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L 칼럼] 쌀 소비 감소와 식량안보 사이의 딜레마

2025-02-04     박유신 기자

[농수축산신문=박유신 기자]

정부와 농협 등의 다각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쌀 소비량 감소세가 좀처럼 멈추지 않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달 23일 발표한 지난해 양곡소비량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가구부문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5.8kg으로 전년 56.4kg보다 600g 줄었다. 1인당 하루에 식사량으로 따지면 152.9g이니 한공기 반 정도의 밥을 먹는 수준이다. 특히 20193%까지 벌어졌던 소비량 감소폭이 이후 20212.5%, 20221.4%, 20230.6% 등 점차 축소되는 상황에서 지난해에는 1.1%로 다시 확대돼 우려된다.

다행스레 식료품, 음료 등 제조업의 쌀 소비량은 873363톤으로 전년대비 6.9% 증가했다. 이중 식료품 제조업이 584612(66.9%), 음료 제조업이 288751(33.1%)의 쌀을 원료로 사용했다. 특히 업종별 눈에 띠는 점은 기타 식사용 가공처리 조리식품 제조업의 쌀 사용량이 162697톤으로 전년보다 25%, 32571톤이나 증가했고 주정 제조업이 전년보다 16% 더 많은 228595톤의 쌀을 소비해 가장 많은 업종으로 떠올랐다는 것이다. 이밖에 최근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도시락류 제조업도 전년보다 9.8% 늘어난 57157톤의 쌀을 사용해 주목된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가장 많은 쌀을 사용했던 떡류 제조업은 전년보다 14275톤이 줄어든 199766톤을 소비해 주정 제조업에 1위를 내어줬다.

쌀 소비량은 인구감소, 식생활 패턴 변화 등으로 가정용 소비는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보이는 반면 간편식 수요 증가와 가구 구조 변화 등으로 가공용 소비는 늘어난 것임은 명약관화한 사실이다.

실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지난해 식품소비행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집에서 먹는 음식 대부분을 직접 만들어 먹는 가구비중은 59.7%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외식, 배달·테이크 아웃, 간편식 등으로 해결하고 있다고 답했다. 1주일 동안 아침 식사 횟수도 성인은 5.21, 청소년은 5.38회로 감소세를 보였으며, 이마저도 아침 식사 종류로 밥을 선택한 이는 성인의 경우 45.5%, 청소년은 37.1%에 불과했다.

식사로 밥을 선택하지 않는 이유는 분명하다. 다소 낮아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부동의 이유 1위는 밥상을 차리기 번거로워서다. 여기에 최근에는 빵이나 면 등 다른 먹거리가 더 좋거나 다이어트를 위해서라는 다소 적극적인 이유가 늘고 있으며, 밥을 먹더라도 쌀보다는 즉석밥을 구입하는 가구가 크게 늘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그런 사실 속에서 이제는 수 십년 전 과거에 쌀을 몇 kg을 소비했었다라는 통계치와의 비교는 무의미하다. 중요한 것은 현재의 변화된 소비 트렌드를 정확히 파악해 밥상용 쌀 소비의 감소폭을 억제하는 동시에 가공용쌀 수요를 최대한 확대하면서 대내외적인 변수 속에서 안정적인 수급 역량을 확보하는 정책적·제도적 노력이 필요하다.

먹을거리는 국제 시장의 불확실성, 기후변화, 국내 농업 기반의 약화, 유통과 정책적 한계 등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므로 수급 안정을 꾀하기 어렵다. 특히 국민의 제1먹거리인 쌀이 소비 감소로 인해 산업이 위축될 경우 국가 식량자급률과 식량안보가 약화될 수 있다. 그렇다고 소비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쌀 생산을 유지할 경우 생산과잉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하지만 무작정 생산만 줄인다면 결국 수입 곡물의 의존도는 높아질 것이다. 결국 쌀 소비 감소와 식량안보 사이에는 상충요소가 많아 자칫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따라서 쌀을 이용한 다양한 가공식품 개발과 쌀 소비 촉진 캠페인으로 건강식으로서의 쌀의 가치를 홍보해 국민 인식을 개선시키고 해외 시장 개척을 통해 쌀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적정 생산을 유도하기 위한 새로운 소비처 개발과 농가 지원을 병행하는 종합적인 접근과 균형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