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KMI 공동기획] 어촌여지도 ③ 도시어촌의 새로운 도전을 위한 준비와 과제

무자격어촌계원 정리로 어촌 활성화‧신규사업 발판 마련…고령화는 여전히 숙제

2025-03-14     김동호 기자

 

부산 하리항의 동삼어촌계는 어촌계원의 고령화와 신규 사업 부진 등으로 쇠락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2019년 어촌뉴딜300사업 대상지로 선정되고 어촌계 내부 혁신 노력도 더해져 환경 개선, 낚시관광 사업 추진 등으로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상규 KMI 어촌사회연구실장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에 위치한 하리항. 부산 도심을 벗어나 부산의 대표적 관광지 중 하나인 태종대를 향하다 보면 많은 어선들이 정박해 있는 하리항을 볼 수 있다. 하리항은 영도를 대표하는 어촌계인 동삼어촌계가 위치하는 곳이다.

동삼어촌계는 남항어촌계와 더불어 영도에 기반을 둔 대표적인 도시형 어촌계인 동시에 대도시에 위치한 어촌의 쇠락을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다. 과거 영도에는 어촌계가 많았으나 북항이 건설되면서 다수의 어촌계들이 사라졌고 그 결과 영도 관내에 있는 어업인들은 동삼어촌계와 남항어촌계로 나뉘어 소속돼 있다.

쇠락의 길을 걷던 동삼어촌계는 정부의 재정사업을 통해 새로운 길을 찾았고 도시형 어촌으로 새로운 도전을 위해 준비해나가고 있다.

 

# 과감한 무자격계원 정리로 세대교체 여건 마련

하리항은 대도시에 위치한 어항이지만 2010년대까지는 일부 낚시객들에게만 인지도가 있는 어항이었다. 비법정어항인터라 계류시설이 부족한 데다 항내 방파제의 노후화 등으로 안전사고의 우려도 컸다. 태종대처럼 널리 알려진 관광지 인근에 위치해 있음에도 어촌이 활성화되지 못한 것은 어촌계원의 고령화와 신규사업을 위한 리더십과 추진력 부족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

2019년이 되면서 동삼어촌계에는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다. 비법정어항이었던 하리항은 지방어항으로 지정됐고 이듬해에는 어촌뉴딜300사업의 대상지로 선정됐다. 동삼어촌계는 이같은 변화에 발맞춰 마을의 활성화를 위한 어촌계 내부를 혁신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기존에는 무자격어촌계원으로 계원의 수가 100명을 넘었으나 자격이 없는 계원을 과감하게 정리함으로써 어촌계원의 수를 70명으로 줄였고 이를 바탕으로 신규어업인을 유입시킬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올해 기준 어촌계원은 66명이며 최근에는 경영이양직불제를 통해 세대교체에 나서고 있다.

 

# 깨진 유리창을 수리한 정책사업

구석진 골목에 2대의 차량 모두 보닛을 열어둔 채 주차를 하되 차량 한 대만 앞유리를 파손시켜두고 관찰한다. 그 결과 보닛만 열어둔 차량은 멀쩡했지만 앞유리가 파손된 차량은 폐차직전으로 심각하게 훼손됐다. 이는 널리 알려진 범죄학 이론 중 하나인 깨진 유리창의 법칙으로 사소한 무질서를 방치할 경우 심각한 문제를 가져온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동삼어촌계에서 정부의 재정사업은 깨진 유리창을 수리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됐다. 영도는 낚시를 좋아하는 강태공들에게는 유명한 낚시관광지다. 지형적 특성으로 많은 어종들이 어획되며 이 덕에 타 지역보다 많은 낚시관광객이 유입되고 있다. 동삼어촌계는 이를 활용, 2010년에는 정부의 지원을 받아 좌대낚시터를 조성‧운영하고 있었으나 홍보 부족과 시설의 노후화, 지역의 낙후로 인해 한계가 있었다.

이를 극복하고자 어촌뉴딜300사업을 통해 친수공원을 정비하고 물양장을 확대했다. 또한 어촌계의 입구에 조형물을 설치하고 어촌계 건물 리모델링 등으로 지역에 대한 인식개선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 시기에 주변지역이 대규모 주거지역으로 정비되면서 동삼어촌계를 포함한 인근지역은 새롭게 변모했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계원들의 인식이다. 어항구역에 버려진 쓰레기를 보이지 않는 곳으로 밀어두기만 했던 어촌계원들은 이제 스스로 나서 마을 경관을 보다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있으며 청결한 환경덕에 하리항을 찾는 관광객들도 어항을 깨끗하게 이용하고 있다. 또한 어촌계 사업이 활성화되면서 계원들의 관심이 많아지면서 마을사업에 대한 참여도도 늘고 있다는 것이 동삼어촌계 측의 설명이다.

 

동삼어촌계는 낚시터 증설과 정비 등으로 2016년 2억 원 수준이던 매출이 최근 10억 원 이상으로 늘었을 뿐만 아니라 관련 시설 투자도 이어가고 있다.

 

# 새로운 사업과 발전을 위한 도약

동삼어촌계 소속 어업인의 주 소득원은 어업과 낚시어업이다. 어촌계 보유 어선 70척 중 30척 정도가 낚시관광 사업을 통해 소득을 올리고 있으며 어가소득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어촌계 사업은 낚시를 포함한 체험마을사업이 60%, 공영주차장 운영사업 30%, 기타소득 10%로 구성돼 마을사업도 구성원의 주요 소득원으로 자리잡고 있다. 최근에는 좌대낚시터를 2개에서 4개로 증설하고 조도 낚시터도 정비해 2016년 2억 원 수준이었던 매출이 최근 10억 원 이상으로 늘었다.

이같은 매출증가는 낚시 관련 신규사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삼어촌계는 낚시객이 많은 마을의 특성을 활용, 낚시용품 판매점 조성 등을 위해 자체적인 투자를 크게 늘리는 등 미래를 위한 투자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좌대낚시터에 드론을 이용한 음식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혁신적인 서비스를 지역기관과 연계해 제공하고 있는데 이는 젊은 낚시객들의 호응이 높아 누리소통망(SNS), 블로그, 유튜브 등에 소개돼 입소문도 타고 있다. 이처럼 낚시 관련 소득사업을 지속적으로 발굴‧확대함으로써 부산에서 가장 유명한 낚시관광마을이자 어촌체험마을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처럼 꾸준한 외연확장을 통해 하리항이 국가어항으로 지정되도록 하고 이를 바탕으로 어항을 확대‧개선, 낚시관광복합단지 규모의 사업까지 구상하고 있다.

 

# 벗어나기 힘든 고령화의 그늘

그동안 동삼어촌계가 이룬 성과에도 불구하고 어촌계원의 고령화는 동삼어촌계가 새로운 도약을 하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동삼어촌계는 무자격 계원 정리 이후 신규어업인 유입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그 결과 10여 명이 새로운 계원으로 가입했다. 하지만 고령계원의 비율은 여전히 80%를 넘고 있다. 현재까지는 많은 발전을 이끌어 냈으나 지속가능한 발전이 이뤄질 수 있을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특히 부산 영도구는 도시형 어촌이지만 어업을 하는 사람이 드물기에 고령화가 심화되고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어촌계의 가입범위를 영도구 전체로 확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신규어업인의 유입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의 사업을 지속적으로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어촌계의 법인화와 함께 법인 운영을 위해 회계와 세무, 노무 등 전문적인 영역에 대한 교육이 필요한데 이를 수행할 만한 사람이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강양석 동삼어촌계장은 “동삼어촌계도 계원들의 평균 연령이 70대가 넘는 등 고령화 문제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며 “경영이양직불제는 60대 이하가 들어와야 하는데 고기잡는 것으로는 먹고살기 힘들어 젊은 사람들이 대부분 유어선을 하려고만 한다”고 말했다.

 

# 어촌정책, ‘어업인’ 한계 벗어나야

전국 어촌은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동삼어촌계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어촌계가 고령어가의 비율이 매우 높은 실정이지만 정부의 정책은 공동체 중심의 사업을 키울 것을 주문하고 있다. 공동체 중심의 사업이 어촌개발사업에서 이상적인 형태이지만 고령의 어업인들이 역량을 키워 마을사업을 이어갈 수 있는 인력구조와 경영구조를 확보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

동삼어촌계는 정책사업을 통한 마을활성화는 단순히 고령 계원들의 역량강화에만 기대서는 안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동삼어촌계는 두 명의 사무국장이 마을사업을 이끌어가는 형태로 낚시어선업, 나잠어업, 어선어업 등에 종사하는 어업인들의 참여를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고령의 어업인들은 낚시관광복합단지를 주도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쉽지 않은 실정이며 고령 어업인의 특성상 재투자보다는 배당을 원하기에 사업을 확대하는 것 역시 한계가 있다. 이 가운데 새로 유입되는 어촌계원들도 ‘어업인’ 자격이 필요하기에 낚시어선업과 나잠어업, 어선어업에 종사해야만 한다. 신규로 유입되는 계원들도 마을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셈이다.

어촌정책이 단순히 어업을 하는 사람에 국한된 정책으로 머물러 선 안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어촌은 어업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업을 영위하는 사람들이 함께 거주하는 공간이며 해양수산부의 정책에서도 바다생활권과 생활인구 등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어촌어항재생사업이나 마을개발사업은 ‘어업인’이 중심이 된 어촌계를 주된 대상으로 하고 있다.

어촌은 국내 인구감소와 맞물려 고령화와 공동화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다. 이같은 여건에서 어촌의 활력을 제고하고 어촌으로의 신규인력유입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어업인’이라는 한계를 벗어나 보다 다양한 사람들이 어촌의 마을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