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KMI 공동기획] 어촌여지도 ⑭ 제주 동카름 김녕에 싹튼 바다생활권과 청년들의 고군분투 이야기
박상우 KMI 어촌연구부장 “혼저옵서예~” 청년마을기업과 해녀삼춘이 만나 마을관광 활성화 일궈 김녕 해녀장터‧해녀마을스테이‧체험관광 등 제주 관내 관광객 유치에 ‘주력’ 소득‧일자리 창출…현안 해결 해법
[농수축산신문=김동호 기자]
마음은 아직 피끓는 27살의 청년이지만 몸은 어느 덧 50세를 훌쩍 넘어서 그런지 이른 새벽 제주행 비행기를 탑승하기 위해 공항까지 가는 자가운전은 고된 하루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출장길 옷차림에 협소한 자리에 착석해 있지만 언제나 제주행 비행기는 가족, 연인, 친구 등의 여행객들 사이에서 잠시나마 설렘과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하다. 이번 제주행은 지난해 ‘연어톡’과 정책토론회에서 만나 제주에서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누기로 약속했던 청년어업인과 귀촌인들과의 만남이었다.
제주 방언으로 ‘카름’은 작은 마을이나 동네를 의미하며, 동쪽의 작은마을 동카름 김녕은 제주 해녀문화의 중요 거점으로 전통적인 방식으로 수산물을 채취하는 해녀들의 삶과 공동체 문화가 응축된 마을이다. 지난해 ‘연어톡’에서 만났던 (사)구좌마을여행사협동조합 박근현 이사가 특유의 환한 미소를 머금고 성큼성큼 2층 사무실의 계단에서 내려와 우리 일행을 반갑게 맞이하며 그들의 도전과 성장과정에 대해 들려줬다.
# 지역청년들과 함께 시작한 마을여행사 협동조합
구좌읍 김녕어촌계는 소라, 톳, 성게 등 해녀어업 중심으로 어선세력이 크지 않은 반농반어의 어촌마을이다. 코로나19가 대유행이었던 2020년에 마을청년 박근현 씨는 제주 바다마을의 매력을 발굴하고 나누기 위한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기계공학 박사인 그는 대학교의 출강 등 안정된 일자리 보다 지역의 청년들과 함께 마을사업에 관심과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사)구좌마을여행사협동조합은 2020년 제주도가 지역균형발전사업 2억 원 규모의 지원을하며 협동조합 설립과 사업구상을 마련하는데 초석이 됐다.
마을관광 활성화를 목적으로 하는 구좌마을여행사협동조합은 지역 청년 12명으로 구성된 청년마을기업으로 제주 관내 관광객을 마을로 유인할 수 있는 마을여행 콘텐츠와 프로그램 개발과 홍보활동을 운영·확대하고 있다.
박 이사는 협동조합의 소득사업이 다양해지면서 고용인력은 늘어나 외형적인 성과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조합원으로 참여기회를 확대하는데 어려움을 이야기한다. 그는 제주도의 많은 마을에서 협동조합 등 사회적경제조직을 통해서 마을사업에 참여하고 있지만 공동체 구성원 대부분이 참여하는 경우에는 책임있는 역할과 활동이 어려워 결국 갈등 등의 여러 사유로 이완·해체되는 사례를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구좌마을여행사협동조합도 기존 마을공동체와의 상생·협력 방안을 통해 마을사업의 지속성을 찾고 준조합원을 도입, 마을사업 확대에 따른 안정적인 고용과 협동조합의 확장성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다.
# 공동체 × 구좌마을여행사협동조합 : 상생·협력의 긴 여정
구좌마을여행사협동조합의 청년들은 자신들의 조직 정비와 더불어 김녕 동카름의 마을회와 어촌계(해녀삼춘)와의 협력방안을 찾는 작업에서부터 시작했다. 김녕지역은 운영주체 부실화 등 유휴시설로 방치되고 있었고 김녕새마을회에서도 방치되고 있는 건물은 고민이 컸던 애물단지와 같은 것이었다. 마을청년들은 2022년 마을회 등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건물 내에 협동조합 사무실, 마을관광 안내소, 워케이션, 마을호텔, ‘삼춘카페’ 등을 조성‧운영하고 있다.
마을청년들은 김녕어촌계, 특히 해녀삼춘과의 협력방안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도 어려웠다고 말한다. 마을여행사협동조합은 김녕마을의 가장 차별화된 제주다움과 동카름다운 것이 해녀체험이라고 봤다. 이를 위해 체험관광객이 해녀삼춘과 함께 ‘바당’에서 수산물을 채취하면서 해녀어업과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체험활동 후 수산물을 함께 시식하는 체험프로그램 도입이 꼭 필요했다. 하지만 제주 토박이인 마을청년 요청에도 어촌계와 해녀삼춘들은 마을여행사협동조합과의 협력 보다는 그들의 어업활동에 방해가 되지 않는 것을 원했다.
마을청년들은 ‘물마중’으로 해녀삼춘과 청년 간 수개월 라뽀(Rapport)를 통해서 신뢰 형성과 협력방안을 찾을 수 있게 됐다. 해녀삼춘과 로컬크리에이터가 함께하는 김녕해녀장터와 해녀마을 스테이(2박 3일), 해녀체험관광 등 공동체가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이끌어낸 것은 청년들의 노력이 성과를 거두는데 밑거름이 됐다.
사업시행자 지자체를 중심으로 마을공동체가 소득사업 등 주도적인 역할과 참여를 위해서 역량강화사업 등이 시행되고 있다. 기존 마을공동체의 역량부족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추진되기 때문에 유휴시설 양산과 장기간에 걸쳐 방치되거나 제3자에게 임대·운영하는 방식으로 전환돼 당초 목표했던 사업성과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마을사업에서 초고령화된 공동체가 무리한 사업계획으로 부실화되지 않도록 마을 내·외부 청년의 참여기회를 높이고 마을공동체와의 상생과 협력이 강화될 수 있도록 생태계를 조성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구좌마을여행사협동조합이 마을공동체와의 긴밀한 협력·상생의 긴 여정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 김녕 동카름에서 쏘아올린 청년마을기업의 혁신적인 도전
구좌마을여행사협동조합은 창립과 코로나19 이후 행정, 유관기관, 대학 등과 교류·협력을 통해 다양한 사업을 전개해 오고 있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의 마을공동체사업 제33호점, 제주혁신플랫폼 지역문제해결 지원사업, 제주대학교 산·학·연 교육과정 협약, 해양수산부 바다가꿈프로젝트 등으로 마을사업 내실화를 도모했다. 마을여행사협동조합은 ‘타고’ 스마트 모빌리티와 ‘패트로’라는 폐플라스틱 분쇄기 등 핵심기술을 보유해 특화된 체험프로그램으로 연계시켜 운영하고 있다. 특히 구좌마을여행사협동조합은 지난해 2월 ‘에코포인트를 활용한 친환경 관광서비스 시스템’과 ‘ESG기반 관광서비스 플랫폼 시스템’ 등 2건에 대한 특허출원과 ‘해녀마을 스테이 in 김녕’이라는 새로운 체험관광프로그램을 출시함으로써 다른 지역과는 차별성을 높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또한 해녀삼춘의 어획물과 해녀체험상품의 판로를 다각화 하기 위해 해녀장터를 운영하고 ‘야놀자’, ‘와디즈’를 통한 마을 마케팅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그 결과 수익사업의 매출규모는 2022년 1억500만 원에서 지난해 3억5000만 원으로 늘었고 직접적인 고용도 7명으로 지속적인 확대가 예상되고 있다. 특히 마을여행사협동조합이 김녕마을 100여 채가 빈집으로 방치되는 지역문제를 단계적으로 해결해 나가기 위한 동카름의 비전을 설정하고 그 실행방안으로 5억 원 규모의 제1호 빈집을 구매, 마을호텔로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다만 마을여행사협동조합은 지속적으로 국민적인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는 해양레저를 해수욕장 개장기간 2개월 이외에 연중 운영을 희망했으나 관행적으로 추진됐던 지자체의 공유수면 점·사용 인허가는 현장수요를 적절하게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청년마을기업은 해양레저시설 공유수면 점·사용의 기간을 10개월 정도로 늘려 마을사업 수익성 제고와 연중 상시 고용인력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제도적인 개선을 건의할 예정이며 이에 대한 제주도의 제도적 개선을 위한 검토도 외부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추진하고 있다.
# 청년이 다시 돌아오는 어촌 생태계 전환과 바다생활권 활성화
지난 6월 통계청에서 발표한 귀어·귀촌인수은 585명으로 이중 청년비율이 14.2% 수준으로 2015년 1073명(19.3%)에 비해서 급격히 감소했다. 정부와 지자체의 지속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에게 어촌사회의 진입장벽은 여전히 높고 어업활동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크게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청년들이 관심과 흥미를 갖고 어촌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근원적인 생태계의 변화를 도모해야 한다. 전통적인 어업방식을 고수하면서 청년을 유입시키는 현행 정책으로는 쉽게 해답을 찾기가 어려울 것 같다. 어업생산에서 유통, 제조가공, 관광서비스 등의 영역으로 정책범위를 과감하게 확대하고 어업활동을 포함해 뜻을 같이하는 청년이 주도하는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등 사회적경제조직을 설립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사람과 공동체 활동 지원에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인프라 중심으로 투자해 온 지난 정책들의 과오를 계속해서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 기존 어촌공동체와 마을사업을 통해서 상생·협력의 가치는 지속가능성과 다양한 성과를 창출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지역재생의 지원체계와 사업방식을 과감하게 전환해야 한다. 청년이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어촌사회의 생태계는 거버넌스, 기술, 기제의 융합과 변화를 빠르게 수용할 수 있는 법과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
어촌은 정주인구와 인프라 전달체계를 기반으로 하는 생활권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지만 바다를 기반으로 하는 경제, 여객·화물 물류기반을 고려한 바다생활권을 중점적으로 활성화시켜야 한다. 바다생활권 내 지역자원을 촘촘하게 연결하고 이를 통해서 소득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혁신적인 사업발굴과 단계적 실천적인 이행으로 누적된 어촌사회의 현안·현장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