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고려 않는 치매정책…접근성·자원 연계 시급

2025-08-04     박세준 기자

[농수축산신문=박세준 기자] 

우리나라 치매관리 정책이 농촌의 특수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최근 ‘초고령사회 농촌의 치매관리 실태와 개선과제’ 보고서를 통해 이동지원 강화, 치매관리 체계 구축 등 서비스 접근성 제고 방안을 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치매관리 정책은 국가 책임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최근에는 지역사회 기반, 수요자 맞춤, 전문성 강화 등이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교통 불편, 분산 거주 등 농촌의 지역 특성은 충분히 고려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경연이 노인실태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농촌은 도시보다 인지기능 저하와 치매 유병률이 더 높았다. 치매검진 수검률과 치매관리 서비스에 대한 인식 역시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이와 함께 부족한 예산과 인력, 외부자원의 부재도 농촌 치매관리의 어려움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농촌 치매관리 종사자들은 “농촌에 남아 있는 치매에 대한 편견이 사회적 배제와 조기 개입 지연을 초래하고 있다”며 “접근성 열악, 동거 가족 부재 문제까지 겹쳐 적기 대응이 어렵다”고 밝혔다.

# 주요국, 치매 돌봄에 ‘농장’ 활용

농경연은 일본, 독일, 네덜란드, 노르웨이 등 주요국의 치매관리 사례를 분석했다.

일본은 지역 중심의 치매관리 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독일은 사회적 농장을 통해 치매환자에게 돌봄과 주거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일반 가정과 유사한 환경에서 치매환자를 돌보는 돌봄농장을 보건·복지 서비스 제공기관으로 인정하고 재정을 지원한다. 노르웨이에서는 인증을 받은 그린케어 농장에서 주간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며, 지자체가 이 서비스를 구매해 연계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 농촌 지역 특성을 반영한 치매관리 체계가 본격화되지 않았다. 일부 지역에서 사회적 농장이나 치유농장을 치매관리와 연계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주요국처럼 농장이 치매관리의 한 축으로 기능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은 부족한 실정이다.

# 농촌 실정 맞춘 치매 대응체계 필요해

이와 관련 농경연은 농촌 치매관리의 한계로 △지역 특성에 대한 고려 부족으로 인한 접근성 저하 △가용 자원 부족 △현실과 괴리된 서비스 운영 △낮은 인식과 편견 등을 꼽았다.

이에 따라 치매안심센터를 중심으로 지역 자원을 연계하고 치매친화적 생활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이동지원 강화 등 서비스 접근성 개선 △정보통신기술(ICT) 기술 접목과 활용 촉진 △지역 중심의 치매관리 체계 구축 △농업·농장 활용을 통한 자원 확대 등이 포함됐다.

한두봉 농경연 원장은 “농촌의 치매 유병 인구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조기 발견과 일상적인 관리가 중요한 만큼 현실에 맞는 대응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 원장은 “정부의 치매관리 정책 강화는 반가운 변화지만 농촌에 대한 고려는 아직 부족한 수준”이라며 “이번 연구가 정책 공백을 메우고 농촌 고령자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기초자료로 활용되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