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 원산지 인증제 폐지 방침…국민적 불신 초래, 대안 제시돼야

농식품부, 일부개정법률안 제출 의무 아닌 자율…전체 식재료 95% 이상 동일 국산 사용 현실적으로 어려워 제도 도입 10년동안 신청 제로 소비자 인지도 높은 원산지 표시제 강화할 수 있는 로드맵 있어야

2025-11-11     박유신 기자

[농수축산신문=박유신 기자]

정부가 식품접객업·집단급식소를 대상으로 하는 원산지 인증제의 폐지를 추진하면서 소비자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9월 26일 식품접객업과 집단급식소를 대상으로 한 원산지인증제도가 현장의 인증 수요가 없어 폐지하는 내용의 ‘식품산업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후 지난달 14일까지 입법예고를 통해 의견을 수렴한 바 있다.

음식점·집단급식소 원산지 인증제는 소비자의 신뢰를 높이고 국산 농수산물의 수요를 증대시키려는 목적으로 2015년부터 시행하는 제도다. 해당 영업소에서 사용하는 전체 식재료의 95% 이상을 동일 국가산으로 활용하는 경우 정부, 즉 농식품부와 해양수산부가 해당 원산지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인증 마크를 부여한다. 이 제도는 의무가 아닌 자율적인 제도로,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원산지 표시 의무제’와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하지만 음식점이나 급식소에서 전체 식재료의 95% 이상을 동일 국산으로 맞추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워 제도 도입 10년동안 한 건의 신청도 없었다.

이에 농식품부는 유명무실한 제도를 정리해 행정 효율성은 높이되 기존 소비자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한 주요 식재료에 대한 원산지 표시 의무제는 변함없이 유지하고 학교급식에 사용되는 식재료 관리도 학교급식법 등 관계 법령에 따라 현행과 같이 유지하기로 한 것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구조적으로 운영이 불가능했고 실적이 전무했던 제도를 정리하는 행정 효율화 차원의 조치”라며 “소비자와 학부모들이 우려하는 원산지 표시 의무제와는 전혀 다른 제도이며, 원산지 표시 의무·단속은 현행대로 유지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같은 정부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국민의 먹거리 안전과 알 권리가 약화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실제 국회정보시스템에 입법예고기간 동안 올라온 반대 의견만 1만9815건에 달했다. 국민의 알 권리와 식품 안전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려 결국 소비자 보호 장치를 해체하는 입법으로, 국민 건강과 식탁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한다는 게 반대 이유였다.

안혜지 소비자공익네트워크 사무국장은 “단순히 실효성 때문에 폐지해야 한다면 소비자의 인지도가 높은 원산지 표시제를 강화할 수 있는 로드맵이 있어야 한다”며 “예를 들면 뷔페 등 외식업체의 경우 소비자의 가시성이 전혀 없는 곳에 원산지 표시를 부착하고 있는 등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에서도 지난달 농식품부 국정감사 기간에 정희용 의원(국민의힘, 고령·성주·칠곡)이 최근 음식점과 집단급식소에서 원산지 표시 위반이 빈발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원산지인증제 폐지의 문제를 지적했다.

실제 농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음식점과 집단급식소에서 국내산으로 거짓표시했다 적발된 농축산물을 분류한 결과 중국산이 2391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미국산 773건, 브라질산 189건, 호주산 177건, 스페인산 71건 순으로 나타났다.

이에 정 의원은 “국내산으로 둔갑한 외국산 식재료가 우리 식탁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합리적인 설명도 없이 원산지 인증제 폐지를 밀어붙여서 국민적 불신을 초래했다”며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정부는 먹거리 안전을 위한 대한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