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향분석도 안됐는데 양식어류 긴급 방류…해양 생태계 ‘빨간불’

올해만 9270만 마리 방류 영향분석‧사후 모니터링 ‘전무’ 강한 육식성 조피볼락 대량 방류로 수산자원 감소 우려 양식 어류 방류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시급

2025-09-19     김동호 기자

[농수축산신문=김동호 기자]

지난달 26일 팔봉면 고파도리 해역에서 진행된 양식어류 긴급 방류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연관은 없음

 

해양수산부가 수산자원과 해양생태계에 미칠 영향도 분석하지 않은 채 양식어류를 긴급방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에 따르면 긴급 방류하는 양식어류의 전염병 검사건수는 2022년 14건 131만4000마리, 2023년 47건 426만5600마리였고 지난해에는 한 건도 없었다. 올해는 132건 9270만545마리로 급격히 증가했다. 어종별로는 조피볼락이 가장 많았다. 2022년에는 조피볼락이 7건으로 70만4000마리였으며 2023년 32건 321만800마리, 올해는 95건 713만2938마리였다.

문제는 양식어류의 긴급 방류가 수산자원과 해양생태계에 미칠 영향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국제적으로는 육종된 양식어류가 자연생태계로 탈출하거나 방류하는 것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는 육종된 양식어류의 유전적 다양성을 확보하기 힘든 데다 생태계에 미칠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등 육종된 연어 등을 양식하는 국가들은 관련 법령을 통해 양식장의 연어가 탈출하지 못하도록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고수온, 적조 등 자연재해로 인해 양식어류의 대량폐사가 우려될 때 수산종자방류지침 또는 적조발생해역 양식어류 긴급 방류 지침에 따라 양식어류를 방류할 수 있도록 관련 지침을 마련·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양식어류의 방류에 따른 영향이 분석되지 않은데다 방류 이후 모니터링도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어류양식업은 주요 양식업 선진국들과 달리 장기간에 걸쳐 육종이 이뤄진 품종은 넙치 정도에 그치고 있다. 이외의 양식어종들은 자연상태의 친어를 포획해 치어를 생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양식어류를 긴급 방류하더라도 해당 어종의 유전적 다양성이 극도로 악화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특정 해역에 일정 이상 크기까지 성장한 양식어류가 대량으로 방류될 경우 수산자원과 해양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수산자원분야의 한 전문가는 “과거 양식어류 긴급 방류를 검토할 당시 수산자원분야의 전문가들은 양식어류의 긴급 방류가 바다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우려를 표하기는 했으나 긴급 방류를 하는 것으로 결정됐다”며 “제도적인 한계와 양식현장의 필요성 등으로 긴급 방류가 많이 이뤄지진 않았으나 방류이후에도 모니터링이나 생태계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는 검증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에서 해상가두리양식업을 통해 생산되는 주요 양식어종들이 강한 육식성을 보이는 어종이라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국내 어류양식업 생산량은 2005년 8만1437톤에서 2009년 10만9516톤까지 늘었다가 이후 감소해 8만톤 전후를 기록하고 있다. 어종별로 살펴보면 조피볼락은 2만 톤 전후를 기록하다 지난해에는 1만4513톤까지 줄었다. 또한 참돔이 5000톤~6000톤, 가자미류는 2020년대에 접어들며 빠르게 늘어 지난해 8198톤을 기록했다. 이들 어종은 모두 강한 육식성을 보이는 어종으로 해상가두리 양식어류 중 숭어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강한 육식성을 보이는 어종인 셈이다.

특히 올해 대량으로 방류가 이뤄진 조피볼락은 강한 육식성과 탐식성을 보이며 회유를 하지 않는 어종으로 특정수역에서 서식환경에 맞는 지역을 찾아 움직이는 정도로만 이동한다. 즉 방류된 조피볼락이 해당 수역에 서식하는 치어를 먹어치우면서 해양생태계의 다양성을 떨어뜨리고 수산자원에는 오히려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립수산과학원 관계자는 “현재까지 양식어류를 긴급 방류하는 것이 해당 수역의 수산자원이나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한 연구는 없었다”며 “다만 앞으로 고수온이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양식어류의 방류가 자원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추적조사하고 관리하는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를 전담하는 기관조차 없는 실정이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양식 어류의 긴급 방류 과정에서 방류될 어류의 질병이나 기생충 검사를 맡고 있을 뿐 연근해자원과와 양식연구과 모두 긴급 방류된 양식어류가 바다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연구하지 않고 있다. 또한 재해대응을 담당하는 기후변화연구과에서도 해당 조사 등과 관련해서는 알지 못하는 실정이다.

수산종자산업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수산자원공단도 마찬가지다. 방류종묘인증제를 운영하는 공단 생명자원실에서는 수산자원조성을 위해 방류되는 종묘를 관리할 뿐 긴급 방류되는 양식어류에 대해서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며 수산종자산업진흥센터 역시 마찬가지였다.

수산업계의 한 전문가는 “가두리 양식장에 있던 어류가 대량으로 바다에 방류되면 해양생태계의 먹이사슬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으며 특히 이동범위가 넓지 않으면서 강한 육식성을 보이는 조피볼락이 대량으로 방류된다면 해당 지역의 치어자원에 악영향을 주는 것은 당연하다”며 “양식어류의 긴급 방류는 원칙적으로 해서는 안되는 행위이며 필요하더라도 수산자원과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 검증된 이후에만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김은희 (사)기후해양정책연구소 대표는 “기후 변화로 인한 반복적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 없는 양식어류의 방류는 재고돼야 한다”며 “방류된 어종들이 초래할 해양 생태계 먹이사슬 교란이나 토착 어종에 대한 영향 등이 매우 우려되는 만큼 근시안적인 대응 보다는 방류된 어류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