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2026 국제곡물시장 전망
미국 곡물 작황 ‘양호’…옥수수·대두 생산량 ‘최고치’ 전망 바이오연료 정책·중국 곡물 비축 수급 향방 가를 핵심 변수 해운과 관련 미·중 무역 분쟁 여파 시장 예측 강화·조달 루트 다변화로 불확실성 대비해야
[농수축산신문=안희경 기자]
2025년 경제를 관통한 단어 중 하나가 ‘불확실성’이었다면 연말을 두 달 앞둔 현시점,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각국과의 무역 협상을 타결하며 불확실성이 걷히는 분위기이다.
관세 안개가 걷히고 새판 짜기에 돌입한 글로벌 경제의 움직임이 바빠지는 가운데 내년 글로벌 경제 여건을 낙관적으로 관망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여전히 세계 곳곳에 도사린 분쟁의 위험과 글로벌 시장 침체가 장기화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은 것이 사실이다.
지난 4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한국사료협회, 미국곡물바이오제품협회가 공동 주최한 ‘2026년 국제곡물시장 전망과 사업환경 세미나’를 중심으로 내년 글로벌 경제와 국제곡물시장의 향방을 전망해 본다.
# 이상기후에도 미국 작황 좋아
‘국제곡물시장 주요 이슈와 2025/2026 곡물수급 전망’을 발표한 마틴 루이카 프로엑스퍼트 네트워크 대표는 전 세계가 새로운 자산운용방식으로 바뀌고 있다며 원자재가 최고의 자산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때문에 옥수수와 대두 등의 곡물수급이 세계 경제의 큰 흐름을 좌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의 곡물 작황 상황을 보면 지역별로 파종이 늦어지고 수확기에 비가 오는 지역도 있었지만 전반적인 곡물 작황상황이 좋았던 것으로 진단했다. 또한 수확량의 추이를 볼때도 매년 수확량이 높아져 올해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다.
팀 탐슨 일리노이 옥수수협회 의장은 “지난 8월과 9월 내내 건조한 날씨를 보였으며 지난주 금요일 수확을 완료했는데 건조 상태가 최상인 대두와 옥수수를 수확했다”며 “파종을 지난 4월 18일 완료했는데 날씨가 좋았고 작황 기간 내내 좋은 날씨를 유지하며 올해 수확량도 매우 만족할 만했다”고 말했다.
네브라스카에서 옥수수와 대두를 생산하고 있는 브랜든 허니컷 네브라스카 옥수수협회 의장은 “지난해 네브라스카는 극도의 건조한 상태로 2021년 같은 가뭄을 걱정했고 올초에도 적은 비로 우려가 컸지만 이후 많은 비가 내리면서 재배 기간에는 생장이 잘 되도록 날씨가 유지됐다”며 “지금 수확 중에 있는데 수확량이 역대급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틴 대표는 “곡물 파종 면적을 보면 밀의 경우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파종 면적은 20% 가까이 줄었음에도 수확량은 오히려 늘어난 것을 볼 수 있다”며 “정밀농업과 각종 첨단 기술로 농가들이 생산성을 향상하고 있어 전체적인 곡물 생산량에 대한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곡물 저장 시설이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올해 미국 곡물 시장을 둘러보고 온 한 사료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곡물생산량이 많아 저장 케파를 초과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땅속에 콘크리트로 파일을 만들어 곡물을 임시저장하는 시설들이 늘어났다는 이야기를 현지에서 들었다”고 말했다.
# 옥수수 수급, 국제 정세‧바이오연료 정책 등 ‘좌우’
옥수수 수급과 관련해서는 멕시코와 중국 등과의 협상 상황에 따른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마틴 대표는 옥수수의 흐름을 놓고 볼 때 멕시코 시장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북미 지역에서는 중국이 육류소비가 늘면서 곡물 수입이 늘어난 것 등에 영향을 받고 있는 상황으로 미국 정부가 멕시코, 중국과의 협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걸프만을 통한 수출량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옥수수를 가공 처리하는 크러싱 시설은 여전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분쇄용으로 공급되는 옥수수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대두유와 관련해서도 크러싱 시설들이 증가한 상황이다. 다만 대두유에 대한 가치가 낮게 형성돼 새로운 크러싱 시설들이 압박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같은 크러싱 경기도 중국의 수입수요에 따른 변화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크러싱 시설에 대해서는 미국의 바이오연료 정책이 더욱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는 장기적으로 옥수수, 대두 등 곡물 수급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이다.
마틴 대표는 “드럼프 정부들어 바이오 연료 정책이 변화무쌍하며 유동적이어서 어려움이 많았지만 새로운 규칙들이 정해지고 있어 향후 흐름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 중국, 곡물 비축량 엄청날 수 있어
최근 중국의 양돈 대형시설들을 보면 20층 이상의 높이를 갖고 있고 100만 마리 이상의 돼지를 생산하는 것을 추측할 수 있다. 중국에서 양돈산업의 효율이 올라가고 있지만 글로벌 측면에서는 돼지고기 생산이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전체적인 곡물 수입량을 살펴보면 중국에서는 전문가들이 예상한 수치를 넘어서며 매년 더 많은 양의 곡물을 수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또 다른 비밀이 숨어있다는 것이 마틴 대표의 지적이다.
중국과 관련해서는 정확한 통계가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중국의 곡물 비축량이 엄청나다는 것이다. 곡물 수입량과 중국내 사용량을 토대로 볼 때 중국에는 엄청난 양의 곡물이 비축돼 있고 이는 식량안보를 위한 장기적 확보인데, 최근 일부 곡물의 교체시기가 돌아오면서 더 많은 양의 곡물을 수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틴 대표는 “중국의 육류생산 규모를 살펴보면 최근 15년간 육류생산이 증가하지 않은 것을 볼 수 있다”며 “중국의 대두 수입량을 살펴보면 매년 10% 정도 늘어나고 있는데 육류생산량이 늘어나지 않는다는 것은 곡물을 비축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이런 부분에도 시장이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달러 약보합, 해상운임 조달 루트 다변화 필요해
국제곡물 시장에서 원료가격만큼 중요한 요인인 달러환율과 해상운임에 대해서는 복합적 요인을 감안한 다각적 분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우선 달러환율은 약보합세가 전망되고 있다.
정미영 삼성선물 이사는 달러환율과 관련해 하락요인과 상승요인이 다양하게 존재하지만 트럼프 정부는 내년도에 낮은 금리를 통한 성장과 재정 강화를 내세우고 있다고 내다봤다.
우선 달러 하락요인으로는 연준 금리 인하와 관세 충격의 지표 반영, 미국의 약달러 선호 분위기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달러 상승요인으로는 최근 더욱 강력해지고 있는 인공지능(AI) 부문의 강력한 투자와 중국의 성장 둔화, 대미 직접투자 증가 등의 요인이 있다. 또한 최근 완화되고 있는 미중 긴장이 언제 다시 고조될지 모르는 것도 달러 상승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 이사는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원달러 환율인데 외국인 자금 유입과 대규모 경상흑자, 미국의 환율 견제, 돌아온 반도체 업황에 대한 기대가 원달러 환율의 하락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며 “그러나 수천억 달러의 대미 투자에 대한 부담과 불리한 무역 환경, 지속적인 해외투자와 국민연금 투자의 가속 등은 원달러 환율의 상승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원자재 가격결정에 또 다른 중요 요인인 해상운임에서는 단거리와 복합항로를 중심으로 운행하는 슈프라막스의 가격 변동성을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상인 한국해양진흥공사 해운정보팀 차장은 “최근 대량 곡물이나 석탄 중심의 운송이 많고 일정노선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파나막스보다 슈프라막스의 운임이 더 비싼 경향이 보여지고 있다”며 “슈프라막스는 항만 접근성이 우수하고 하반기 들어 파나막스는 남미 곡물 시즌이 일시적 조정 국면인데 반해 슈프라막스는 인도네시아, 인디아 항로에서 석탄과 비료, 시멘트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차장은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무역패턴의 재편이 가속화되면 중국이 슈프라막스 관련 대체 수입선을 확대하면서 운항 효율을 개선할 수 있어 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차장은 “해운과 관련해 전반적으로 수요증가율보다 공급증가율이 높을 것으로 보이지만 미중 무역 분쟁의 여파, 중국 경기 회복 여부, 각종 지정학적 리스크 등에 따라 시장이 변화할 수 있다”며 “철저한 시장 예측과 함께 조달 루트를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