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재배로 농가 소득·물가 안정 ‘두 마리 토끼’

현장 배추 출하전진기지 ‘대관령원협 채소 출하조절시설’을 가다 계약농가 정식·물 관리·제초만 전담 농협 생육·방제·수확·저장·판매 책임

2025-09-16     김진오 기자

[농수축산신문=김진오 기자]

지난 10일 배추 출하의 전진기지인 1만4215㎡(4300평) 규모의 대관령원예농협 채소 출하조절시설을 찾았다.

관리자의 손짓에 따라 거대한 저장고 문이 열리자 서늘한 냉기가 흘러나왔다. 안에서는 막 수확한 배추가 차례로 예냉 과정을 거치며 장기 저장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곳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와 농협경제지주가 수급 조절을 위해 운영하는 비축 기지로 165㎡ 저장고가 18동, 330㎡ 저장고가 2동이 들어서 있다.

대관령원협은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 배추와 여름 무를 각지에서 계약재배로 들여와 저장·판매까지 일괄 관리한다. 계약재배 지역만 예산, 충주, 문경, 영양, 봉화, 함안, 사천, 순창, 해남, 평창, 강릉, 정선, 진도 등 13개 지역에 달한다.

계약 농가는 정식과 물 관리, 제초까지만 신경 쓰면 되고 이후 생육 관리, 방제, 수확, 저장, 판매는 농협이 전담해 수급 조절 역할을 하고 있다. 신영주 대관령원협 채소사업소장은 시설을 안내하며 “농가는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받고 농협은 물가 안정에 기여하는 구조”라고 정리했다.

시설의 사업 효과는 말할 것도 없다. 시설에 비축돼 시장에 방출한 배추 물량은 △2022년 9850톤 △2023년 8400톤 △2024년 9150톤 △올해 지난 8월까지 6850톤에 달한다. 이외에도 시장에 방출하지 않는 중간 크기 이하 배추들은 김치 공장이나 만두 공장 등으로 공급된다. 배추는 사이즈에 따라 유통망이 매우 체계적으로 분리된 작물이기 때문에 가능한 방식이다.

이 같은 실적에 따라 최근에는 봄 배추 계약재배 면적을 5600톤, 고랭지 배추는 2200톤까지 확대했다.

이처럼 10년을 넘는 시간 동안 수급조절의 최전선에서 분투해왔지만 최근에는 고민이 있다. 대관령원협의 조합원은 약 940명으로 대부분 지역 농가다. 또 연간 취급 물량은 6만 톤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 하지만 농협이 전량 매집·판매를 맡는 만큼 손실 부담도 모두 농협 몫이다. 이를 보전하기 위해 보험과 정부 자금을 활용하고 있지만 기후변화와 소비 패턴 변화로 매년 수급 조절이 쉽지 않다.

신 소장은 “고랭지 배추는 한국인이 여름에도 김치를 먹을 수 있도록 철저히 기획해 만들어 낸 작물”이라며 “하지만 김치 소비 감소와 기후 불안정이라는 두 가지 악재가 기반 자체를 뒤흔들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