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진율 60% 못미쳐도 TAC는 전년수준…TAC제도 기능 못해
TAC제도 내실 기하지 않은 채 어업규제 완화는 위험
[농수축산신문=김동호 기자]
총허용어획량(TAC)의 소진율이 60%에도 미치지 못함에도 오는 7월부터 적용될 어기의 TAC 설정량은 지난해 수준으로 산정됐다.
해양수산부는 오는 7월부터 내년 6월까지 적용되는 어기에서 TAC 정착단계(3단계) 대상 어종 15종의 TAC를 35만9122톤으로 설정한 2025년 7월부터 적용되는 ‘총허용어획량의 설정 및 관리에 관한 시행계획’ 일부고시안을 지난 14일 행정예고했다. 행정예고된 시행계획에 따르면 어종별 TAC 설정량은 △고등어 12만2993톤(망치고등어 제외) △전갱이 4만6631톤(가라지 포함) △붉은대게 2만1256톤 △키조개 8476톤 △대게 931톤 △꽃게 8540톤(2025년 7월~2026년 12월) △오징어 4만9578톤 △도루묵 593톤 △갈치 4만5386톤 △참조기 2만8149톤 △삼치 2만7305톤 △참홍어 2142톤 △개조개 1196톤 △바지락 1011톤 △소라 1809톤 등 35만9122톤이다. 이는 지난해 7월부터 오는 6월까지 적용되는 어기의 TAC 설정량 34만7441톤에 비해 오히려 늘었다. 지난해 연근해어업 생산량이 84만톤 수준으로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같은 수치는 이해하기 어렵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TAC소진율이다. 한국수산자원공단에 따르면 2021년 7월~2022년 6월 어기에 설정량 27만6589톤 중 어획량은 19만7049톤으로 소진율은 71.2%였고 2022년 7월~2023년 6월 어기는 설정량 45만937톤, 소진량 21만8632톤으로 소진율은 48.5%였다. 2023년 7월~지난해 6월 어기는 설정량 43만1285톤 소진량, 21만9497톤으로 소진율은 50.9%, 지난해 7월~지난 3월 28일까지는 설정량 39만1872톤 중 어획량은 21만2058톤을 기록해 54.1%에 그쳤다.
TAC 소진율이 60%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은 TAC 제도가 사실상 제 기능을 하지못하는 제도라는 것을 반증한다. TAC제도는 생물학적허용어획량(ABC) 이내의 범위에서 허용가능한 어획량을 설정, 안정적으로 수산자원을 관리하는 제도인데 소진율이 60%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은 어업인이 마음껏 잡아도 할당량을 소진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특히 해수부는 2023년 발표한 연근해어업 선진화계획에서 우리나라의 어업관리제도를 TAC를 중심으로 재편하겠다고 밝혔고 이 일환으로 TAC대상 어종과 업종을 확대해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해수부의 계획은 TAC 등 어획량관리제도로 기존의 어획노력량 규제와 기술적 규제를 대체하겠다는 계획이기 때문이다.
또한 어획량의 조사를 위한 예산과 인력이 크게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국내에는 TAC대상어종 지정위판장이 130여 개가 지정돼 있는데 현재 한국수산자원공단의 수산자원조사원은 120명으로 올해 정원 5명이 증원된다. 정원이 5명 늘어나더라도 위판장당 한명의 조사원도 배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이 가운데 해수부가 추진하는 연근해어업 발전법이 제정될 경우 모든 어업에 TAC가 적용되면서 지정위판장이 200개소를 넘어서게 될 공산이 크며 어획증명제도 시행에도 수산자원조사원들이 일정 부분 역할을 수행해야한다. 즉 수산자원조사원들의 빠른 증원이 필요한 상황인 것이다.
이 때문에 수산업계의 전문가들은 TAC제도의 내실을 기하지 않은 상태에서 단순히 대상업종과 어종을 늘리고 어업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수산업계의 한 전문가는 “해수부에서 TAC 대상 어종과 업종을 빠르게 늘려나가고 있는데 어획량을 조사하는 수산자원조사원의 수는 늘어나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으며 수산자원의 조사‧평가 인프라 역시 충분히 확충되지 못하고 있다”며 “또한 TAC소진율은 여전히 60%를 넘지 못해 TAC제도가 수산자원관리제도로써 기능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현재 제도가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단순히 어종과 업종만을 확대하는 것은 하지도 못할 것을 계획만 내놓는 상황이 될 것”이라며 “자원관리제도를 변경하려면 충분한 예산과 인력을 확보해나가면서 추진해야하는데 지금은 예산과 인력 모두 충분히 늘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도훈 부경대 교수는 “현재의 소진율이 유지되는 상황에서 대상 어종과 업종을 확대해나간다면 수산자원이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특히 최근에는 어획물의 질적 하락, 즉 어린 물고기의 어획량이 늘고 있는데 이는 어업경영에도 악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TAC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서 기술적 규제를 완화해 양만 관리한다면 결국 어린물고기 남획만 일어나게 되고 어업인은 규제를 따라도 자원이 회복되지 않고 어업경영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며 “어획량 관리로 정책의 기조를 변경하더라도 금어기, 금지체장 등 기술적 규제들을 유지해야 어획물의 질적 수준을 담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해수부 수산자원정책과 관계자는 “현재 발표된 시행계획은 국립수산과학원이 산출한 ABC값 초안을 근거로 작성된 것으로 다음달 워킹그룹을 통해 TAC를 정하고 중앙수산조정위원회를 통해 확정할 예정”이라며 “해수부에서도 TAC 소진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수산자원조사‧평가 인프라도 강화해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