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상호관세협상, 일방적 무역장벽 철폐 강요 중단하라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농업계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미국 통상당국의 상호관세 협상에서 농축산물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가뜩이나 기록적인 폭우로 수해 피해에 허덕이는 농축산인들을 낭떠러지로 내몰고 있는 형국이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은 지난 21일 대미 통상 긴급점검회의를 주재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소고기와 농산물 수입규제 완화 등 미국 측 요구에 대한 수용 여부를 묻는 질문에 “모든 것들은 일단 테이블 위에 있다”고 언급, 사실상 농축산물이 ’협상 카드‘로 쓰일 수 있다는 점을 내비쳤다. 이에 앞서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도 지난 14일 브리핑에서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농축산물 시장 개방과 관련 “전략적 판단을 해야 할 때”라고 언급해 농업계의 강한 반발을 샀다.
상호관세협상에서 미국측이 요구하고 있는 소고기 수입 요건 완화, 쌀 시장 추가 개방, 유전자변형 농산물 수입 확대, 검역 기준 완화 등은 식량주권과 국민건강에 직결된 사안이다. 더욱이 이재명 정부는 쌀 의무수입물량 감축을 공약으로 내건 바 있어 쌀 시장 추가 개방과 정면 대치된다할 것이다. 이뿐인가. 동식물 검역은 과학적인 증거에 기반한 것이지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더 큰 문제는 통상교섭본부는 농산물 시장 개방과 관련 전략적 판단을 해야 한다고 언급하면서도 한 번도 농업계 의견을 수렴하기는 커녕 소관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와도 실무 협상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방적으로 추가 개방을 검토하면서 당사자와 단 한번도 상의하지 않았다는 것은 농업계를 기만하는 행위이며, 사회적 갈등만 부추기는 일이다.
다른 산업 분야의 이익을 위해 농업을 희생시키는 협상은 당장 중단돼야 한다. 지난 30년간 농업계는 수많은 통상협상 과정에서 충분히 희생을 감내해 왔다. 통상당국은 농업계에 더 이상의 희생을 강요할 게 아니라 미국을 설득할 다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