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식량원조 예산 대폭 삭감, 재고해야 한다 

2025-10-14     농수축산신문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지난해 어렵게 확보한 식량원조 예산이 소리소문없이 대폭 삭감되면서 식량원조사업의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국제사회의 신뢰도 저하는 물론 인도주의적 역할에 대한 기대가 약해졌다는 인식을 주는 한편 국내 쌀시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해방 이후 극심한 식량난을 겪으며 식량원조에 의존했던 우리나라는 2009년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개발원조위원회에 가입하며 국제사회 최초로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전환되는 성과를 냈다. 이후 2018년부터 식량원조협약(FAC)에 따라 매년 5만 톤의 쌀을 WFP(유엔 세계식량계획)을 통해 개발도상국 등에 지원해 오다 지난해에는 10만 톤, 올해에는 15만 톤까지 늘려 총 17개국 818만 명의 난민과 강제 이주민, 영양결핍 아동 등을 지원해 올 수 있었다. 

국제사회는 호평했다. 한국의 국제적 위상은 한층 올라갔고 아시아·아프리카와의 연대에도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식량위기가 가속화되고 있는 이들 국가들에게 식량 원조는 기아와 영양실조로부터 생명을 구하는 긴급구호 수단이나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쌀은 품질이 우수해 한국쌀을 기다리는 국가들이 많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하지만 정부는 내년 농식품분야 예산안에서 식량원조 관련 예산을 원조를 처음 시작했던 2018년 수준인 5만 톤으로 대폭 감액 편성했다. 수혜국들에게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일이다. 국내 쌀값과 소비자 물가가 동시에 상승하면서 국내 식량 안보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다보니 원조물량을 줄일 수 밖에 없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식량원조는 단순히 개도국에 쌀을 보내주는 것 그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경제적, 인도적, 외교적 차원의 성과가 기대되는 것 뿐만 아니라 불안정한 국내 쌀 시장의 수급 관리를 위해서도 효과적인 수단이라 할 것이다.

지난해 쌀이 공급 과잉으로 몸살을 앓으면서 식량원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쌀시장은 언제 다시 공급 과잉 사태로 뒤바뀔지 모르는 일이다. 

이제라도 국회 예산안 논의 과정에서 삭감된 식량원조 예산을 되돌려야 할 것이다. 국격과 농가를 모두 잃는 식량원조 축소는 재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