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농업인들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장례식 연 까닭은....
산업통상자원부 규탄 농민 500여 명…한우·사과·쌀 장례식 퍼포먼스 후계농업경영인연합 “깜깜이 협상은 농민 외면하는 것, 좌시 않겠다”
[농수축산신문=김진오 기자]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이례적인 한우, 사과, 쌀 장례식이 벌어졌다. 미국 정부의 농축산물 시장 개방 압박에 맞서 농업인을 농축산물에 빗대 위기를 호소한 것이다.
한국후계농업경영인 경상북도연합회는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한미 상호관세 협상 농축산물 장벽 철폐 반대 경북농민대회’를 열고 정부를 강하게 규탄했다. 이날 행사에는 최흥식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장, 송종만 후계농업경영인경북연합회장, 각 시·군·구연합회장을 비롯한 농업인 500여 명과 트럭 80대가 참여했다. 국회에서는 이만희 의원(국민의힘·영천·청도)이 현장을 찾아 의견을 피력했다.
이번 대회는 최근 미국이 상호관세 조정을 조건으로 농축산물에 대한 관세·비관세 장벽 철폐를 요구하고, 우리 정부가 이를 수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마련됐다.
연합회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농축산물 시장 추가 개방을 압박하는 가운데 산업통상자원부가 “전략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점을 들어 ‘정부가 사실상 농축산업 추가 개방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 해석했다. 이는 농업을 또다시 통상 협상의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태도라는 설명이다.
특히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무역장벽으로 지목한 △30개월 이상 소고기 수입금지 △과일류 검역 절차 △GMO 규제 △농약 허용물질 목록관리제도 등은 국민의 먹거리 안전과 식량주권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강조하고, 개방될 경우 국내 농업 기반이 붕괴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경북은 전국 사과 생산량의 60%, 한우 사육 마릿수의 22%를 차지하고 있어 검역 완화와 관세 철폐 시 지역 농가에 막대한 피해가 일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실제로 2012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미국산 농축산물 수입은 56.6% 증가한 바 있다.
이날 대회에 참석한 이만희 의원은 “우리나라 농업과 농업인의 일방적인 희생만을 강요하는 의도는 반드시 거둬져야 한다”며 “이 정부가 ’농업인을 받들고 균형 있는 지방발전을 이루겠다’는 약속을 반드시 지키도록 촉구하겠다”고 강조했다.
최흥식 회장은 “우리 모두는 농업 분야를 반드시 지켜내겠다는 정부의 다짐을 받기 위해 모였다”며 “농업 통상에서 이미 막대한 이익을 얻고 있는데도 졸속 깜깜이 협상으로 우려만 가중시키는 산업통상자원부와 외교통상본부장의 행태를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송종만 경북연합회장은 “오늘의 투쟁은 배고픈 역사를 모르는 세대를 위한 최후의 투쟁”이라며 “우리의 목소리는 식량주권을 포기하려는 자들에게 보내는 엄중한 경고장”이라고 현 사태를 평했다. 더해 “협상 테이블에 무엇이 올라갔고 어떤 농산물이 거래되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불투명한 정부 대응은 농업인을 철저히 외면하는 것”이라며 “우리 농업인이 허리뼈를 자르며 지켜온 논밭과 축사가 트럼프와 무능한 협상팀의 펜 끝에 팔려나가는 꼴을 두 눈 뜨고 지켜보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경북 환경농업단체연합회는 이번 농민대회를 계기로 전국 농민단체와 연대를 강화하고, 정부 협상 진행 상황에 따라 항의 방문과 국회 청문회 요구 등 후속 투쟁에 나설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