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임위 통과한 양곡법·농안법 ‘논란’
기존 개정안보다 후퇴…비판 목소리 공공비축미 확대 계획 수입쌀 사료용 공급 조항 누락 등
[농수축산신문=이한태 기자]
국회 상임위를 통과해 오는 4일 본회의 의결을 앞둔 양곡관리법(이하 양곡법)과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이하 농안법)을 둘러싸고 뜻밖의 논란이 일고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지난달 29일 농산물 가격이 기준가격에 미치지 못할 경우 정부가 생산자에게 그 차액의 일부 또는 전부를 지급하는 가격안정제를 핵심으로 하는 농안법을 통과시켰다. 양곡법을 의결한 지 닷새 만이다.
농어업재해대책법과 농어업재해보험법을 포함해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농업민생 4법 모두가 국회 문턱을 넘는 순간을 목전에 두고 있지만 전국쌀생산자협회와 국민과함께하는 농민의길, 진보당은 이번 양곡법과 농안법이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했던 법안에 비해 크게 후퇴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쌀협회와 농민의길은 이번 양곡법 개정안이 기존 개정안에 비해 공공비축미 확대 계획과 수입쌀 사료용 공급 조항 누락, 공정가격(기준가격)의 삭제와 재배면적 감축 조항 유지, 양곡수급관리위원회가 아닌 양곡위원회 심의 등 다섯 가지 측면에서 후퇴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양곡법 개정안이 공공비축미를 국제기준보다 확대하는 대신 ‘국제기구의 권고 등을 고려해 관리한다’고 했으며 수입쌀의 사료용 공급 부분이 빠졌다는 것이다. 또한 쌀협회의 핵심 주장인 ‘양곡의 시장가격이 공정가격(기준가격) 미만으로 하락한 경우 생산자에게 그 차액을 지급하는 제도를 실시해야 한다’는 전문은 삭제됐고 법에 명시된 수급 조정 전담기구인 양곡수급관리위원회 대신 양곡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했다는 이유다.
또 쌀의 가격보장과 관련한 부분을 이관한 농안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기준가격 산정 기준을 생산비에서 경영비로 축소했고 자가노동비를 제외하는 등 낮은 기준가격을 설정되도록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기준가격을 수입안정보험과 연계해 수급정책, 감축정책에 참여한 농가만 보장받도록 하는 구조라며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쌀협회는 “양곡법 개정안은 농업인의 기대를 저버린 후퇴 그 자체였고 농안법으로의 이관은 쌀의 공공성과 양곡법 자체의 취지를 훼손하는 심각한 개악”이라며 “식량을 지키고 생존을 보장하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같은 주장에 농해수위 민주당 의원들도 입장문과 설명자료를 통해 양곡법 개정안은 ‘후퇴가 아니라 커다란 진전’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법안 내용과 심의 과정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데에서 비롯된 오해이며 입법 취지를 왜곡한 주장이라는 것이다.
공공비축미 확대 계획은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비축물량 권고사항을 법률로 명시하기에 부적합해 ‘식량자급률 목표 등을 고려해 관리해야 한다’고 변경했다는 설명이다. 또한 사료용 공급 등 수입쌀을 통제할 법적 장치는 실태조사 실시 의무화와 수입쌀 관리대책 수립 등 관리가 강화됐으며 사료용 전환, 판매시기 조정 등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등을 고려할 때 국제 분쟁의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준가격 삭제에 대해서는 재원을 양곡관리특별회계가 아닌 농안기금을 활용하는 것이 회계의 성격과 타품목과의 형평성 유지를 위해 농안법으로 이관했다고 전했다. 다만 명칭에 대해서는 진보당에서 주장하는 공정가격이 추상적 개념이어서 직접 조문화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배면적 감축 조항에 대해서는 인센티브 중심으로 추진하고 정부가 향후 강제적 재배면적 감축은 추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양곡위원회는 기존 개정안과 동일하게 법률로 상향 개정하되 용어가 반복돼 기술적으로 명칭을 약칭으로 한 것이라며 위원 구성 시에도 생산자단체 대표 5인이 포함되도록 했다고 부언했다.
농해수위 민주당 의원들은 “이번 양곡법 개정안은 위원회 권한의 법적 근거 강화, 수입양곡 실태조사와 관리대책 마련 의무 신설, 타작물 전환 인센티브 제도화, 비축물량 확대의 실효성 확보 등 대대적인 정책 개선 내용을 담고 있다”며 “국민과 농업인들이 양곡법 개정안 논의에 대한 보다 정확한 이해를 통해 법안 통과에 함께 힘을 보태 주실 것을 절실하게 당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