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농산물 인증면적 감소에 농업계, ‘연말 소득공제’ 제안
5차 계획 목표 실패…6차 계획 수립 앞두고 정책 전환 요구 농식품부 “새로운 시각”·기재부 “차별성 필요해”
[농수축산신문=김진오 기자]
2001년 친환경농산물 인증제도가 도입된 지 2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친환경농산물 인증면적 비율은 5% 수준에 불과하고 2021년 4.9%였던 면적은 2024년 4.6%를 기록하는 등 오히려 줄어드는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정부는 내년부터의 친환경농업 방향을 정하는 ‘제6차 친환경농업 육성 5개년 계획’을 만드는 데 한창이지만 인증면적 확대를 위한 뾰족한 방안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상황이다.
농업계 일각에서는 친환경농산물 인증면적과 생산 확대를 위해서는 기존의 생산자 중심 정책을 소비자 중심으로 전환해 소비자에게 연말 소득공제 등 혜택을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농수축산신문은 친환경농산물 정책의 현안을 살펴보고 전문가들이 보는 구매촉진 방안을 정리해봤다.
# 국민 건강증진 수단이지만 난항
현재 친환경농업은 탄소중립, 토양·수질 보전,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핵심수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친환경농업 실천 농가를 육성하고 환경보전 기능을 강화한다는 목표로 5개년 계획을 세웠으나 미비한 환경부하 저감, 사후관리 부실, 친환경농산물 가격 상승, 의무자조금 정착 난항, 인증면적 감소 등 1차에서 5차에 이르기까지 한계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5차 계획에서는 인증면적 비율 10%를 목표로 제시했으나 2021년 4.9%에서 2024년 4.6%로 오히려 면적이 감소했다. 여기에 친환경 인증농가 고령화 심화, 2009년 이후 줄어드는 추세인 출하량 등 현실적인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은 △직불금 확대 △유기농업자재 지원 확대 △인력과 재배기술 교육 강화 △공공수요 확대 △유통과 판매망 확충 △소비자 인식 제고와 교육·홍보 강화 등 활성화 여건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또 현행 잔류농약 검출 중심 인증제도를 과정 중심으로 강화하고 친환경농업 공공 데이터를 구축해 관리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제언도 내놨다.
# 시민단체, 소비자 중심 정책 전환 요구
시민단체들은 친환경농산물 생산면적을 늘리기 위해서는 경제적 인센티브 등 구매촉진 수단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소위 생산자 중심의 정책에서 벗어나 소비자 중심의 소비 촉진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실제로 최근 송옥주 의원(더불어민주당, 화성갑) 역시 친환경농산물에 대해 △구매금액 소득공제 △유통·가공 기업에 대한 세제혜택 확대 △구매 시 부가가치세 감면 등을 언급하는 등 정치권에서도 친환경농산물 구매 촉진을 위한 소비자 중심 정책이 시도할 가치 있는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GCN녹색소비자연대는 소비자의 친환경농산물 구매촉진을 위해 풀어야 할 과제로 가격 격차, 접근성 부족, 구매유인 미흡을 들었다. 비싼 친환경 농산물, 부족한 매장, 재배 등 정보 확인의 어려움, 인센티브 부족, 신뢰 부족 등의 문제가 어우러져 개인소비자의 친환경농산물 구매를 막고 있다는 설명이다.
조선행 녹색소비자연대 지속가능먹거리위원회 위원장은 “현재 생산자에게 지급되는 지원금 외에 소비자가 체감하는 유통업체 할인 행사 등은 친환경 인증 농산물에 대한 직접적 혜택이 아니다”라며 “연말 소득공제 도입, 농축산물 할인지원, 로컬푸드 직매장 가격 동등화, 지역화폐 연계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현호 두레생협연합회 상무이사는 “농식품부 조사에서 소비자들이 친환경농산물을 구매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65.1%가 ‘비싸서’라고 답했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친환경농산물이 가진 공익적 가치를 사회적으로 인정하고 제도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보탰다.
허헌중 지역재단 이사장은 “소득공제는 소비자가 납세자, 유권자로서 건강안전먹거리 접근성을 보장받는 먹거리 기본권의 일환”이라며 “시혜적인 혜택이 아니라 공익·환경적 가치를 위한 재정 투자라고 봐야 한다”고 강변했다.
# 세제개편 주장에 엇갈리는 농식품부·기재부
이 같은 시민단체의 의견에 정부 부처의 의견은 엇갈린다. 주무부처인 농식품부는 ‘획기적’이라는 반응이다.
임영조 농식품부 친환경농업과장은 “5차 계획은 친환경농업 10% 달성을 목표로 했는데 오히려 친환경농업이 위축됐기 때문에 6차에서 반전시키겠다는 각오가 크다”며 “생산 뿐만 아니라 소비와 수요도 늘려야 한다는 점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지도, 가격차, 유통망 등 현실적 이유로 인해 다음 5개년 계획에서 친환경농산물 민간수요를 크게 늘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그는 “현재 6차 계획에는 우리가 할 수 있는 학교급식, 공공비축,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꾸러미 사업 등을 담았다”며 “여기 더해 세제개편이나 연말정산 등 시민단체의 새로운 시각을 꼭 정책에 담아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세제를 담당하는 기획재정부는 ‘입법에 앞서 더 고민할 지점이 있다’는 입장이다.
최진규 기재부 소득세제과장은 “연말정산 때 친환경농산물 공제를 하면 좋겠다는 제안에는 정책과 집행이라는 두 가지 측면의 의견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소득공제는 소비에 적용되지 않지만 소득을 창출하기 위한 필요경비를 공제할 수는 있다. 근로자의 근로소득 창출을 위한 먹고, 입고, 자고, 치료하고, 교육하는 등 항목이 세액공제에 들어간다. 하지만 친환경농산물은 이 같은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의견이다.
또 현재 우리나라의 소득세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낮은 편이라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특히 이동통신, 간병보험, 태아보험 등에도 소득공제를 적용해달라는 요구가 나오고 있어 차별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카드를 사용할 경우 어떤 점포에서 구매했는지는 확인할 수 있지만 특정 물품에 대해서는 확인이 힘들다”며 “친환경농산물 소득공제 전에 구분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