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친환경 어선의 새로운 시대, 'HDPE' 어선 실용화의 첫걸음
권수연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어선안전연구팀장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은 지난해 12월 국내 최초로 친환경 선질인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어선을 건조했다. HDPE선박은 터키, 네덜란드 등 유럽과 호주 등의 국가에서 해양경찰 구조정 또는 레저보트로 활용되고 있으나 어선으로 건조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HDPE 선질 어선 실용화의 시작을 알리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HDPE 소재는 기존 국내 소형어선의 주요 선질인 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FRP) 알루미늄에 비해 다양한 장점이 있다. 우선 꼽히는 강점은 100%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친환경소재로 알려진 알루미늄은 재활용률이 약 70%로 HDPE에 비해 낮으며 온실가스 배출량은 FRP선박에 비해 4~5배, HDPE선박에 비해서는 10배 이상 많다
또한 FRP는 폐기시 미세플라스틱 등 환경문제가 발생한다. 반면 HDPE는 미세플라스틱 문제에서 자유로운 데다 부식에 강하고 바닷물과 화학물질에 대한 내성, 내충격성 등이 뛰어나며 유지보수에도 용이하다. 아울러 선체가 가벼워 연료효율도 높으며 균열과 손상이 적어 운항의 안정성도 뛰어나다.
반면 몇 가지 단점도 존재한다. 아직까지는 선박용 HDPE 소재의 수요가 적어 FRP보다 가격이 비싸며 전용 용접 장비가 필요해 초기 건조비 부담이 크다. 또한 높은 온도에서 기계적 특성이 변화하거나 열변형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기존 어선 건조 방식에 익숙한 어업인들에게 HDPE는 아직 생소한 소재이므로 인식 개선과 기술 지원이 필수적이다.
공단은 HDPE 어선의 실용화를 위해 다양한 연구와 실증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인천과 목포의 스마트선박안전지원센터에서는 HDPE 용접에 대한 이론교육과 실습 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속초, 진도, 완도, 여수 등 주요 어업 지역을 방문해 HDPE의 특성과 용접 기술을 어업인들에게 소개했다. 특히 어업인들이 직접 용접기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해 HDPE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또한 해양교통안전공단에서는 HDPE 어선의 성능을 객관적으로 검증하기 위해 올해에는 FRP, 알루미늄 선박과 동일한 제원과 엔진을 적용한 성능 비교 실험도 계획하고 있다. 속도, 연료 효율, 내구성, 운항 안정성, 가격 등의 요소를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데이터 기반의 실용성을 입증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규제자유특구 사업 참여를 통해 전남 지역에서 건조될 6척의 HDPE 어선에 대한 기술 지원도 계획하고 있다. 동일 톤급 어선에 선내기와 선외기를 각각 탑재해 다양한 운항 조건에서 성능을 평가할 예정이다. 또한 HDPE 용접사 자격체계를 마련하고 운영해 HDPE 용접 전문 인력을 양성하며 유지보수 기술을 표준화해 산업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HDPE 어선의 실용화를 위해서는 기술적 검증뿐만 아니라 법적 기준 마련과 어업인의 인식 개선이 필수적이다. 공단은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HDPE 어선 구조 기준을 고도화하고, 성능 비교 실증 데이터를 활용하여 어민들이 실질적인 이점을 체감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해 나갈 것이다. 기존 목선을 FRP가 대체했던 것처럼 친환경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갖춘 HDPE 어선이 국내 어업에서 실용화된다면 기존 FRP 어선의 한계를 보완하고 지속 가능한 해양산업 발전을 견인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며 향후 우리나라 어업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