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정공법만 답? 틈새에도 답이 있다

2025-11-05     이문예 기자

[농수축산신문=이문예 기자]

팜한농의 테라도로 촉발된 정부 주도하의 신작물보호제 연구개발(R&D) 사업이 지난해부터 추진됨에 따라 농약업계의 기대감도 증폭되고 있다. 신작물보호제(신농약) 개발이라는 것이 사실 성공에 이르기까지 대략 10년 이상의 기간과 4000억 원에 가까운 비용이 소요되는 엄청난 인내를 요하는 분야이다 보니 일각에선 사업 초기부터 타깃 지역까지 구체적으로 방향을 잡고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심심찮게 나온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30일부터 이틀간에 걸쳐 진행된 한국농약과학회 추계학술발표회에서 홍수명 서울대 그린바이오과학기술연구원 본부장은 개발도상국의 작물보호제 등록 체계를 분석한 신작물보호제 해외 수출 확대 방안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테라도가 브라질, 호주, 북미 등을 타깃으로 성공을 거둔 만큼 거대 농업국들에 쏠려있던 관심도를 환기시킬 제안이다.

지난해 전 세계 작물보호제 시장은 약 1810억 달러(원달러 환율 1350원 기준 한화 244조3500억 원)으로 추정되며 이 중 개발도상국은 전 세계 시장의 3/4을 차지하고 있다. 전략적으로 접근하면 충분히 큰 성과를 낼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 시장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홍 본부장은 키르키스스탄, 아르헨티나, 칠레 등 많은 개도국들의 수출 장벽이 그다지 높지 않은 만큼 가능성도 크게 열려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키르키스스탄의 경우 농약판매상이 수입농약등록서를 첨부하면 3~4일 뒤 등록증이 나오고 수입허가증 발급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등 쉽게 접근이 가능한 나라”라며 “아르헨티나나 칠레도 미국이나 유럽연합(EU)에 등록돼 있는 농약 원제나 제품은 동등성 평가만으로 그대로 등록을 진행하는 체계여서 이같은 틈새를 잘 활용하면 개도국 시장으로의 수출도 노려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 경영학의 대가라 불리는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는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The best way to predict the future is to create it)”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기회가 오기만을 수동적으로 기다리기보다 적극적으로 기회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의미다.

신작물보호제 연구개발도 물론 중요하지만 좋은 원제나 제품이 세상 밖으로 나왔을 때 발빠르게 기회로 승화시킬 수 있는 틈새들을 미리 발굴해 나가는 것도 우리에게 남겨진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