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무기질 비료산업의 리빌딩과 정책지원
강창용 더클라우드팜연구소장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비료판매자에서 솔루션 제공자로
데이터 기반으로 정밀 시비 지원
선택적 R&D 자원의 집중투자
농협의 수요자독점 구조 개편 필요
무기질비료 공급망 안정화해야
미래 지속가능한 스마트 농업을 이끌기 위해, 핵심 인프라인 무기질비료산업은 리빌딩(Rebuilding)돼야 한다. 20세기 녹색혁명의 주역으로 각광받았던 무기질비료의 위상이 격하되고 있다. 무기질비료산업 자체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짙어지고 있다.
현재 한국 무기질비료산업은 ‘수요독점-고비용·고위험-저수익’이라는 삼중고에 갇혀 있다.
첫째, 우수제품의 개발을 가로막는 수요자독점 구조이다. 농협경제지주가 사실상 유일한 수요자로 기능한다. 연말이면 기업들은 농협과 다음 해의 가격과 공급량을 결정하게 된다. 이 때문에 기업은 가격 및 제품전략의 자율성을 잃어가고 있다.
둘째, 고비용·고위험의 원료확보 구조이다. 핵심 원료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다 보니, 국제 분쟁이나 환율 변동에 따라 공급 불안정성이 커진다. 게다가 생산설비 상당수는 노후공정이라, 고도기술이 필요한 미래형 비료 개발에 비효율적이다.
셋째, 혁신을 제한하는 저수익 구조이다. 원가기반의 가격결정은 결국 저수익을 유발한다. 농협의 수요자 독점에 따른 안정적인 판매는 장점이지만, 이로 인해 혁신적인 투자여력이 제한적이다. 국내 무기질비료 기업들은 이윤 추구의 사적 기업이라기보다, 공익을 추구하는 준공공형 기업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지속가능한 스마트농업이 요구하는 비료는 기업과 산업이 반드시 대응해야 할 의무(mandate)이다. 농업인구 감소와 고령화에 대응하고, 환경개선을 지원하며, 정밀농업을 뒷받침하는 비료가 필요하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 누가 얼마나 강력하고 빠르게 대응하느냐가 기업생존의 핵심이다.
먼저 특수·순환형비료 생산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세계적인 비료수요 추세는 이미 특수비료와 순환형비료 체계로 바뀌고 있다. 선진국은 수용성, 기능성(SRF, CRF), 바이오비료 등 특수비료의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동시에 가축분뇨, 하수슬러지 등에서 질소·인 성분을 회수해 순환 비료로 재활용하려는 노력도 증가하고 있다.
무기질 비료기업은 단순 비료판매자에서 솔루션 제공자로 진화해야 한다. 단순히 비료만 공급하는 시장전략은 곧 무기력해질 것이다. 비료기업들은 토양, 작물, 기후 데이터를 기반으로 농경지 단위의 정밀 시비를 지원하는‘스마트 서비스 모델’을 구축하여 맞춤형 ‘비료 솔루션’을 제공해야 한다.
국제적 추세인 생산공정의 그린전환(Decarbonization)에 적극적이어야 한다. 탄소배출이 많은 천연가스기반 공정을 축소하고, 수소기반의 ‘그린 암모니아’ 체계를 검토해야 한다. RE100 기반 친환경 공장 전환과 ‘탄소 인증형 비료’ 개발로 국제 탄소 규제(CBAM,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2026년 부터시행 예정)에 긍정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무기질비료는 여전히 농산물 생산의 핵심 요소이므로, 그리고 국가의 공공재적인 외부효과가 매우 크기 때문에 정책적인 지원이 요구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선택적인 연구개발(R&D)자원의 집중투자이다. 무기질비료기업의 투자의욕과 여력이 작기 때문에, 정부는 특수비료에 한정된 R&D자금을 집중 투자해야 한다. 목표기술지표를 명확히 하고, 해외시장까지 염두에 둔 집중적인 R&D자금 지원이 필요하다. 이 지원 과정에서 선택과 집중은 반드시 지켜져야 할 가치이다.
경쟁적 무기질비료 시장구조의 확립이 필요하다. 농협의 수요자독점 구조는 개편돼야 한다. 이 체제 아래에서는 선도적인 기술개발과 산업성장이 어렵다. 따라서 특수비료 품목에 대해서만 이라도 농협의 개입을 막아 차별적, 경쟁적 시장구조를 확립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무기질비료 안보 강화를 위한 공급망의 안정화이다. 원료확보의 고비·고위험을 완화하고 안정적인 비료의 확보를 위해 지원해야 한다. 원료의 공동·장기 구매, 운영자금과 비축·보관시설 지원, 그리고 조기경보(early warning) 체계의 구축이 긴요하다.
미래 지속성기반 스마트농업에서도 무기질 비료의 안정적 공급은 필수요소이다. 기술과 경영의 혁신, 탄소 중립지향과 자원 순환체계 확립, 정밀농업의 확산이라는 굵직한 흐름을 결합한 스마트 지속가능 무기질비료산업 재건축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