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쓸 데 없는 민생회복 소비쿠폰?

2025-07-29     이한태 기자

[농수축산신문=이한태 기자]

지난달부터 전국민의 초미의 관심사 중 하나로 부상한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쓸 데 없다’는 불만과 함께 시급한 제도 개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은 민생경제 회복을 위해 정부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오는 11월 30일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발급하는 쿠폰으로 지정된 사용처에서는 한도 내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진행 중인 1차 지원에서는 차상위·한부모가족, 기초수급자, 비수도권·농어촌 인구 감소지역 거주자 등 사회적·경제적으로 어려운 이들에게는 추가 지원도 실시해 보다 많은 이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농산어촌·인구감소 지역 등에서는 이러한 소비쿠폰을 사용할 곳을 찾기 어렵다는 토로도 있다. 특히 저소득계층의 생활과 가장 밀접한 식료품 접근성은 농산어촌·인구감소 지역 등에서 식품사막화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국 행정리 3만7563곳 가운데 73.5%인 2만7609곳에 식료품 소매점이 없으며 읍·면까지 나가도 식료품점이 없는 마을은 1만1731곳(31%)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심지어 이들 행정리 중 5.9%인 2224개 마을은 대중교통조차 이용할 수 없다.

이러한 농산어촌·인구소멸 지역에서는 이용할 수 있는 사업장이 제한적이어서 농협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이용자수가 적으니 규모가 있는 대형매장은커녕 변변한 소매점 찾기도 어렵다. 편의점 대신 담뱃가게가 드물게 있으며 은행조차 수익성을 이유로 자동입출금기(ATM)마저 없애 금융서비스도 제대로 이용하기 어렵다. 그나마 있는 게 농협 하나로마트나 농자재판매점뿐인 지역이 상당수 존재하는 것이다.

하지만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사용할 수 있는 농협 하나로마트나 자재판매장은 전국에 120개소 정도뿐이다. 전국 농축협 하나로마트가 2204개소라는 점을 감안할 때 거의 대부분의 농협 매장에서 사용이 어렵다고 보는 게 맞다.

‘법인 기준 연매출 30억 원 이하’라는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가능 사용처 기준 때문인데 농협은 신용사업과 경제사업 전체가 법인의 매출이기 때문에 연매출 30억 원 이하라는 기준은 농축협의 현실과 맞지 않다. 다만 예외적으로 소매점이 없는 면 단위 지역에서만 농협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는데 그게 120개소 정도인 것이다.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받았지만 쓸 데가 없어 쓸 수가 없는 현실을 마주한 농산어촌·인구소멸 지역 거주자를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한 이유다. 민생회복 소비쿠폰은 소상공인 지원을 통한 민생회복과 지역경제 활성화가 목적인 만큼 소상공인의 매출 증대뿐만 아니라 지역민의 사용 편의를 높여 보다 많은 국민이 혜택을 누리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