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정해덕 서울경기항운노동조합 위원장
직업안정법 개정…하역노동자에 대한 모순된 판례 바로 잡을 듯
[농수축산신문=김진오 기자]
“하역업계에 처음 들어온 것은 1980년대 중반 용산시장 시절입니다. 당시에는 겨울이 오면 서울도 눈이 많이 내려 발이 푹푹 빠졌고 기계화도 제대로 되지 않아 하역노동자 수요가 많아서 먹고 살기 위해 문을 두드린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정해덕 서울경기항운노동조합 위원장은 40년간 묵혀둔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서경항운노조는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출하된 농산물의 하역을 맡는다. 생산자가 출하한 농산물이 제값을 받을 수 있도록 안전하게 하차하고 경매 이후에는 빠른 시간 안에 중도매인 점포로 운반해 품위를 유지시키는 것이 주된 업무다.
정 위원장은 “당시에는 일을 가릴 여유가 없어 주변의 권유로 용산시장 노동조합에 들어가며 노동계와 첫 인연을 맺었다”며 “당시의 올드보이들은 아직도 만나 미숙할 때 일했던 얘기를 하며 웃곤 한다”고 회상했다.
어쩌면 시류에 휩쓸리듯 노동조합을 맡게 된 정 위원장이었지만 자신이 맡은 일만큼은 허투루 하지 않았다고 자부했다.
그는 “위원장으로 있으면서 정력적으로 추진한 과제 중 하나가 가락시장 노동자의 산재보험 가입 성사”라며 “가락시장 노동자는 4대 보험에 제대로 가입할 수 없는데 오랜 요구 끝에 2016년 산재보험 관리기구를 만든 것이 성과”라고 말했다.
이어 “지역주택조합을 만들어 아파트를 공급하기도 했다”라며 “당시 강동구청을 이해시키는 데 정말 힘들었다”고 심경을 전했다.
현재 정 위원장이 주력하는 과제는 직업안정법 개정이다. 그에 따르면 현행 법은 하역노동자를 근로자로 보기도 하고 사용자로 보기도 한다. 모순된 판례가 쌓이면서 법적 태도가 일관되게 유지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는 “하역노동자는 이런 애매한 법의 틈바구니에 갇혀 사회의 구성원으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며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해 학계 전문가들에게 용역을 발주했고 조만간 결과가 나오면 고용노동부를 통해 법 개정을 시도해 우리의 위치를 확고히 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정 위원장은 끝으로 “노동자는 회사에 불편한 소리를 하기 어려운 법이고 그래서 권위를 내려놓을 수 있는 노조가 없으면 사용자와 노동자 간 소통이 단절되기 마련”이라며 “사업장 노조를 긍정적인 마인드로 보고 소통 창구로 활용한다면 회사가 시끄러울 일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