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메탄저감제 평가 개선의 여지는 없는가

안희권 충남대 동물자원학과 교수 지금 필요한 것은 실행 가능한 변화 단순 장비 선택 문제 아닌 장기적으로 탄소중립 실현·국제 협약 대응 국내 축산기술 주권 확립이 먼저

2025-08-12     농수축산신문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지난해 가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한우용 메탄저감제가 등록됐다. 정부는 축산업의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메탄저감제 평가를 수행할 실험기관을 지정하고 해당 기관의 평가를 거친 제품에 대해 사료공정심의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등록하는 절차를 마련했다. 

메탄저감제란 가축의 장내 발효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를 기존 사료 대비 10% 이상 줄이면서 생산성과 축산물의 안전성에 영향을 주지 않는 기능성 첨가제를 말한다.

메탄저감제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과학적으로 저감효과가 입증돼야 하며 가축의 건강과 생산성 저하가 없어야 한다. 이러한 메탄저감제는 축산 부문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핵심 수단 중 하나로 평가된다.

정부에서 저메탄사료 보급을 활성화하기 위해 마리당 한우는 연간 2만5000원, 젖소는 5만 원의 사료비 지원금을 책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저메탄사료로 인한 사료비 상승이 당초 예측한 kg당 35원을 초과함에 따라 농가의 부담이 커졌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실적인 비용 구조를 반영한 지원금 조정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저메탄사료의 효과를 객관적이고 신뢰성 있게 검증할 수 있는 평가체계다. 현재 국내 주요 평가기관들은 대부분 외국산 장비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 장비의 연간 유지비용은 약 1500만 원에 이른다. 문제는 해당 장비가 분석 결과를 1차 가공된 형태로만 제공하고 원자료(raw data)에 대한 사용자 접근이 제한된다는 점이다. 이는 마치 ‘내 손으로 일하지만 판단은 남이 내리는’ 형국이라 할 수 있다.

장비는 국내에서 운영되지만 핵심 데이터의 해석과 통제는 외부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평가 결과에 대한 투명성과 기술 자립성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결국 우리는 외국 기술을 사용하면서 생긴 의존 구조 속에서 평가 주도권을 상실하고 있는 셈이다.

이와 유사한 구조적 문제는 퇴비 부숙도 의무 검사 제도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환경부는 해당 제도를 시행하면서 분석 장비를 미국 솔비타(Solvita)와 국내 콤백 제품으로 한정했다. 연간 15만 건의 검사가 이뤄지므로 시료 당 사용하는 분석 키트 단가를 기준으로 추정할 때 분석 장비를 제외한 소모품 시장만 해도 연간 약 10~30억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특정 장비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비용 부담뿐만 아니라 장비 선택의 다양성과 기술 경쟁 환경도 위축되고 있다. 무엇보다 아쉬운 점은 필자를 비롯한 많은 전문가들이 퇴비 부숙도 검사 방법 고시의 개선 필요성을 꾸준히 제안했음에도 아직까지 관련 제도에 실질적인 변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내에서도 분석 원리에 기반한 다양한 기술적 접근이 가능하며 이를 뒷받침할 연구 역량도 충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도적으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는 현 상황은 더 유연하고 개방적인 정책 검토의 필요성을 보여준다.

앞으로는 이러한 다양한 기술들이 현장에 적용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다변화하고 국산 기술 개발을 장려하는 방향으로의 논의가 이어지길 기대한다.

저메탄사료의 보급이 확대되고 인증제도가 본격화될 경우 국내 평가 시장의 규모는 수십억 원대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이처럼 파급력 있는 정책 기반이 특정 외국산 장비에 편중되고 평가 데이터를 국내에서 직접 분석할 수 없는 구조라면 공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불균형 속의 확산’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여러 사례를 통해 경험했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변화다. 외국산 장비를 사용하더라도 원자료에 대한 국내 평가기관의 접근과 활용이 가능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더불어 국내 연구기관과 민간기업이 메탄저감제 효능 평가 장비를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상용화할 수 있도록 기술개발(R&D)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다양한 기술 기반의 장비들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는 노력도 뒤따라야 한다.

이는 단순히 장비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장기적으로 탄소중립 실현, 국제 협약 대응, 그리고 국내 축산기술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기술 주권을 확립해야 하는 문제다.

메탄저감제 인증제는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요구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국산 기술로도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고 본다. 지금이야말로 모두가 함께 지혜를 모아 대응해야 할 시점이다. 정부가 주도한 제도는 공정하게 운영될 때 신뢰를 얻을 수 있고 산업도 자생력을 가질 수 있다.    

메탄저감제 인증제가 우리 축산업에 제대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국산화와 데이터 접근의 공정성 확보가 우선돼야 한다. <본란의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