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소비지 시장 급변, 농축산물 유통혁신 서둘러야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경기불황과 이로 인한 소비위축이 이어지면서 유통업계의 경쟁은 더 치열해 지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급성장한 온라인 시장의 성장세가 이어지면서 오프라인 업체간 시장 쟁탈전은 더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또 상호간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업체간 합종연횡도 확대되고 있다. 최근 11번가가 신규 장보기 서비스에 이마트몰을 입점시켰으며, 네이버는 컬리와 제휴해 신선식품의 새벽배송 서비스를 확대했다. 신선식품 시장 성장을 위해 물류센터를 직접 운영하지 않는 오픈마켓이나 검색기반 플랫폼이 배송력을 가진 유통사와 협력시스템을 공고하면서 경쟁력 제고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배송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다. 새벽배송으로 촉발된 속도 전쟁은 최근에는 주문하면 1~2시간 이내에 물건을 배송하는 ‘퀵커머스’ 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커머스에 밀린 이마트, 홈플러스 등 오프라인 유통사들이 배달의 민족 등과 연계해 ‘빠른 배송’으로 승부를 걸고 나섰다. 업계는 올해 퀵커머스 판매 규모가 5조 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기에 디지털 혁신이 지속되면서 AI기반 구매 트랜드도 확산되는 분위기이다. 소비자들은 포털검색보다 챗GPT를 활용해 물건을 고르고, 상품정보를 확인한다.
이처럼 소비시장이 급변하고 있지만 농식품 원물을 공급하는 산지 유통 여건은 시장 변화에 한 발 뒤쳐져 있는 형국이다. 시장 변화에 발맞춰 유통 혁신을 서둘러야 하는 시점이다.
이를 위해 우선 농축산물 물류 시스템의 혁신이 시급하다.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사항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산지의 선별·포장·운송 등의 디지털 전환을 서두르고 농산물 도매유통의 기능 확대 등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농산물도매시장은 기존의 단순한 거래중개기능에 머물지 말고, 저장과 물류 기능을 통합한 종합 물류 시장으로 변화를 검토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급성장한 온라인 시장에 대응해 판매 능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다양화되고 있는 온라인 채널별 경쟁력 있는 상품 개발과 홍보 마케팅을 벌이는 한편 브랜드 신뢰도를 높여 시장 경쟁력을 높여나가야 할 것이다.
이같은 농축산물 유통혁신을 위해서는 전문인력을 지속적으로 육성해 나가야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산지 유통을 담당할 전문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하고, 디지털 유통을 선도해 나갈 전문인력을 육성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한 인센티브와 전문성 강화 방안 등이 모색돼야 할 것이다.
아울러 산지 교섭력과 안정적인 물량 공급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산지 조직화에 더 속도를 내야 한다. 정부는 1990년대부터 산지 조직화 정책을 추진, 소기의 성과를 보이기도 했지만 아직도 갈길은 멀다. 안타깝게도 여전히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 출하 물량 중 70%이상은 연간 거래금액이 1000만 원 이하인 영세 소농의 출하 물량이다.
농축산물 유통혁신은 지속가능한 농업을 유지, 발전하기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다. 완전 개방 시대, 급변하는 유통 환경 속에서 국내 농축산물이 시장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물류, 조직, 인적, 산지조직화 등 각 분야의 혁신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재자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