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청년 기준 상향조정, 수산업‧어촌에 약일까 독일까

수산업 어촌분야 인력확보 '긍정'…재정부담 증가·집중 지원 '한계' 청년의 연령기준 제각각 어촌서 ‘젊은 사람’ 나이 높아져 인구구조의 변화로 청년범위를 좁게 잡을 경우 정책대상자가 너무 적어 단순 청년연령기준 상향할 것이 아니라 어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개선과 지원정책 실효성에 대한 평가 선행돼야

2025-06-24     김동호 기자

[농수축산신문=김동호 기자]

청년의 연령기준을 높이는 것은 정책대상을 넓힌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지만 청년에 대한 집중지원이 힘들어질 수 있다는 점 등은 우려사항으로 꼽힌다. 사진은 지난 2023년 3월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주최하고 본지와 경남청년어업인연합회가 공동으로 주관한 전국청년어업인 좌담회 전경.

 

초고령사회. 우리나라는 지난해 12월 65세 이상의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서며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인구의 빠른 고령화로 우리나라에서는 법령이 정하는 ‘청년’의 기준을 상향조정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법정 청년 연령을 상향조정함으로써 청년들의 사회진출이 늦어지는 등의 사회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정부의 재정부담 증가나 미래세대에 대한 집중 지원을 어렵게 만든다는 점은 한계로 지목된다.

청년 기준 상향조정은 수산업‧어촌분야에 약이 될 것인가, 독이 될 것인가? 청년 연령기준의 상향조정에 대해 살펴본다.

# 가장 빠르게 늙어가는 초고령사회 대한민국

지난해 12월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늙어가는 나라다.

유엔은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인구의 비율에 따라 고령화 수준을 구분하는데 전체 인구에서 고령인구의 비율이 7%를 넘어서면 고령화 사회, 14%이상은 고령사회, 20% 이상은 초고령사회로 구분한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국내 주민등록연앙인구상 65세 이상 고령인구의 비율은 1993년 5.40%에서 2001년 7.19%를 기록, 고령화사회에 접어들었다. 2018년에는 인구 5130만 명 중 738만명이 고령인구로 14.4%를 기록, 고령사회에 들어섰고 지난해 12월에는 주민등록인구 5121만 명 중 20.02%가 고령인구로 초고령사회가 됐다. 불과 7년 만에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넘어선 것으로 주요국에 비해서도 훨씬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인구의 고령화와 함께 비혼이 늘고 초혼 연령 역시 높아지면서 ‘청년’으로 인식하는 사회적인 연령 역시 꾸준히 높아지면서 청년 연령 상향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져왔다.

# 제각각인 청년 연령 기준

청년은 몇 살일까? 청년은 신체적‧정신적으로 한창 성장하거나 무르익은 시기에 있는 사람을 의미하는 말로 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인구기금(UNFPA)은 각종 통계에서 청년의 기준을 15~24세로 분류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법령과 조례, 통계에 따라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청년 연령 기준의 상향 및 일원화 쟁점과 개선방향’보고서에 따르면 현행 청년기본법은 기본적으로 청년의 연령을 19세부터 34세까지로 정의하고 있으며 다만 법령과 조례에서 청년 연령을 다르게 규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청년고용촉진특별법에서는 15~29세, 중소기업 인력지원 특별법과 고용보험법 시행령에서는 15~34세로 정하고 있으며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 시행령과 중소기업창업지원법, 1인 창조기업 육성에 관한 법률, 정치자금법은 39세 이하로 규정한다. 농림어업분야에서는 후계 농어업인 및 청년농어업인 육성‧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서 40세 미만으로 규정하고 있다.

지자체 역시 다른 기준이 적용된다. 광역자치단체는 대부분 19~39세를 청년으로 규정하지만 강원도와 전남도는 18~45세로 정하고 있다. 기초자치단체는 34세를 상한선으로 둔 곳이 9개이고 39세가 130개, 45세 47개, 49세 40개 등이다.

청년의 기준이 제각각인 가운데 청년의 연령을 조정하는 방안이 꾸준히 논의되고 있다. 21대 국회부터 논의되고 있는 방안은 청년 연령의 하한 기준을 18세로 완화하는 것과 상한선을 39세로 조정하는 안, 다른 법령과 조례에서 적용되는 기준을 청년기본법상 기준으로 일원화하자는 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

# 인구감소로 수산정책 대상 줄어

수산업‧어촌분야에서 청년 연령과 직결되는 것은 귀어‧귀촌 정책이다. 인구구조가 빠르게 변화하는 가운데 어가인구의 고령화와 감소속도 역시 빨라져 어촌의 소멸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특히 도서지역과 연안어촌지역의 경우 고령화가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어촌의 소멸 시계 역시 점차 빨라지고 있다.

이 가운데 초혼 연령이 높아진다는 점과 전체 인구의 감소, 청년으로 인식되는 사회적인 연령이 높아지는 점을 반영해 청년의 기준을 상향 조정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연도별 중위연령은 1960년 19.0세에서 지난해에 46.1세를 기록했다. 인구의 고령화로 이같은 추세는 계속 이어져 2031년 50.3세, 2056년 60.2세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됐다.

어촌사회에서 ‘젊은 사람’의 기준도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통계청 농림어업조사에 따르면 2010년 어가인구 17만1191명 중 39세 이하의 가구원은 4만7622명으로 27.81%를 차지했고 20~30대는 2만4875명으로 14.53%를 차지했다. 15년이 지난 지난해에는 상황이 급변했다. 어가인구 8만3963명 중 39세 이하 가구원은 9498명으로 11.31%를 기록, 2010년에 비해 16.5%포인트 줄었고 20~30대 인구는 4720명으로 5.62%를 기록해 2010년 대비 8.91%포인트 감소했다. 즉 어촌에서 ‘젊은 사람’의 나이 역시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같은 인구구조의 변화로 청년의 범위를 좁게 잡을 경우 정책대상자가 너무 적어진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실제로 통계청 귀농어‧귀촌인 통계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23년까지 전체 귀어인 1만638명 중 39세 이하가 1817명으로 17.08%에 불과했다. 반면 40대는 2381명(22.38%), 50대 3654명(34.35%), 60대 2309명(21.71%) 등으로 중장년의 귀어가 80%에 육박하고 있다.

또한 한국수산자원공단이 운영하고 있는 어선청년임대사업의 경우 지난해 기준 지원자의 평균 연령이 상반기 39세, 하반기 41세 등이며 지난해 전체 지원자 63명 중 20대 지원자는 4명에 그쳤다.

따라서 변화하는 인구구조를 감안, 청년 인구의 기준을 상향조정해 정책의 대상자를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 집중 지원 통한 ‘엘리트 어업인’ 양성 어려워

청년의 범위를 넓게 설정할 경우 특정 연령대에 대한 집중적인 지원이 어렵기 때문에 장기간 수산업에 종사할 이른 바 ‘엘리트 어업인’의 양성이 어렵다는 것이 한계로 지목된다. 육체노동 의존도가 높은 수산업의 특성을 감안하면 장년층은 귀어 이후 어업에 오랫동안 종사하기는 어렵다. 반면 20대의 경우 창업을 통해 수산업에 진출할 경우 40년 이상 어촌에 머무르며 어업에 종사할 수 있다.

미래 수산인을 육성하는 교육기관에서 수산분야 교육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도 한몫한다. ‘미래 농어업을 선도하는 창의적 인재 육성 대학’을 표방하고 있는 한국농수산대는 학비부터 기숙사비, 교내식당 식비, 교육교재비, 실습비를 모두 국비로 지원하며 전교생에게 해외연수의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문제는 한농대의 수산분야 정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한농대 정원 570명중 40명에 수산양식전공 40명에 불과하며 수산업의 근간이 되는 연근해어업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교육기관의 부재와 한정된 재원이라는 여건을 감안할 때 정책의 지원범위를 넓힐 경우 소수의 청년들에게 집중적인 지원을 하기는 어려워진다. 즉 집중적으로 지원할 청년의 범위를 좁게 설정하고 두텁게 지원할 필요성도 제기되는 것이다.

# 어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 극복이 우선

청년 연령과 무관하게 어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극복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교육방송공사(EBS)의 프로그램인 ‘극한직업’에서는 단일 산업군으로는 수산업이 가장 많이 소개됐다. 극한직업은 ‘극한의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삶을 밀착 촬영하여 생생하게 보여줌으로써 역경을 극복하고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의 숭고한 의지와 잃어가고 있는 직업정신의 가치를 되돌아보는 프로그램’으로 밝히고 있다. EBS누리집에 게재된 극한직업 방송은 총 677개로 이 중 125개(18.46%)가 수산업 또는 수산물가공업과 관련된 방송이다. 이는 국민들에게 수산업이 ‘극한직업’으로 이미 낙인찍혀 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 때문에 단순히 청년의 연령기준을 상향할 것이 아니라 어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개선과 지원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평가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산업계의 한 전문가는 “고령화라는 전제가 있기는 하지만 단순히 청년연령을 조정하자는 것은 정부가 단순히 예산과 정책수혜자의 규모를 유지하기 위한 꼼수로 비춰질 수 있다”며 “청년연령 상향조정에 앞서 어업에 대한 청년들의 부정적 인식 개선과 함께 청년들을 수산업‧어촌에 유입시킬 수 있는지, 청년들의 정책수요에 부합하는 정책을 내놓고 있는지 평가하는 작업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