 어업인이 협동해 공유자원인 수산자원을 관리해나간다는 기본적인 원칙은 뒷전인 상태에서 양적확대와 정부의 육성사업비를 받기 위한 평가에만 골몰한다는 문제제기가 이어졌지만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즉 자율관리어업 육성사업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결국 공유자원관리라는 사업의 본질로 돌아가야하는 상황이다.

# 예산 절반 삭감돼도 개선은 없어

자율관리공동체육성지원사업은 기획재정부의 평가결과에 따라 예산의 절반 가량이 삭감됐으나 문제점에 대한 개선은 없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2015년 138억6900만 원이었던 자율관리어업 육성사업 예산은 2016년 75억9200만 원으로 줄어든 이후 예산의 규모가 급감했다. 당시 기재부는 투입되는 예산 대비 경제적 효과가 미미하며 특히 공동체 육성사업에 수백억 원을 투입했으나 경제적 효과가 미미하다는 이유로 예산의 49%를 삭감하고 지원체계도 개선했다.

예산의 절반 가량이 줄어들었지만 재정사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대대적인 사업의 재구조화를 이뤄내지 못했고 이는 곧 예산삭감에 따른 공동체의 의욕저하로 이어졌다. 특히 시간이 흐를수록 육성사업비에 대한 의존성이 더욱 심화되는 동시에 일부에서는 어촌계와 자율관리공동체가 대립하는 사례까지 나타나면서 정부의 정책이 어촌사회의 갈등을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기도 했다.

강원지역의 한 어업인은 “예산이 절반 수준으로 줄었는데 과거처럼 의욕적으로 사업에 임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라며 “해수부가 자율관리어업을 그냥 부처 홍보사업으로 여기니 제대로 돌아가기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 공유자원과 무관한 공동체 배제해야

자율관리어업 육성사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단순히 양적확대를 위해 공유자원과 무관한 공동체도 ‘자율관리’의 범주에 포함시킨 것부터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말 기준 전체 공동체 1126개 중 공유자원과 직결된 어선어업은 235개(20.8%), 내수면어업 86개(7.6%)에 그치는 반면 마을어업은 518개(46.0%), 양식어업은 105개(9.3%), 복합어업192개(17.0%)에 달한다. 마을어업공동체에서도 종패를 살포해 양식하는 공동체를 제외할 경우 전체 공동체에서 수산자원의 공동관리라는 자율관리의 기본에 부합하는 공동체의 비중이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하지 않는다. 이를 다시 말하면 공유자원관리가 아닌 단순히 어촌공동체를 육성하는데 매년 행정비용과 사업비가 들어가는 구조의 사업이라는 뜻이다.

물론 해수부에서는 양식업 공동체가 경운작업과 해적생물 구제 등을 통해 어장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전문가들은 이같은 사업을 자율관리어업의 범주에 포함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한다.

수산업계의 한 전문가는 “자율관리어업은 공유자원을 어업인이 공동으로 관리하는 것인데 비해 양식업은 사유재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애초에 자율관리어업의 지원 대상이 되면 안된다”며 “20년이 넘게 사업을 하고도 여전히 자립이 불가능하다는 평가를 받는 상황에서 사업구조를 바꾸지 않는 것은 성과를 내는 것이 아니라 진통제를 주면서 생명만 연장시키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 없애거나, 본질로 돌아가거나

자율관리어업육성사업은 실효성없는 사업의 폐지와 질적 성장을 위한 사업의 재구조화라는 기로에서 사업의 존폐여부를 판단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수부에서는 사업의 종료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는 하지만 20년 넘게 자율관리어업 육성사업을 이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성과를 내는 공동체가 드물다는 것은 앞으로도 그저 ‘사업을 위한 사업’이 될 공산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어촌뉴딜300사업과 어촌신활력증진사업 등 어촌의 활력제고를 위한 대규모 재생사업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공유자원의 공동관리라는 자율관리어업육성사업의 본질로 돌아가지 않는다면 예산의 추가삭감은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수산자원분야의 한 전문가는 “어촌어항재생사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중복되는 세부사업을 가진 자율관리어업 육성사업은 공동체의 정부예산 빼먹기 수준에 그치고 있는 만큼 사업의 구조를 전면 개편하지 않는다면 폐지가 오히려 합리적”이라며 “지원 대상의 수를 미리 정해놓고 나눠먹는 것이 아니라 기준에 미달할 경우 예산을 이월시키더라도 ‘제대로 하는’ 공동체를 늘리는 방향으로 질적 성장을 이뤄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미 장기간에 걸쳐 공동체를 육성한 상황에서 양식어업이나 양식업을 기반으로 하는 마을어업 등을 인위적으로 배제하기는 어렵더라도 특별한 노력이 보이지 않는 경우 지원대상에서는 과감히 배제해야한다”며 “대신 어업분쟁 저감과 수산자원관리에 기여하는 공동체라면 보다 집중적인 예산 지원을 통해 성과를 내도록 유도해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영호 해수부 수산자원정책과장은 “해수부에서도 현재 자율관리어업육성사업이 가진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으며 올해 수립할 제2차 자율관리어업육성종합계획을 통해 개선방안을 제시할 것”이라며 “연근해어업 발전법 제정과 총허용어획량 전면확대 등 제도적인 변화에 맞춰 기존의 자율관리어업과 완전히 다른 자율관리어업 체계가 갖춰지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