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작지만 강한 생명체, 곤충 그린바이오
방혜선 국립농업과학원 농업생물부장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곤충', 대체 식량·사료를 넘어 미래 생명산업 원천소재로 확장 가능
소비자 인식 제고 병행한다면 생태와 경제 잇는 전략소재 위상 재고
‘100세 시대’,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건강한 먹거리와 지속가능한 식량 시스템에 대한 관심이 높은 시대에 살고 있다. 인구 증가와 기후위기, 자원 고갈 문제 속에서 전 세계는 ‘대체 단백질’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주목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정부 차원에서 그린바이오 소재 산업 중 하나로 ‘곤충’을 지목하고 있다. 특히 사료용·식용 곤충은 기후테크, 국민건강, 농가소득 창출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작지만 강한’ 바이오 소재로 평가된다.
곤충은 생물학적 다양성은 물론 기능적 가치를 지닌 자원으로, 누에, 고소애 등 식용곤충은 단백질, 불포화지방산, 미네랄이 풍부해 노인과 환자층의 근감소 예방 관련 식품 자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2019년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과 강남 세브란스병원의 공동연구에서 췌장암 환자가 고소애 분말을 8주 섭취한 결과, 암세포에 대항하는 면역세포 활성이 16.9% 증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고소애의 식·의학적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식품업계는 환자식, 고령친화식으로의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 유럽 식품안전청(EFSA)은 2021년 이후 식용 곤충을 ‘노블 푸드(novel food)’로 승인하고 본격적인 시장 진입을 허용했다. 국내에서도 농촌진흥청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10종의 곤충을 식용으로 인정하고 있다.
한편 사료곤충은 식품 부산물, 농산 부산물 등을 먹이로 활용할 수 있어 자원 순환형 산업으로 환경보전과 동시에 농가소득 창출을 기대할 수 있다. 가장 주목받는 사료곤충 중 하나인 동애등에(BSF, Black soldier fly)는 양계, 양어, 반려동물 사료에 이미 적용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가축 사료에서 단백질로 활용되는 어분의 자급률이 5% 미만이다. 사료곤충은 어분 대체효과가 커서 수입 사료 의존도를 낮추는 데 기여할 수 있다. 2024년 세계경제포럼에서 향후 5년 내 글로벌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10대 신기술 중 대체 가축 사료로 동애등에를 지목한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러한 추세 속에서 우리나라도 정부 차원에서 ‘곤충산업 육성법’을 제정하고 곤충산업 종합계획(2021~2025)을 수립해 곤충을 기능성 사료뿐만 아니라 다양한 바이오소재로 활용하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곤충’이 단지 대체 식량이나 사료에 머물지 않고, 미래 생명산업의 원천소재로 확장 가능하다는 점이다. 곤충 유래 단백질과 키틴·키토산은 면역 기능, 장 건강, 피부 개선, 항염 작용 등 다양한 기능성이 입증되고 있어, 건강기능식품이나 의약 소재로서도 높은 부가가치를 가진다.
지난달 16일 국가 그린바이오산업 6대 분야 중 하나인 곤충산업의 마일스톤, ‘곤충산업 거점단지’ 착공식이 춘천에서 열렸다. 거점단지 내 스마트팩토리팜은 인공지능(AI)기반의 시스템으로 먹이를 공급하고 온습도를 조절하는 등 최적의 사육환경에서 곤충을 키우는 첨단시설이다. 그동안 균일한 품질의 곤충 대량생산을 기다려 온 산업계는 크게 환영했다. 농가들은 곤충알을 생산해 스마트팜에 공급함으로써 수익을 창출하게 된다. 강원 춘천을 시작으로 경북 예천, 전북 남원 등 곤충거점단지 조성사업은 농업의 전후방산업과 연계해 K-곤충산업을 이끌어 갈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 사료용 곤충과 식용 곤충은 단순히 새로운 먹거리나 사료 자원을 넘어, 100세 시대의 건강한 삶, 농가의 소득 기반 다변화, 기후변화 시대의 지속가능한 생태전환을 이끄는 핵심 열쇠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민간이 함께 협력하여 연구개발과 제도 마련, 소비자 인식 제고를 병행한다면, 곤충은 더 이상 ‘특이한 식품’이 아니라 생태와 경제를 잇는 전략산업으로써 위상을 갖추게 될 것이다. 우리는 지금 곤충이라는 ‘작은 거인’이 만들어 낼 변화의 시작점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