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양곡관리법 개정 논란에 부쳐 

서세욱 인천대 경제학과 초빙교수

2025-08-01     농수축산신문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조건부 매입 관련 두고 재정 부담

공익직불제 직불제와의 중복지원 우려

생산·유통 등 연계해 접근하고 정책 일관성 유지 필요

산지쌀값 하락에 대한 대책과 관련해 양곡관리법 개정을 둘러싼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즉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지난 정부에서 두 번에 걸쳐 대통령 거부권 행사가 이뤄졌으며 최종 부결 처리됐지만 신정부에서 양곡관리법 개정 추진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8일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최종 부결돼 폐기된 이후 지난 22일 기준으로 15건의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황이다.

쌀 공급량이 소비량보다 많은 구조적 과잉 국면에서 향후 쌀 수급관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는 농업정책의 주요 현안 중 하나다. 더욱이 쌀은 자급을 달성했지만 밀, 콩, 옥수수 등의 자급률이 매우 낮은 곡물자급률의 이중구조 상황에서 쌀 수급관리의 고민은 더욱 심화한다.

상기 15건의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체계는 거의 비슷하다. 개정안은 현행법과 비교해 양곡의 범위를 쌀뿐만 아니라 밀, 콩 등까지 확대하고 목적을 식량안보와 식량자급률을 제고하고 농업의 지속가능성에 이바지하는 것으로 명문화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또한 쌀의 공급량이 수요량을 상회하는 구조적 과잉 상황에서 양곡수급관리계획에 양곡의 선제적 수급조절과 재배면적 관리에 대한 근거를 마련하고 논타작물 지원에 대한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은 평가된다. 다만 이상의 법정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과 예상되는 결과와 관련해 우려 사항이 존재하고 향후 쌀 문제 해결 방안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마련돼야 할 것이다. 개정과 관련해 쟁점별로 살펴보자.

첫째, 선제적 수급조절 후 초과공급량에 대한 매입 의무, 즉 조건부 매입과 관련해서다. 비용 효율성 측면에서 접근하면 사전적 조치가 사후적 조치보다 비용이 적게 소요된다는 것은 일본의 양곡관리정책 경험에서 알 수 있다. 일본 정부는 1970년대 과잉미 처리에 따른 재정손실을 회피하고자 생산조정정책을 실시했고, 2000년대 들어서면서 정부매입은 공공비축용 20만 톤에 한정하고 전략작물직불단가를 인상하면서 비주식용 쌀 재배면적을 확대했고 주식용 쌀 재배면적은 축소했다. 다만 전략작물직불로 벼 재배에서 사료용쌀, 가루쌀, 밀, 콩으로 전환이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벼 이외의 타작물의 수익성이 벼보다 높아야 하며 벼의 수익성이 높으면 그만큼 전략작물직불 소요예산이 확대하게 돼 과중한 재정부담을 수반하게 된다. 하지만 벼에서 사료용쌀, 가루쌀, 밀, 콩으로 전작이 이뤄지면 곡물자급률 제고에는 도움이 될 것이다.

둘째, 가격안정제 관련인데 개정안은 양곡가격안정제를 도입할 계획이며 동 제도는 양곡수급관리위원회 심의를 거쳐 고시된 기준가격 아래로 시장가격이 하락하면 정부가 차액을 보전해주는 제도이고, 미곡의 경우 총생산량이 총소비량을 초과하는 경우 가격안정제도를 실시해야 한다고 의무화했다. 쌀소득보전직불제에서 공익직불제로 전환할 때 쌀 생산을 자극한다는 비판에 따라 변동직불이 폐지됐고 가격하락에 대한 안정망이 부재하다는 비판에 대한 보완책으로 가격안정제가 도입된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공익직불제가 시행되면서 기본형직불금 지급단가를 재배면적별로 역진적으로 설계했지만 공익직불제 직불금 단가가 쌀소득보전직불제의 고정직불금과 변동직불금을 합한 단가보다 높게 설정됐으므로 공익직불제와 별도로 가격안정제를 도입하면 이중지원에 대한 비판이 발생할 우려가 존재한다.

마지막으로 중장기적 관점에서 정책 전체를 패키지화해 수급조절 이외에 생산·경영·유통·구조정책 등을 연계해 접근하고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전략작물직불을 확대해 전략작목의 생산량이 증가하게 되면 수요확대가 수반되지 않는 한 가격이 하락할 우려가 존재한다. 더욱이 자본생산성의 지속적 하락으로 농업소득이 정체된 상황에서 농기계 이용 효율 증대 등을 위한 농지 이용 구조 개선 등의 여건 조성이 필요하다. 또한 가격안정제도는 공익직불제와의 정합성을 생각할 때 기준수입과 당해년 수입 사이 차액의 일정 부분을 보전하는 수입경영안정대책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수입경영안정대책은 공익직불제를 1층 지원체계, 수입보전을 2층 지원체계로 하는 다층 지원체계로 구축하고 만약 2층 지원체계로 전환한다면 현행 공익직불제의 기본형 직불단가 체계는 구조조정과 연계해 개선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 정책 변화는 생산·경영·유통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정책 결정 시 신중해야 하고 일단 결정이 이뤄지면 일정 기간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