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FRP어선의 친환경 폐선처리 기술 시급
진송한 중소조선연구원 차세대한국형어선개발연구단장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고온가스화 기술 활용 FRP폐어선 처리
비용 경감으로 방치어선 문제 해결 가능
친환경 에너지 확보 기대
전주기 관리할 수 있는 정책·기술 절실
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FRP) 소재는 유리섬유로 강화된 플라스틱을 말하며 일반 플라스틱에 비해 강도가 높고 부식에 강하며 경량화가 가능해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장점으로 인해 1980년대 정부에서 어선의 선질개량사업을 시행, 목선에서 FRP 선질 어선으로 교체돼 대중화됐다.
FRP 소재는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FRP 건조 단계에서 유리섬유 가루와 수지에 의한 유해물질 발생으로 작업자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고 미세플라스틱 등의 비산으로 환경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FRP 어선의 환경문제는 폐선처리 과정에서 더욱 심각해지는데 FRP는 재활용이 불가능해 파쇄와 고열 소각처리 후 일부는 시멘트 원료로 활용하고 있다.
FRP어선 폐선처리를 위해 톤당 120~130만 원의 비용이 소요되는 데다 일반 폐기물처리 소각로에서 FRP폐어선 소각 시 다양한 독성 유해가스가 방출되고 소각로에 유리섬유의 흡착으로 소각로 고장의 원인이 돼 폐기물처리업체에서 처리를 기피하고 있다.
이로 인해 연안이나 항만, 육상에 매년 200~300척의 FRP폐어선이 방치돼 폐유와 미세플라스틱 유출 등 해양환경 오염을 유발하는 애물단지가 됐고 결국 정부와 지자체가 국민세금으로 방치 FRP폐어선을 처리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우리나라 연근해에서 운항되는 어선은 6만4000여 척이며 이 중 96%가 FRP 선박이다. 3만5000여 척에 이르는 각종 레저선박 중 FRP 선질 선박이 77%에 달해 8만 척이 넘는 FRP 선박이 우리나라 연근해에서 운항 중이다.
2023년 기준으로 선령 26년 이상 노후 FRP어선이 약 1만1000여 척이며 2030년이 되면 전체 FRP어선 중 약 37%인 2만3000여 척이 선령 26년 이상의 노후어선이 된다. 이중 약 10%만 폐선처리를 한다고 해도 연간 1000~2000여 척의 FRP폐어선이 발생하게 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폐선처리를 해야 할 어선의 수는 급격하게 증가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 국내에는 FRP폐어선의 전문처리업체가 전무한 실정이고 주로 어선 건조 조선소에서 엔진과 항통장비 등은 해체하고 FRP 선체는 방치하거나 노상에서 파쇄해 이로 인한 비산먼지와 미세플라스틱 방출로 환경오염을 야기한다. 또한 선박 해체와 관련한 국내 연구도 전무하고 관련 규정도 미비하다. 어선법으로 FRP 어선의 허가와 말소 등록은 관리하고 있지만 폐기와 재활용과 관련한 강제성은 찾아볼 수 없다.
현재도 연간 200~300여 척의 방치 FRP폐어선이 발생하고 있고 향후 더 많은 노후어선이 폐선돼야 할 상황이 도래하게 될 경우 많은 어려움이 발생할 것이란 것이 자명해 보인다. FRP폐어선의 친환경적인 처리를 위해 부산시와 일부 연구기관에서 FRP폐어선의 친환경적인 절단, 해체, 수거기술의 개발과 고온가스화(Gasification)기술을 접목한 폐선처리 기술을 고민하고 있다. 가스화는 고온, 고압의 용기인 가스화기에서 폐기물을 1300도 이상의 고온으로 산화‧열분해시켜 수소(H2)와 일산화탄소(CO)의 합성가스와 슬래그(재)로 전환하는 화학 반응을 말한다. 고온가스화 기술을 활용해 FRP폐어선을 처리할 경우 일반적인 소각 시 발생하는 다양한 독성 유해가스가 일절 배출되지 않고 가스화 과정에서 만들어진 합성가스를 e메탄올로 변환해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활용이 가능해진다.
이러한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FRP폐어선의 신속하고 간소화된 폐선처리시스템 확립과 폐선처리비용 경감으로 폐선처리의 어려움과 경제적 부담으로 인한 방치어선 문제 해결이 가능하고 친환경 에너지 확보를 기대할 수 있다. 지속적으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FRP방치어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관련법 제정과 친환경 소재 선박으로의 전환과 함께 매년 증가할 노후 FRP어선의 폐선처리 방안에 대한 정부와 산·학·연의 대응이 시급히 이뤄져야 할 것이다. 또한 어선의 설계, 건조, 운용, 정비, 폐선에 이르기까지 전 주기를 유기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정책과 기술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