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한국수산자원공단 공동기획] 미래를 여는 청년어업인 ② 문찬양 선장
바이올린 교사에서 선장으로…어선청년임대사업으로 어업 첫 발 해양레저가 좋아 부산서 영덕으로 귀어는 취미 아닌 생업 조업없는 날은 다양한 부업 실시 후배 귀어인 멘토로 어촌정착 돕고파
[농수축산신문=김동호 기자]
“어선청년임대사업은 저를 살린 사업입니다. 오랫동안 경북 영덕군에서 살아온 만큼 임대사업을 하지 않았더라도 후계어업경영인으로 선정받을 수 있었겠지만 임대사업을 통해 제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충분히 배울 수 있었습니다.”
어선청년임대사업을 통해 경북 영덕군으로 귀어한 문찬양 임진호 선장은 어선청년임대사업 덕에 어업을 경험할 수 있었다며 운을 뗐다. 문 선장으로부터 어선청년임대사업을 통한 귀어 이야기에 대해 들어봤다.
# 해양레저가 좋아 어업에 뛰어든 재촌 귀어인
부산 출신으로 부산에서 대학까지 졸업한 문 선장은 해양레저가 좋아 경북 영덕군에 정착한 케이스다. 부산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한 그는 어업을 하기 전 경북 영덕군에서 아이들에게 바이올린을 가르치는 일을 했다.
문 선장은 “부산에 있을 때부터 스킨스쿠버와 낚시를 매우 좋아했는데 특히 대마도에서 낚시 가이드를 할 정도로 해양레저에 푹 빠져있었다”며 “2008년부터는 영덕에 위치한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바이올린 방과후 교육과 개인 교습을 하면서 영덕군에 완전히 정착하게 됐다”고 말했다.
2008년부터 영덕에서 지내온만큼 그는 지역사회에는 비교적 수월하게 정착할 수 있었다. 지금은 한국해양구조협회 영덕구조대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데 지난 3월 동해안 산불 당시 주민 구조활동에 나서기도 하는 등 지역사회에서 적극 활동하고 있다.
# 무대연출 등 부업 통해 소득 확보
문 선장은 어선어업뿐만 아니라 지역 내에서 다양한 부업을 통해 추가 소득을 확보하고 있다. 이는 동해안 지역의 어업여건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문 선장이 임차한 배 선적지인 축산항 일대의 경우 한 달에 10~15일 정도 가량을 조업한다. 이는 동해안 일대의 기상의 영향이다.
그는 “서해나 남해지역은 성어기에 거의 모든 날을 조업할 수 있는 경우가 많은데 동해 일대는 성어기라 하더라도 풍랑주의보가 발령되면 발령 전후로는 조업을 하기 어려워 한 달에 10~15일밖에 조업할 수 없다”며 “귀어를 했다고 해서 단순히 어업만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것이 쉽지는 않은만큼 귀어를 하는 사람은 무조건 배만 타서 수익을 낼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손이 모자라는 어가를 돕는 일이나 하역 등 여러 가지 일을 하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그는 조업을 나가지 않는 날에 다양한 부업을 하고 있다. 오랫동안 스킨스쿠버를 했던 경력을 살려 다른 어선 프로펠러에 끼인 로프를 제거하는 일이나 양륙장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일을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무대연출 등 여러 부업을 함으로써 소득을 올리고 있다. 이처럼 문 선장이 어선청년임대사업을 통해 조업을 하고 해양구조대 활동도 적극적으로 하다보니 이제 지역에서 사람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먼저 연락을 하기도 한다는 것이 문 선장의 설명이다.
문 선장은 “보통 시간당 1만5000~2만 원 정도가 책정되는데 어선청년임대사업을 통해 조업을 하면서 다양한 부업을 병행하다보니 지역사회에 정착이 더 쉬웠다”며 “지금은 축산항에 선적을 둔 어느 어가에 가더라도 커피한잔은 얻어먹을 수 있을 정도로 친분이 쌓였다”고 말했다.
# 선주의 적극적 지원이 안정적 정착의 기반
문 선장이 영덕에서 어업을 이어나갈 수 있는 것은 선주이자 멘토인 전대헌 선장의 든든한 지원이 있기에 가능했다. 문 선장이 운영하고 있는 임진호의 선주이자 스스로도 어업을 영위하고 있는 전 선장은 한국해양구조협회 영덕구조대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영덕에서 식당과 해양레저사업도 하고 있다.
문 선장은 “한국수산자원공단의 어선청년임대사업이나 경북도가 운영하고 있는 마린보이 사업 모두 귀어를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멘토링을 해주는 데 이는 멘토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라며 “좋은 멘토가 있으면 귀어인이 어촌정착에 필요한 지식뿐만 아니라 어업을 하는 과정에서 귀어인이 직면하는 크고 작은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 선장은 자신의 배를 임차한 문 선장에게 필요한 어업기술부터 어선의 관리, 정비, 어장에 대한 정보 등 어업을 영위하는데 필수적인 지식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규칙이나 어촌에서 할 수 있는 일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 문 선장의 귀어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 아이들 체험활동에도 좋은 선택
문 선장이 쉬지 않고 여러 부업을 하는 이유 중 하나는 12살, 10살, 8살 아이를 둔 가정의 가장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의 아내 역시 부산 출신으로 2014년 문 선장과 결혼 후 경북 영덕군으로 이주했다.
영덕군은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여건을 갖추고 있다. 여느 어촌마을처럼 학생의 수가 적기는 하지만 학교에서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마련, 아이들이 도시의 아이들보다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이들이 영덕군에서의 생활을 좋아한다는 것이 문 선장의 설명이다.
그는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는 도시보다 외부활동이 훨씬 많고 캠핑이나 체험활동 등도 다양하게 할 수 있다”며 “지역으로 내려오면 도시에서는 스스로 해야하는 것들에 대해서도 지자체나 교육청 등에서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어 아이들을 돌보고 가르치는데 비용도 적게 들고 아이들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만 지식을 습득하기 위한 공부는 도시지역이 어촌마을보다 유리하기 때문에 아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올해부터 2년간 부산에서 지내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 귀어인 위한 멘토가 되고파
문 선장의 목표는 영덕군으로 귀어하는 청년들을 위한 멘토가 되는 것이다.
그는 어선청년임대사업 2기로 귀어를 했는데 그와 함께 교육을 받은 청년어업인들의 상당수가 결국 어촌에 정착하지 못한 채 사업을 포기했다. 이는 당시 함께 교육받던 청년어업인들이 낚시 등 해양레저활동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귀어를 했거나 초기 자본금이 많이 부족한 상태에서 귀어를 했기 때문이었다.
문 선장은 “취미활동과 직업으로써의 어업은 완전히 다른데 귀어를 하는 사람들이 낚시 등 취미로 즐기던 것을 떠올리거나 단순히 바다가 좋다고 귀어를 하면 어촌사회에 완전히 정착하는 것이 어렵다”며 “특히 어선청년임대사업으로 지원을 받더라도 매월 적지 않은 어선 임차료를 내야 하는데 어업을 시작한 초보 선장은 조업에 익숙하지 않은 데다 금어기나 비수기에 접어들게 되면 수익이 전혀 없거나 극도로 줄어들어 어려움이 크다”고 설명했다.
어선청년임대사업은 귀어를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어촌에서 어업을 영위하는 삶을 경험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귀어인들에게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이 문 선장의 설명이다. 혼자 어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안되는 사람들이 무턱대고 정책자금을 받아서 어선을 구입하게 되면 더 큰 어려움에 처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동해안에서는 어선청년임대사업이 아니면 배를 댈 곳을 구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며 어업 역시 단순히 바다가 좋다는 이유만으로 뛰어들 수 있는 산업이 아니다”며 “방과후 교사로 아이들을 가르쳐본 경험도 있어 멘토로써 후배 귀어인들에게 어촌사회의 정착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후배 귀어인에게 전하는 TIP]
# 후배귀어인에게 전하고픈 말은.
“귀어를 하기 전에 미리 어업을 경험해보기를 권한다. 낚시를 잘하는 것과 어선어업을 경영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것이다. 어선은 규모에 따라 선원이 필요한 경우도 있고 어업을 하는 과정에서 어업소득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 상황도 온다. 어업을 경험하지 않고서는 이런 점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것이 어려운 만큼 어업인으로 어업을 먼저 경험한 후에 구체적으로 귀어를 위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 공단에 바라는 점은.
“어선청년임대사업 대상자들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일정 이상의 자산을 요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와 함께 어선청년임대사업 교육을 받은 사람들 중 일부도 자산이 거의 없었는데 이 경우 어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기도 한다. 초보선장들은 어업기술을 익히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생활비는커녕 어선 임차료도 내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단에서 사업 대상자들을 선발할 때 일정 수준 이상의 자산을 갖추도록 해 어업기술을 익히는 과정에서 경영난으로 귀어를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