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상호관세 폭탄…농업·식품업계 ‘초비상’
[농수축산신문=이문예·박세준·이두현 기자]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폭탄으로 국내 농업·식품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최근 케이-푸드(K-Food) 열풍을 일으키며 해외시장에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식품업계가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관세 인상으로 미국 현지 식품 도소매업체가 자금 압박을 받아 수입 물량을 조절하면 식품업계의 대미 수출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는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에 관세 25%가 책정됨에 따라 연간 100억 원의 한국식품을 수입해 판매하는 미국 현지 업체는 단순 계산만으로도 25억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며 “영세한 규모의 대다수 식품 도소매업체는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관세율만큼 수입 물량을 줄이게 돼 국내 식품 수출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미국 현지에 생산공장을 갖춘 업체의 선전을 기대하려고 해도 대부분이 한국에서 조달하는 원재료나 포장재를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이번 상호관세 조치가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대미 수출만 감소하는 게 아니라 농식품 수출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정대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미국 내에서 우리나라 농산물이 미국산과 직접 경쟁하진 않지만 관세 부과로 물가가 오르면 미국 소비자의 가처분 소득과 소비 수요가 줄어 대미 수출이 줄어들 수 있다”며 “전 세계가 관세를 부과받기 때문에 다른 나라들도 대미 수출 물량이 줄어들 것이고 남은 물량은 세계시장에서 경쟁이 더 치열해져 우리나라의 대외 수출 자체가 줄어들어 국내 농산물의 가격과 수급에 문제를 초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농업인단체들은 비관세 장벽 완화로 국내 농축산물 소비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며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강정현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 집행위원장은 “현재 동식물 위생·검역(SPS)협정에 따라 수입이 제한된 사과, 비관세 영역에서 제도로 금지한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소고기 등에 대한 개방 요구가 강하게 있지 않을까 싶다”며 “이같은 비관세 영역에 대한 부분을 계량화해 압박해 오면 우리 농업의 대응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승호 한국농축산연합회장도 “미국의 일방적인 상호관세 조치와 관련해 대미 수출에 있어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는 농산물에 대한 피해 분석·보전이 필요하다”며 “또한 미국무역대표부(USTR) 보고서에서 지속 언급하고 있는 30개월령 이상 소고기 수입 요구 등 비관세 장벽 완화 압력에 대해서 국민 건강과 농·축산 생산 기반 보호를 위해 단호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농업계와 농식품 수출 관련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상황을 살피며 중장기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임정빈 서울대 교수는 “트럼프가 쌀 관세를 지적하며 우리나라는 513%, 일본은 700%를 매기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 관세는 그보다 훨씬 낮고 우리가 미국에서 수입하는 다른 품목들 역시 양허관세와 실행관세의 차이가 크다는 점을 명확히 지적해야 한다”며 “당분간 미국이 강경한 태도를 견지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우리는 양국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과학에 기반한 검역시스템 강화 등을 통해 통상 압박에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와 관련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8일 서울 aT센터에서 ‘미 상호관세 대응 케이-푸드플러스(K-Food+) 수출기업 간담회’를 개최하고 의견을 수렴했다.
송 장관은 “정부는 올해 K-Food+ 수출목표를 140억 달러로 설정했고 목표 달성을 위해 무역금융, 수출바우처, 물류, 마케팅, 환보험 확대 등 여러 가지로 수출기업을 지원할 계획”이라며 “정부, 기업, 유관기관이 수출원팀으로 서로 협력하면 이 파고를 잘 넘어갈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