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자영업 트렌드’가 ‘임직원 소양’이었던가
[농수축산신문=김동호 기자]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교보생명의 창립자 고 대산 신용호 회장은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교보문고 표지석에 이같은 문구를 남겼다. 신 회장이 16살부터 천일독서를 실천한 경험에서 비롯된 이 말은 책과 독서의 가치를 보여준다.
책과 관련한 명언은 매우 많은 편이다. 근대 철학을 연 철학자이자 수학자인 데카르트는 ‘좋은 책을 읽는 것은 과거 몇 세기의 가장 훌륭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과 같다’는 말을 남겼고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는 ‘독서하기 위해 시간을 내라. 그것이 지혜의 원천이다’라고 말했다. 안중근 의사는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는다’고 전했고 송나라 진종은 ‘편안히 살고자 높은 집을 지을 것 없네. 책 속에 저절로 황금이 있다’고 권학시를 썼다.
독서의 가치를 기념하는 날도 지정됐다. 매년 4월 23일은 유네스코가 1995년 지정한 국제 기념일로 세계인의 독서를 증진하기 위해 제정된 날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책을 읽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반면 이해하기 어려운 도서 구매도 있다. 수협중앙회의 한 자회사에서는 세계 독서의 날을 맞아 ‘2024 자영업 트렌드’를 대량으로 구매, 임직원들에게 배포했다고 한다. 해당 책을 받은 사람들이 자영업을 영위하거나 자영업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매우 고마운 일이겠지만 성실하게 직장을 다니고 있는 직원들에게는 사실상 아무런 의미가 없는 책에 가깝다. 심지어 이같은 도서 구매는 해당 자회사의 창사이래 처음 있는 일로 목적은 ‘임직원 소양’을 증진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과연 그 자회사가 말하는 ‘임직원 소양’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직원들이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이라도 하길 바랐던 것일까?
사실 모두가 알지만 말하지 않는 사실이 있다. 해당 회사 임직원의 누구도 원하지 않았던 책을 구매하게 된 배경에는 한 수산전문지의 강한 요구가 있다는 점이다.
수협중앙회는 어업인의 사회‧경제적 권리를 신장하기 위해 존재하는 조직으로 그 직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필요한 책이라면 얼마든지 구매할 수 있다. 하지만 수협의 직무와 무관한 책을 이유도 없이 대량으로 구매하는 것은 어업인의 자산에 손실을 끼치는 행위다.
협동조합 임직원에게 필요한 것은 자영업 트렌드가 아니라 협동의 가치와 중요성을 알려주는 책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