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전국한우협회 공동기획] 한우협회 뿌리부터 튼튼히 시군지부를 찾아서 ②김호식 의성군지부 지부장

소 10마리에서 120마리 농장으로 우뚝…고향과 한우 지킨 ‘작은 영웅’

2025-06-10     안희경 기자

[농수축산신문=안희경 기자]

의성 산불 당시 집안 곳곳 물을 담아

농장 지키고 마을 6개 농가 구해

 

사양관리에 있어 환경이 가장 중요

지부장 맡으면서 톱밥지원사업 시작

불도저처럼 현안 해결

서울에서 대기업 임원으로 재직을 하면서도 늘 고향을 걱정하고 그리워했던 장남은 귀향을 결심, 조상의 터를 지키고 부모님을 모시며 한우를 키우기 시작했다.

고향을 지키려 내려온 그는 고향의 한우농가들을 위해 지부의 크고 작은 일을 감당했고 5년 전 지부장으로 당선됐다. 그리고 지난 3월 의성에 산불이 났다. 집안의 물을 담을 수 있는 모든 곳에 물을 담아 농장을 지키고 같은 마을의 6개 농가를 구했다.

의성군 화재현장에서 영웅이라고 불리고 있는 그는 더 많은 집을 구하지 못해 송구스럽다고 말한다.

작은 영웅 김호식 의성군지부 지부장을 만나러 의성군으로 가보자.

#고향으로 돌아온 불도저 ‘장남’

서울의 식품대기업에서 임원으로 직장생활을 하던 김 지부장은 부모님을 모시고 싶어 고향으로 내려왔다. 퇴직금 중간정산을 받아 땅을 사고 소 10마리를 입식, 소를 키우기 시작한 김 지부장은 2007년 말 명예퇴직을 하고 의성에서 본격적으로 한우를 키우기 시작했다.

“10마리로 시작한 농장에서 지금은 120마리의 소를 키우고 있습니다. 3만3000㎡(1만 평) 규모의 부모님 땅에 동절기에는 호밀, 하절기에는 옥수수와 수단그라스를 재배했는데 지금은 6600㎡의 땅을 추가로 매입해서 조사료포를 늘린 상태지만 혼자서 모든 농사일을 하고 있습니다.”

부지런함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불도저 같은 그는 될 때까지 한다는 생각으로 사료작물을 키웠고 기계를 도입해 조사료 재배에 성공했다. 포기를 모르는 그의 성실함은 지부일을 시작하면서 더욱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2021년 한우협회 의성군지부장으로 당선된 그는 코로나 19로 총회와 취임식도 생략하고 지부사무실을 없애 고정지출을 줄였다.

“지부 사무실의 고정비 지출이 아깝더라구요. 보여지는 게 뭐가 중요한가 싶어 지부 사무실을 없앴습니다.”

570여 명의 회원이 있는 거대지부인 의성군 지부의 사무실이 없는 까닭이다. 대신 지부장을 맡자마자 불도저처럼 여러 현안을 해결하기 시작했다.

“축사용 깔개인 왕겨가 폐기물로 지정돼 왕겨 공급에 차질이 생길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지부에서 폐기물 수집운반업 면허를 취득하고 만반의 준비를 마쳤습니다. 동시에 왕겨를 폐기물에서 제외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경북도지회와 중앙회가 청화대에 민원을 넣고 백방으로 뛴 끝에 왕겨가 폐기물에서 제외됐다. 사양관리에 있어 환경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그는 지부장을 맡으면서 톱밥지원사업을 시작했다.

“의성군 지부는 사무실은 없지만 창고가 있습니다. 의성군에서 6400만 원 지원을 받아 톱밥창고를 지었는데 컨테이너에서 톱밥을 받아 저장했다가 농가들에게 지원하고 있습니다.”

건설현장까지 직접 오가며 국토 관리청 부지까지 얻어내 창고를 지은 그의 불도저같은 일 처리에 의성군 한우농가들의 칭찬이 이어지고 있다. 군 사업에 모범적으로 참여하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한 그 덕분에 지난해에는 의성군이 지원해 3톤 규모의 지게차를 인수했고 창고 컨테이너 하치대 설치도 완료했다.

#화마를 이겨낸 ‘작은 영웅’

지난 3월 초대형 산불로 봄을 잃어버린 의성에서 그는 작은 영웅으로 통하고 있다. 제발 다 버리고 나오라는 자녀들의 말을 뒤로하고 조상의 터전인 고향집을 지키기 위해 화마속에 홀로 남은 김 지부장은 혼자 물을 지어 나르며 농장을 지켜냈다. 뿐만 아니라 농장 인근의 6개 민가에 물을 뿌려 화재에서 지켜냈다.

“동네에서 저만 남았던 것 같아요. 동네사람들이 영웅이라고 하면서 칭찬했지만 사실 마음 한구석에는 더 많은 집을 구하지 못해 미안할 따름입니다. 제가 조상을 잘 섬긴 덕에 화마를 피했다고 생각합니다.”

화재 현장에서 크고 작은 화상을 입었음에도 그는 산불피해 농가볏집 지원부터 중앙회에서 지원한 물통 배부까지 화재 이후 하루도 쉬지 않았다. 회원 농가 한 농가 한 농가를 만날 때마다 건강음료 한 박스라도 챙기며 돌보는 그는 천상 ‘케이(K)-장남’이다.

“의성군에서는 올해 경축순환농법 조기성공을 위한 수분조절제사업에 10억4000만 원, 번식우 기반지원사업에 1억8000만 원을 지원했습니다. 지자체에서 지원하기는 큰 금액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지원을 받은 만큼 더욱 성과를 내고자 합니다.”

의성군지부에서는 수분조절제 구입 비용 경감을 위해 내년 상반기 준공을 목표로 최신식 국내산 톱밥공장 건설을 진행하고 있다. 의성군 한우농가들을 위한 끝없는 생각들이 불도저 김 지부장을 움직이는 원동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