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골칫덩이가 된 FRP어선
폐선 어렵고 재활용 불가능해 어촌마을에 방치되기도 가볍고 튼튼하며 유지‧관리 쉬워 ‘각광’…노후화로 폐선 ‘골머리’ 대체 소재개발 추진하지만 한계도 뚜렷 노후어선 방치 막을 제도적 근거도 미비 환경부담금 도입‧해수부 차원 종합대책 마련 필요
[농수축산신문=김동호 기자]
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FRP). 1978년 시작된 선질개량사업으로 도입되기 시작한 이 소재는 도입 당시 가히 혁신적이었다. 기존에 사용되던 목선에 비해 건조하기 쉽고 가볍고 튼튼했다. 이같은 장점에 힘입어 비약적으로 FRP어선이 늘었고 최근에는 국내 어선의 97% 가량이 FRP로 만들어진 어선이다.
혁신적인 신소재는 시간이 흐르며 골칫덩이가 되고 있다. 높은 강도는 폐선이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했고 재활용마저 불가능하기에 어촌마을에 선박이 방치되는 경우도 흔해졌다. 특히 FRP어선의 폐선을 위한 인프라가 부족한 문제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어 사회적 비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 20년 만에 어선시장 점령
FRP어선은 20여 년 만에 국내 어선시장을 점령했다고 볼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 한국어선협회(現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의 김주남 주임기술원이 1987년 어선 저널에 기고한 ‘FRP어선의 설계’ 논문에 따르면 국내에서 처음 시도된 FRP선박 건조는 1967년 시도된 1톤급 해태채취선이다. 20년이 지났을 무렵에는 100톤급 채낚기어선을 건조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력을 확보했고 FRP어선은 매우 빠르게 늘었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1992년 7만6825척이던 어선 중 FRP어선은 1만1858척으로 15.44%에 불과했다. 정부의 선질개량사업이 본격화되면서 FRP어선은 빠르게 늘었는데 1999년에는 8만7502척의 어선 중 FRP어선은 4만5492척을 차지, 처음으로 50%를 넘어섰고 2013년에는 6만9323척의 어선 중 6만3965척이 FRP어선으로 90%를 넘어섰다. 2023년에는 6만3462척의 어선 중 6만1677척이 FRP어선으로 전체의 97.19%를 차지했다.
이처럼 FRP어선이 빠르게 늘어난 것은 FRP소재가 갖는 특성에서 기인한다. FRP는 방향성이 다른 두가지 유리섬유를 교차해서 쌓으며 각 층마다 수지를 사용해 접착시키는 소재로 강도가 높고 가벼운 것이 특징이다. 또한 소재의 특성상 용접을 하는 것이 아닌 어선 모양의 틀에 FRP를 적층해서 만들 수 있어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지 않으며 대량생산도 가능하다. 또한 FRP선박은 유지‧관리도 쉬워 어업생산성 증가에 기여할 수 있었다.
# 환경오염‧화재취약이 ‘한계’
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FRP) 소재는 가볍고 튼튼하고 유지보수가 쉽다는 강점으로 국내 어선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됐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문제점을 노출하기 시작했다.
우선 대두된 문제는 화재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FRP소재는 화재가 발생할 경우 유리섬유를 접착시켰던 본드, 즉 수지에 불이 붙어 소재의 안쪽부터 타들어가게 된다. 소재의 바깥쪽에서 불이 붙을 경우 화재를 진압하기 비교적 수월하지만 FRP는 소재의 안쪽에 있는 수지가 타들어가기에 화재 진압이 어렵다. 일정시간이상 화재가 유지될 경우 FRP소재의 강도가 약해지며 한번에 침몰하게 된다. 또한 FRP선박에는 보강재로 우레탄을 많이 사용하는데 우레탄은 화재 발생시 불이 쉽게 붙는데다 유독가스를 많이 배출해 선원들의 안전을 위협하기도 한다.
또다른 문제는 환경오염이다. FRP어선은 건조나 수리과정에서 미세한 플라스틱과 유리로 된 먼지가 다량 발생하게 된다. 이 먼지는 어선을 건조하는 작업자의 건강과 안전에 위협이 될 뿐만 아니라 비산될 경우 지역주민에게도 영향을 미치며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먼지는 미세플라스틱이 된다. 이 때문에 유럽이나 북미 등 선진국에서는 FRP어선을 건조하는 조선소에 집진시설을 의무화하고 환경을 관리하고 있다. 반면 국내 조선소 중 집진시설을 갖춘 조선소는 아예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매우 드물다.
# 폐선조차 어려운 FRP어선
FRP어선이 가진 문제점 중 하나는 폐선이 매우 까다롭다는 것이다. FRP는 소재의 특성상 재활용이 어렵다.
FRP어선의 폐선을 위해서는 우선 기관 등 주요 부품을 제거한 선체를 인양, 폐선을 위한 조선소로 이동해야한다. 조선소에서는 어선에 박혀있는 나사못 등 FRP를 제외한 모든 부착물들을 수작업으로 제거한 후 파쇄해 소각하거나 매립하게 된다. 소각이나 매립하기 전의 과정에 소모되는 비용은 선복량 1톤당 80만~120만 원으로 선복량이 클수록 더 많은 비용이 발생한다. 이마저도 선박 파쇄시 파쇄장비의 손상위험이 있어 쉽지 않은데다 인건비 상승과 맞물리면서 폐선을 위한 조선소들을 찾아보기 더욱 어려워진 실정이다.
고동훈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전문연구원의 ‘순환경제시스템을 활용한 어업 폐기물의 자원화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FRP어선의 폐선처리는 △소각 △용융안정화 △시멘트소성 △매립 등 4가지 방법이 있다.
소각처리는 폐기물 총량을 줄이고 선박 발생지 인근에서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으며 소각과정에서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국내에서는 폐선처리되는 FRP어선의 대부분을 소각처리하고 있다. 하지만 환경문제와 지역주민의 반대, 유리섬유 소각시 소각기의 손상 우려 등이 있어 이마저도 쉽지 않아지고 있다.
용융안정화 기술은 에너지 비용 감소와 폐기물 총량의 저감, 오염물질의 안정화 등이 장점이지만 현재 상용화되지 않은 기술로 설비와 인프라 구축에 많은 비용이 든다. 해외에서 주로 활용하는 시멘트소성 기술은 전량을 자원화할 수 있으며 기존 설비로 오염물질을 줄일 수 있지만 시멘트 공장까지 육상운송비용이 발생하며 별도의 처리비용이 발생한다는 점, 물량의 안정적인 공급이 필요하다는 점, 인프라 구축 비용이 비싸다는 것이 한계로 꼽힌다. 마지막으로 매립은 별도의 인력이나 처리 인프라가 필요 없고 비용이 저렴하지만 토양과 지하수를 오염시킬 수 있으며 매립장 확보가 어렵고 지역주민과의 갈등이 심화될 우려가 크다.
현재까지는 국내에서는 FRP폐선을 위한 이상적인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한 상황이다.
# 폐선 수요만 연간 수천 척
어선의 노후화가 심각해지면서 연간 폐선 수요가 수천 척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어선은 선령이 21년부터 노후 선박으로 분류되며 통상적으로 선령이 26년이 넘을 경우 신조대체가 필요한 노후어선으로 분류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선령 26년 이상인 FRP어선은 1986척, 선령 21~25년인 선박은 7129척이었다. 노후선박은 시간이 지나면서 빠르게 늘어 2023년 기준 선령 26년 이상인 노후 FRP선박은 1만994척, 선령 21~25년의 노후 선박은 1만2157척으로 전체 FRP어선의 37.2%가 노후선박이었다. 선령 26년 이상의 노후 선박이 향후 5년간 신조대체가 이뤄진다고 가정할 경우 연간 2198척의 폐선수요가 발생하는 셈이다. 이는 어선의 생산-폐선 주기를 감안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 어선을 30년간 사용한다고 가정할 경우 6만3462척 중 매년 2115척의 폐선수요가 발생한다.
이에 따라 발생하는 어선의 폐선비용 역시 천문학적인 금액이다. 2023년 기준 업종별 어선 척수와 톤수를 살펴보면 근해어선이 2352척, 선복량은 11만598.32톤이고 연안어선이 3만6657척, 선복량은 12만1239.18톤이다. △정치성 구획어업 1806척(5784.69톤) △이동성 구획어업 284척(490.77톤) △정치망어업 664척(6593.53톤) △양식업 1만9124척(6만4602.95톤) △내수면어업 2955척(2064.68톤) 등으로 이들업종의 척수는 6만3842척, 총톤수는 31만1374.12톤이었다. 이중 노후 FRP어선이 차지하는 톤수를 어선의 비율로 단순계산할 경우 11만2576.31톤이 짧은 기간 내에 폐선이 요구되는 노후 FRP어선의 선복량이다. 선복량 1톤당 발생하는 폐선처리비용을 100만 원으로만 잡아도 폐선처리에 필요한 비용은 1100억 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 대체 소재, 한계는 ‘뚜렷’
FRP어선이 가진 환경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알루미늄 어선이나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 어선 등 다양한 대체 소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알루미늄 어선의 경우 어선에 필요한 강도를 확보할 수 있고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라는 것은 장점이다. 하지만 현행 어선안전 규정을 준수하다보면 무게가 무거워져 선박의 연비가 급락하게 된다는 점과 어선의 건조비가 비싸다는 점, 유지관리가 쉽지 않다는 점 등이 한계로 지목된다.
HDPE어선은 무게가 가벼운데다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이기에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에서 FRP를 대체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HDPE어선은 소재의 특성으로 인해 현재까지의 기술로는 10톤 이상의 배에서 구조강도가 확보된 어선을 건조하는 것이 쉽지 않다. 또한 HDPE도 특수용접이 필요해 유지‧관리가 어렵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체선질 기술개발을 추진하더라도 FRP어선의 폐선 관련 기술도 함께 마련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 사회적 비용 ‘급증’ 우려
FRP어선의 폐선처리에 들어가는 비용이 적지 않은 데다 폐선을 맡기는 것 역시 쉽지 않은 실정이라 방치어선에 따르는 사회적 비용이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행 공유수면 관리 및 매립에 관한 업무 처리 규정에 따르면 방치선박은 휴업 또는 계선신고를 하고 신고기간이 만료된 날부터 1년 이상 계류 중인 선박, 선박 또는 어선등록이 말소된 후 선체의 해체처리 등을 하지 않은 선박, 전복‧침몰‧방치 또는 계류된 선박으로 공유수면의 효율적인 이용을 방해하거나 공유수면을 오염시킬 수 있는 선박을 의미한다. 해당 규정에 따라 공유수면관리청에서는 매 분기 1회 이상 방치선박을 조사하고 이를 관리해야한다.
또한 어촌‧어항법은 정당한 사유 없이 어항구역에 폐선을 내버려 둘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어촌‧어항법의 규정은 어항 구역 내에만 방치하지 않도록 하는 것으로 비어항구역에 방치된 선박에 대한 규정은 없다.
이 가운데 매년 연간 300여 척의 방치어선이 발생,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 방치된 어선은 엔진과 주요 설비 등 판매시 수익이 발생하는 부품을 모두 제거하고 선박의 소유주를 식별할 수 있는 표식을 모두 제거했기 때문에 소유주 확인은 불가능한 수준이다. 또한 300여 척이라는 수치 역시 지자체에서 방치된 선박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이를 처리하는 절차에 들어간 선박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도서지역 등에 무단으로 방치된 선박 등은 제대로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다.
이처럼 어선을 무단으로 방치하는 것은 어선을 사용한 선주가 부담해야하는 폐기비용을 지자체 또는 정부에 부담시키는 행위다. 특히 방치된 FRP어선은 어촌의 경관을 해칠 뿐만 아니라 파도 등의 영향으로 미세플라스틱 등 오염물질을 발생시키게 돼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 어선 방치 막을 제도적 근거 미비
우리나라의 FRP어선은 2020년 경부터 본격적으로 폐선에 임박한 어선들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통계청 등록어선통계에 따르면 1999년에 FRP어선이 전체 어선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50%를 넘어섰고 2013년에는 90%를 넘었다. 어선의 사용주기를 감안하면 선질개량사업이 본격화되면서 급격히 늘어난 FRP어선들은 2020년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폐선에 들어가기 시작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폐선할 FRP어선이 급증함에도 어선의 방치를 막기 위한 제도적 근거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현행 수산업법은 허가어업을 다루지만 어선이 신조대체될 경우 기존 선박의 선체를 어떻게 처리해야하는지에 대한 규정이 없다. 또한 어선법 역시 어선의 등록과 안전성 기준, 검사, 거래 등에 대하서만 다룰 뿐 기존의 선박을 어떻게 처리해야하는지에 대한 규정은 없는 실정이다.
2023년 목진용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명예연구위원 연구팀이 발표한 ‘우리나라 방치 FRP 선박처리 법률과 정책 개선방안에 관한 소고’에 따르면 방치선박과 관련한 법령은 공유수면 관리 및 매립에 관한 법률, 어촌‧어항법, 마리나 항만의 조성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 선박의 입항 및 출항 등에 관한 법률 등이 있다. 이들 법령은 선박의 방치를 금지하고 있지만 선박의 방치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에 관한 규정은 없다.
또한 폐FRP선박을 처리할 때는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개인이 사용하는 FRP어선 또는 레저선박은 생활폐기물이 되고 수산기업이 사용하는 어선은 사업장 폐기물로 분류해 관리한다. 이 역시 선박을 바다에 방치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미약하나마 방치어선을 줄일 수 있는 규정은 2021년 4월 제정된 허가어선의 대체에 관한 업무처리 지침이다. 해당 지침의 7조에서는 어선이 대체될 때 기존어선의 처리는 폐기, 수출, 대체허가 신청, 원양어업의 비어로선으로 사용, 어획물운반업에 사용, 어장관리선으로의 사용 등으로 정하고 있다. 이중 폐기의 경우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등이 발급한 폐선확인서를 제출받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해당 규정은 업무지침인 예규에 불과하기에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약하는 규정으로는 활용할 수 없으며 관련 예산 편성이나 정책수립의 근거로 사용할 수도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침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에서 기존 어선을 처리하려고 해도 폐선확인서 이외에는 통일된 확인서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마저도 어업인이 어선을 신조해 대체할 때 제출한 계획서를 이행하지 않더라도 이를 제재할 수단이 없다. 즉 어업인이 수명이 다한 FPR선박의 선체를 바다에 방치하더라도 이를 억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있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관련 법령을 개정, 어선의 방치를 막기 위해서는 우선 어업허가의 말소나 어선의 신조대체시 기존 선체의 폐선 등 처리를 확인하는 절차를 의무화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어업인이 사용하는 어선은 어업허가 또는 면허와 직결돼 있기에 이같은 절차만으로도 어촌마을에 방치되는 어선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 환경부담금 도입해야
어선의 방치를 막기 위해서는 환경부담금과 같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해수부는 폐어구로 인한 유령어업과 해양환경오염을 막고자 2022년 1월 개정된 수산업법에 근거해 어구보증금제도를 마련했다. 어구보증금제도는 어구판매시 일정 금액의 보증금을 포함해 판매하고 어업인이 사용을 마친 어구를 지정된 장소로 가져갈 경우 보증금을 돌려주는 제도다. 지난해 1월 통발어구를 대상으로 실시되기 시작한 어구보증금 제도는 내년부터 자망어구와 양식장 부표에도 확대시행하게 된다.
어구보증금 제도처럼 FRP어선이 방치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어선 건조단계에서 환경부담금을 납부하는 등의 시스템을 마련, 어업인이 발생시킨 폐선처리비용을 국민 전체로 전가하는 일이 없도록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 R&D 확대‧인프라 조성 필요
방치 FRP어선으로 인한 환경문제를 저감하기 위해서는 FRP 어선 폐선을 위한 연구개발(R&D)을 확대해야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내에는 FRP어선을 파쇄한 후 소각하거나 매립하는 방식으로 FRP어선을 처리한다. 하지만 FRP어선은 소재의 특성상 강도가 높아 해체하는 작업을 꺼려하는 조선소가 많은데다 소각시 불완전연소로 인해 다이옥신 등 유해물질이 다량 발생한다. 즉 특수설비를 갖춘 전문업체에서 소각해야하며 이 경우 비용이 많이 발생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더욱 문제는 FRP어선의 소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물질이 소각로에 엉겨붙어 소각기의 고장을 유발하기도 해 어선을 소각할 수 있는 업체 측에서 소각처리를 거부하는 사례도 종종 발생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앞으로 급격히 늘어날 FRP어선의 폐선수요에 대응,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이 폐선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개발을 확대하는 동시에 어선을 폐선할 수 있는 인프라를 충분히 조성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 어선 폐선 종합대책 마련돼야
노후 어선의 급증에 대응해 폐선을 위한 해수부 차원의 종합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해수부에서는 어선의 폐선과 관련한 정책이 전무한 실정이며 폐선문제를 담당하는 부서조차 없다. 관련 정책 중 방치선박의 문제는 해양보전과와 어촌어항과, 공유수면관리를 맡고 있는 지자체, 지방해양수산청 등으로 나눠 다루고 있다. 어선을 담당하는 부서인 어선안전정책과는 주요 업무가 어선사고 예방과 어선의 안전확보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어업정책과에서는 수산업법에 따른 어업허가 등이 주 업무다. 어선이 연근해어업의 주요 자본재이지만 노후어선의 폐선과 관련한 정책은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한 셈이다.
폐선과 관련한 정책이 없는 것은 과거에 주로 사용하던 목선이나 강선의 폐선이 문제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목선은 파쇄와 소각 모두 쉬워 폐선에 많은 비용이 들어가지 않으며 강선은 폐선과정에서 고철을 재활용할 수 있기에 폐선처리로 비용이 아닌 수익이 발생할 수 있는 구조다. 반면 FRP는 폐선이 쉽지 않은데다 재활용이 어렵고 비용 역시 많이 발생한다.
따라서 어선법을 개정, FRP어선의 폐선과 관련한 종합대책을 수립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진송한 중소조선연구원 차세대한국형어선개발연구단장은 “FRP는 가볍고 튼튼하며 부식에도 강한 데다 몰드를 만들어두면 쉽게 찍어낼 수 있고 유지보수도 쉬워 어선이나 소형선박에 사용하기에는 최적의 소재”라며 “하지만 FRP를 건조과정이나 폐선과정은 주변의 환경오염 등을 많이 발생할 수 있어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단순히 폐선 문제를 넘어 FRP어선의 건조부터 유지보수, 폐선에 이르는 전 주기에 대한 관리를 위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특히 선질개량사업이 본격화되던 시기에 만들어진 어선들 중 상당수가 이제 수명을 다하고 있어 어선의 폐선과 관련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