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KMI 공동기획] 어촌여지도 ⑩청년과 주민이 함께 그리는 어촌의 미래 ‘옥계마을 어촌리조트’

이상규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어촌사회연구실장 청년이장이 이끄는 힐링 공간 어촌리조트, 체류형 관광 모델 ‘눈길’ 어촌 축제 ‘어기야디어차’ 추진 국내외 관광객 발길 이어져 노후된 시설 리모델링…편의성 제고도

2025-06-24     김동호 기자

[농수축산신문=김동호 기자]

옥계마을은 젊은 이장과 사무국장의 적극적인 노력을 바탕으로 국민들뿐만 아니라 외국인들도 많이 찾는 어촌마을이 됐다. 사진은 옥계마을의 해변가를 찾은 관광객들의 모습.

 

역사 수업에서 임진왜란의 내용을 배울 때 가장 가슴 아픈 전투 중 하나인 칠천량해전. 정작 그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장소는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다. 거가대교를 건너서 거제도 왼쪽에 위치한 작은섬 칠천도는 우리가 역사수업시간에 많이 들었던 칠천량해전이 벌어진 곳이다.

이상규 실장

칠천도를 잇는 칠천교를 지나 남쪽으로 5분 정도 이동해 도착한 옥계마을이 오늘이 목적지다. 남해안 내 만에 위치해 파도도 높지 않아 잔잔한 파도소리가 마음을 안정시키고 오로지 자연의 경관과 새소리가 주변을 맴도는 조용하면서도 차분한 마을이다. 옥계마을에 도착하니 마을의 대표 상징인 선진호 앞에 젊은 청년 2명이 캠핑의자에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다. 옥계마을의 미래를 책임지고 있는 서정영 이장, 최신철 사무국장이다. 오늘 귀어‧귀촌을 준비하는 교육생 30명의 현장체험을 마치고 쉬고 있는 두 사람과 그들이 그리고 있는 옥계마을에 대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 고향의 아름다움을 동경하던 청년, 그리고 도전

옥계마을은 32명이 어업에 종사하는 작은 마을로 연구어촌계에 소속돼 있다. 연구어촌계는 4개 마을이 하나의 어촌계를 구성하고 있어 범위가 넓은 지역에 걸쳐 있는 어촌계다. 옥계마을은 부산시와의 접근성, 자연경관, 관광자원이 좋은 조건을 갖고 있었음에도 마을에 고령화와 청년의 유출로 인해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던 아쉬운 마을이었다.

옥계마을 출신으로 대기업에서 근무하다 2019년 고향으로 돌아온 서정영 이장은 아름다운 마을이 그대로 방치되고 있는 것을 항상 안타깝게 여겼다. 관광객이 와서 놀거리가 없고 숙박시설은 노후화되다 보니 관광객 수는 줄어들고 폐업하는 식당, 숙박업소가 생기기 시작했다. 고향으로 돌아온 그는 귀어 이후 통발어업을 하며 부모님이 운영하시던 펜션을 돕던 그는 옥계마을이 갖고 있는 잠재력을 알고 있었고 충분히 이를 활용하면 모두가 가고싶어 하는 마을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는 마을을 외부에 알리기 위해 전면에 나서기 시작했다. 방치돼 있는 유휴공간을 활용해 옥계마을에 수익사업을 만들고 사업을 통해 발생한 수익 또는 편익을 주민과 공유하는 방안을 마련하고자 했다. 그 일환으로 처음 추진된 사업이 ‘아날로그스테이’ 사업이다. 이 사업은 마을의 예산이 아닌 서정영 이장의 사재를 털어 사업을 추진했으나 2층은 주민들의 복지 공간으로 제공했다.

이처럼 귀어 이후 2년간 마을을 위해 누구보다 앞서 일하면서 마을주민들의 인정을 받았고 이를 바탕으로 이장 선거에 나섰다. 젊은 이장으로의 세대교체는 주민들의 많은 우려를 낳았지만 우리 다음세대가 없다는 아쉬움을 갖고 있던 어르신분들이 청년이 마을을 활성화 시키도록 도와주어야 한다며 지지해주셔서 젊은 나이에 이장의 역할도 맞게 됐다.

 

# ‘어촌다움’ 회복이 치유공간의 첫 걸음

이장이 된 그의 가장 큰 목표는 옥계마을이 사람들의 힐링 장소가 될 수 있는 어촌마을리조트를 조성하는 것이었다. 큰 건물보다는 경관과 어울리는 펜션, 건축물을 조성하고 관광객들이 마음 편히 머물고 둘러볼 수 있는 마을 정비 등에 집중했다. 이 일환으로 그는 이미 폐업된 펜션을 마을과 어울리는 휴식공간의 컨셉으로 리모델링해 사업을 시작한 ‘아날로그스테이’에서 그 성과를 확인했다. 깨끗하고 정돈된 마을이미지와 평화로운 옥계마을의 분위기가 어우러져 마을에 머물면서 사람의 마음을 안정시키는 치유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전략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 다음 목표로 마을리조트에 사람을 끌어들이기 위한 관광자원 발굴이었다. 어촌마을리조트인 옥계마을에서 즐길거리도 있어야 하기에 ‘어기야디어차’라는 이름으로 어촌체험과 축제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어기야디어차는 어촌공동체가 합심해 어촌을 새롭고 흥이 나는 곳으로 만들고자 하는 마을 주민들의 염원이 담겨있는 구호이자 다짐이다.

 

어기야디어차 축제는 청년, 가족을 대상으로 옥계마을의 작은 해변에 쉼터, 프리마켓, 체험장(그물어업), 해양생태계 교육 등의 다양한 활동을 마련, 직접 참여하는 축제를 기획했고 2013년 국방과학연구원이 옥계마을로 양도한 선진호는 공연, 전시, 식사의 공간으로 활용돼 관광객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를 통해 국내 관광객 뿐만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도 마을을 찾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1000명 이상의 외국인이 방문하는 마을이 됐다. 이 과정에서 최신철 사무국장이 옥계마을의 비전을 보고 사업에 참여하게 됐다.

옥계마을 사업에 든든한 지원자는 마을 부녀회였다. 부녀회 구성원들이 사업에 적극 참여해 축제운영을 지원했으며 관광객들에게 훌라댄스를 선보이는 노력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이러한 노력으로 24년도 사업으로 마을법인 매출 1억원, 마을주민 일자리 12명 창출 효과를 이뤘다. 또한 경남 관광우수사례 선정, 어촌마을 전진대회 장례상 수상 등 대외적으로도 청년과 마을주민이 합심한 옥계마을의 노력이 빛을 보고 있다.

 

# 옥계마을의 미래는 이제 시작이다

옥계마을은 보다 다양한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경남도에서 추진하는 ‘체류형 어촌 체험 기반 조성사업’에 선정, 계절별로 각각 다른 컨셉의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이를 위해 퇴역군함 선진호, 갯벌, 해수욕장, 숙박시설 등을 연계해 리모델링하게 된다. 이를 통해 옥계마을리조트가 더 구체화 될 것이다. 이 사업에는 경상남도 예산 약 7억 원이 지원된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마을 주민들의 복지향상을 위해 옥계마을이 올해 준비하고 있는 사업은 ‘바다연금’ 사업이다. 유휴 갯벌에 대한 체험장 확대와 어촌에서 수거한 폐어구 등을 활용한 업사이클링 체험사업인 바다보석 자원화 사업을 통한 수익을 통해 75세 이상의 세대주에게 매월 5만 원씩 30명에게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1년에 약 1800만 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 정부의 시선이 어촌 끝까지 닿아야 한다

옥계마을은 국가 정책사업인 어촌뉴딜300사업, 어촌신활력사업 등의 국가정책사업의 혜택을 받지 않은 곳이다. 옥계마을은 성장잠재력이 충분한 지역이었으나 어촌계에 포함된 다른 마을과 콘셉트와 사업의 방향성이 맞지 않아 마을간 연계가 어려웠기 때문에 결국 정책사업 공모과정에서 고배를 마시게 됐다.

옥계마을의 사례는 정부의 정책사업이 특정한 유형의 공동체를 넘어 다양한 형태로 그 지원범위를 확장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실제로 어촌현장에는 다양한 형태의 공동체와 마을조직이 혼재돼있다. 하지만 어촌어항재생사업이 결국 ‘어촌계’라는 공동체의 유형에 한정해서 지원하다보니 일부 마을들은 정부 정책에서 배제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아울러 해양수산부의 행정전달체계를 다시 한번 점검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옥계마을의 변화를 이끄는 두 청년은 해수부의 청년어촌정착지원금을 받지 못한 불운한 케이스다. 서 이장이 귀어할 당시에는 정책에 대한 홍보가 미흡, 지원을 받지 못했고 최 사무국장은 38세에 해남으로 귀어했으나 주거지 전입문제 등으로 지원을 받지 못했다. 서 이장과 최 사무국장은 정부의 지원이 없이도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었지만 일부의 청년은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것들이 귀어의 성공과 직결되는 문제일 수도 있다.

정책사업의 지원대상을 정하는 연령기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도시민이 귀어를 하는 시기는 보통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인 경우가 많다. 40세 미만으로 한정해서 지원할 경우 정책적 지원에서 배제되는 사람이 많을 수 밖에 없다. 더 나아가 40세 미만 청년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이제는 귀어를 준비하는 모든 사람을 정책 대상으로 고려해야 할 시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귀어가구원은 2021년 1135명에서 해마다 줄어 지난해 555명까지 감소했다. 이 가운데 도시근로자의 평균 은퇴 나이가 49~50세 사이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볼 때 이들 역시 청년 못지 않은 어촌의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주역이 될 수 있다. 즉 지원대상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숙제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