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은퇴고령농의 동반자, 농지이양은퇴직불 사업

“사고로 생계도 어려웠는데...농지이양은퇴직불금 덕분에 한숨 돌렸지” 경영이양직불제와의 차이점 직불금 지급단가 높아지고 가입가능연령·지급기한 늘어나 농지이양 통한 노후안정 효과 ‘강화’ 청년농 농지 확보를 통한 안정적 농업 세대교체로 농업 미래 잇는다

2025-07-18     박세준 기자

[농수축산신문=박세준 기자]

박준옥 한국농어촌공사 고흥지사 과장(가운데)이 장진숙·김여순 부부의 집을 방문해 농지이양은퇴직불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 농지은행이 시행하는 농지이양은퇴직불 사업이 농업으로부터 은퇴하길 원하는 고령농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가 되고 있다. 농지이양은퇴직불 사업은 농지를 농어촌공사 농지은행이나 64세 이하 청년농에게 매도하면 매도대금 외에도 농어촌공사가 최장 10년 동안 직불금을 주는 사업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후보 시절부터 농지이양은퇴직불 사업을 확대할 것을 공언하면서 이에 대한 고령농과 청년농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농지이양은퇴직불 사업의 내용을 살펴보고 사업에 참여한 농가를 찾아가 제도의 현황과 방향에 대해 살펴봤다.

 

# 고령농의 안정적 은퇴와 노후 보장 위해 도입, 대통령도 확대 약속

고령농이 농업인의 대다수를 차지한 오늘날, 청년농으로의 세대교체와 고령농의 안정된 노후는 중요한 농정 과제다. 이에 정부는 1997년부터 경영이양직불제를 시행, 고령농의 노후안정과 청년농 중심의 영농규모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했으나 성과는 기대에 못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2212월 농식품부에 제출한 보고서 고령농 농지이양 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에 따르면 2017~2020년 동안 65~74세의 농업인의 0.27%만이 경영이양직불제에 참여했고 그나마도 하락추세였다.

이처럼 참여율이 저조했던 이유 중 하나로 경영이양직불제의 낮은 직불금 단가가 지목된다.

당시 경영이양직불제의 시행기관인 농어촌공사가 2022년 조사한 바에 따르면 65세 이상 농업인들이 영농활동을 지속하는 이유 1순위는 49.6%의 응답률을 기록한 농업소득 외 마땅한 수입원이 없어서였다. 절반에 가까운 고령농들이 경영이양직불금의 단가가 농업기대소득보다도 낮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정부는 경영이양직불제를 확대·개편한 농지이양은퇴직불제로 보다 효과적으로 고령농 은퇴 후의 노후안정과 청년농 농지확보를 통한 농업 세대교체 가속화를 위해 박차를 가했다.

정부는 지난해 319일 국무회의에서 농산물의 생산자를 위한 직접지불제도 시행규정(대통령령) 일부개정안을 의결, 26일부터 시행하면서 경영이양직불제를 농지이양은퇴직불제로 개편했다.

경영이양직불제와 농지이양은퇴직불제 모두 농지 매도 시 매도대금 외에 최장 10년 동안 직불금을 받는 구조는 동일하다.

하지만 은퇴를 생각하는 고령농 입장에서 농지이양은퇴직불제와 경영이양직불제의 가장 큰 차이점은 직불금 지급단가가 높아지고 가입가능연령과 지급기한이 늘어나는 등 농지이양을 통한 노후안정 효과가 더 강화됐다는 점이다.

경영이양직불제의 지급단가는 1ha 기준으로 매도 시 1330만 원, 임대시 1250만 원이었다. 하지만 농지이양은퇴직불제는 600만 원, 480만 원(매도 조건부 임대)으로 상향됐다.

가입연령과 지급기한도 기존에는 65~74세까지 가입하고 75세까지만 지급을 받을 수 있었지만 개편과 함께 가입연령은 84세까지 올라가고 지원금 수령기한도 한국인의 기대수명을 반영해 9년 더 늘어난 84세로 됐다.

이 대통령도 은퇴고령농 노후보장과 청년농 세대교체를 위해 농지이양은퇴직불제 확대를 공약집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여러 차례 공언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기간 중인 지난 425일 페이스북에 고령농업인의 걱정없는 노후를 위해 농지이양은퇴직불금 제도를 현실에 맞게 재설계하겠다고령농업인이 청년농업인에게 농지를 원활히 이양할 수 있도록 지원해 세대교체를 촉진하겠다고 약속했다. 511일에도 이 대통령은 노후를 보장하고 세대를 잇는 농업으로 바꾸겠다농지이양은퇴직불제를 확대해 안정적인 세대교체를 추진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 사고로 생계도 어려운 상황, 농지이양은퇴직불금으로 큰 도움

장진숙(오른쪽), 김여순(왼쪽) 부부

실제 농지이양은퇴직불 사업의 혜택을 받는 농업인들은 사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올해 가입한 고흥의 한 농가를 찾아갔다.

올해 77세인 장진숙 씨와 김여순 씨는 전남 고흥에서 초등학교 졸업 후 평생 농업에 종사한 토박이 농업인 부부다.

0.66ha(6550)의 논에서 벼농사를 지으며 평범한 농업인의 노후를 보내던 부부에게 2023년 장 씨가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어두운 그림자가 덮치기 시작했다.

“202338일인가, 오토바이를 타고 논에 가는데 갑자기 앞이 안보이더라구. 그리고 기억이 나질 않아. 나중에 들으니 순찰하던 경찰이 발견해서 조치해준 것 같아. 헬멧을 쓰니 머리는 괜찮았는데 목이 나가서 수술을 4번이나 했어. 올해 설날에야 겨우 퇴원했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내 김 씨도 지난해 뇌출혈로 쓰러지면서 후유증으로 시력을 크게 상실했다. 도저히 농사를 지을 수 없고 생활비와 병원비가 급한 상황이라 지인에게 농지를 팔았지만 여전히 경제적 어려움을 벗어날 길이 없었다.

이같은 정황이 박준옥 농어촌공사 고흥지사 농지은행관리부 과장에게 포착됐다.

박 과장은 농지이양은퇴직불 사업을 이왕 하는 것 잘하고 싶어서 공시된 농지 거래내역을 모두 확인하며 고흥에 지원받을 수 있는 사람이 있는지 찾아봤다장 씨 부부를 처음 뵀을 때 생활비와 병원비가 부족해 병원도 못 갈 정도로 힘들다고 호소해 농지이양직불 사업을 소개하니 고맙다면서 어떻게 해야하는지 관심을 보였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다행히 장 씨는 농지이양은퇴직불제 가입요건인 65~84세 농업인 중 최근 10년 이상 계속 농업경영을 한 농업인 3년 이상 소유 중인 진흥지역 혹은 경지정리된 비진흥지역 농지 조건에 부합했다.

장진숙·김여순 부부가 농지이양은퇴직불사업 약정을 맺은 논.

다만 농지 거래를 구두로 해 서면 계약서를 갖고 있지 않았고 부부가 모두 건강이 좋지 못해 박 과장이 직접 발로 뛰면서 적극행정을 해야했다.

박 과장은 거래한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찾아가서 계약서를 설득 끝에 받아내기도 하고 건강이 좋지 못해 차에 태워드리면서 필요한 여러 가지 행정서류를 떼고 심사 후 적격판정을 받아 농어촌공사 직원이 댁에 직접 방문해서 계약서를 작성하고 서명할 수 있도록 했다사회적 약자로 몸이 아프고 정보를 못구해 아무런 혜택도 못 받고 살던 고령농에게 필요한 제도를 알려주고 적은 액수지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됐다고 계속 감사를 전하니 정말 필요한 사람을 지원한 것 같아 자부심을 느꼈다고 전했다.

농어촌공사 고흥지사의 적극행정 덕분에 장 씨는 매각했던 2필지, 0.66ha의 논으로 농지이양은퇴직불제의 매도(분할지급형)’ 상품을 9년 약정으로 지난 3월 가입했다. 지난 4월부터 매월 32만 원씩, 3537만 원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장 씨는 옛날에 이장할 때 국민연금 가입을 독려하면서 나는 국민연금에 가입했지만 아내는 가입하지 않은 상황에서 연금만으로는 생활비가 너무 부족했다이제는 농지이양은퇴직불금도 같이 나오면서 한 달 생활은 꾸릴 수 있게 됐다고 만족했다.

그러면서 그는 고흥 인구가 한때 24만 명이었지만 지금은 6만 명도 안되게 줄었지만 그래도 젊은 농업인들이 많아지면서 점차 살만한 동네가 되고 있다고 전하며 농업과 농촌이 잘돼야 국가도 튼튼하고 농업과 농촌이 잘되려면 청년이 많이 들어와야한다고 농지이양은퇴직불 사업을 비롯한 다양한 청년농 지원 사업이 이어지길 희망했다.

한국농어촌공사 고흥지사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