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꽃, 국내시장 좌지우지 우려
꽃 소비 감소·수입 증가…국내 화훼산업 악영향 불 보듯
[농수축산신문=이두현 기자]
지난달부터 이달 초까지는 각급 학교의 졸업·입학식이 진행돼 화훼 시장의 대목이라 할 수 있지만 화훼 업계의 반응은 꽃 소비가 이전만 못하다는 평가다. 이런 상황에 화훼 수입은 계속 증가하고 있어 수입 꽃이 국내 화훼산업을 잠식하리란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화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달 5일부터 지난 4일까지 전국 화훼공판장에서 거래된 절화 물량은 264만7052단으로 최근 5년간같은 기간 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기간은 졸업·입학식이 몰려있어 화훼 특수가 기대되지만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361만6722단에서 2020년 264만9274단으로 26.75% 감소한 이후 비슷한 수준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이영석 한국화원협동조합연합회장은 “졸업식과 입학식 행사 자체가 점차 축소되는 분위기와 더불어 이전처럼 꽃다발을 준비해 주고받는 수요도 크게 줄어 대목이란 걸 체감하기도 어려운 수준”이라며 “봄이 왔음에도 주변에는 조화·재사용 화환만 넘쳐나고 생화에 대한 수요는 찾아보기가 힘들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난달 화훼 도매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가량 상승했다. 이에 화훼 생산 농가에선 연일 생산비가 고공 행진하는 상황에서 한숨 돌렸다는 반응이지만 일부에선 오히려 수입 꽃이 국내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실상을 보여준다는 우려도 나온다.
홍영수 한국화훼자조금협의회 사무국장은 “올해 졸업·입학 시즌을 앞두고 일시적으로 꽃 수입 물량이 줄어든 영향으로 국산 꽃의 도매가격이 양호하게 유지됐다”며 “화훼 수입에 따라 국내 꽃 가격이 등락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국산 꽃 가격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체계가 잡혀야 국내 화훼산업이 지속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화훼 수입은 꾸준히 증가하며 일부 품목의 경우 국내 생산량을 넘어서기에 이르렀다.
화훼자조금에 따르면 국화 수입량은 2023년 1억7808만 본에서 지난해 1억8699만 본으로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장미는 1888만 본에서 2391만 본, 카네이션은 6382만 본에서 7216만 본으로 증가했다. 이에 비해 2023년 국내에서 판매된 국산 국화가 1억800만 본, 카네이션은 2100만 본에 불과해 수입량이 국내 생산량에 비해 많게는 3배에 이르렀다.
화훼 생산자들은 이 같은 상황이 유발된 원인으로 적절한 대응책도 없이 해외 각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고 시장을 개방한 것을 꼽았다.
익명의 화훼 농업인은 “만일 해외에서 꽃이 수입되지 않은 상황에서 화훼산업이 계속 부진을 겪는다면 마땅히 자체적으로 자구책을 강구하고 스스로 돌파해 나갔을 것”이라며 “정부에서 FTA가 국내 화훼산업에 미칠 영향은 제대로 고려하지도 않고 시장 개방을 강행해 국내 화훼산업계가 큰 타격을 입고 있는 만큼 정부에서 책임지고 국내 화훼산업의 생존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근에는 한·에콰도르 전략적경제협력협정(SECA)이 국회 비준만을 남겨둬 화훼산업계에서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에콰도르는 화훼류를 재배하기에 최적의 환경 조건을 갖추고 있으며 2022년 기준 절화 수출액이 10억 유로에 달해 네덜란드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즉 SECA가 시행되면 국내 화훼산업계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 불 보듯 뻔함에도 여전히 SECA 체결에 따른 영향, 화훼산업계 보호를 위한 대응 전략 등 정부의 관련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어 산지 화훼 농업인들의 속만 타들어 가고 있다.
정수영 경기도장미연구회장은 “이미 국내 화훼 생산자들은 재작년부터 SECA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며 여러 차례 집회와 토론회를 여는 등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며 “그러나 아직 SECA와 관련해 농림축산식품부의 이렇다 할 대책이나 관련 자료도 발표된 것이 없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