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논 타작물 재배 전환의 성공을 위해 덧붙이는 글
[농수축산신문=박세준 기자]
과거 수십년 동안 우리나라 농정은 쌀 자급을 위해서 오직 쌀을 중심으로만 이뤄져 왔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과거에는 모든 조직이 쌀을 중심으로 구성됐고 모든 농업 관련 공공기관과 기반시설도 마찬가지였다. 어떤 교수는 “한국농어촌공사는 쌀 공사였고 농업용 수리시설은 쌀 수리시설”이라고 농담같이 말할 정도였다.
하지만 농업기술의 발전, 외국산 쌀의 최소시장접근(MMA) 물량 도입과 쌀 관세화 개방, 소비 감소 등의 추세에 따라 쌀은 이제 ‘구조적 공급과잉’ 상태에 있다는 진단마저 나오고 있다. 논에 쌀이 아니라 콩, 밀, 보리, 조사료 등 타작물을 심는 것이 권장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23년 전략작물직불제 시행과 최근 농업계의 뜨거운 주제인 벼 재배면적 8만ha 감축은 논에 쌀 외 타작불 재배 전환을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논 타작물 재배 전환이 안정적으로 자리잡기 위한 논쟁점에 대해 주어진 공간을 활용해 좀 더 쓰고자 한다.
논 타작물 재배 전환에서 한 가지 쟁점은 논의 형상을 얼마나 보존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논에서 밭작물을 심더라도 쌀 가격 상승, 밭작물 수익성 악화 등으로 언제든지 물꼬를 막아 물을 채우면 벼를 재배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타작물 재배 전환 사업이 장기적으로 정책 효과를 유지할 수 있을까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일본 정부는 2010년대부터 사료용 쌀 재배 확대를 통해 주식용 쌀 생산을 줄이고 가격을 유지하는 정책을 폈지만 주식용 쌀 가격이 상승세를 타자 사료용 쌀에서 다시 주식용 쌀 재배로 돌아서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를 방지하고자 정부는 사료용 쌀 전용품종을 유도했지만 농가들은 전용품종이 아니라 중립적인 품종을 사용하면서 시장 상황에 따라 맞춰 행동하고 있는 형편이다.
우리나라 정부는 일본보단 벼로 돌아가기 어려운 작물로 유도하고 있다는 평이다. 논콩·밀 농사는 벼농사로 회귀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배수로 공사, 전용 농기계 구입 등 상당한 투자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타작물 시장이 충분히 성숙하지 못하고 특히 기후위기의 시대에 접어들며 식량부족의 위기감이 돌고 있는 요즘, 벼로 완전히 회귀 못하도록 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 건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두 번째는 고령화된 농촌·농업 현실을 감안할 때 다수를 차지하는 고령농이 타작물 재배로 전환하는 게 쉬울까 하는 걱정이다.
기계화율이 99%에 이르고 영농지원 사업이 다양하고 체계적인 벼농사에 비해서 밭농사는 육체적으로 더 고되다. 아무리 벼보다 높은 수익성이 보장된다고 해도 몸이 안따라주는 농사를 짓긴 어려운 노릇이다.
특히 주요 전작 품목인 콩의 경우,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기계화율이 75.5%에 지나지 않는다. 취재하면서도 논콩을 재배하는 청년농들로부터 콩 농사의 고됨에 대해 많이 들을 수 있었다. 건장한 청년들이 어려움을 호소하는데 고령농들도 아무리 농사 경험과 지식이 쌓여 있어도 어렵지 않을 리 없다.
밭작물 기계화율은 매년 국정감사 때도 지적되는 쟁점이다. 이제 쌀값 안정과 논 타작물 재배 전환의 안정화를 위해서라도 밭작물 기계화율 제고는 미루지 말고 빨리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