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박제민 느루정 대표
미경산암소 가치 알리고파 중도매인 경험 살려 정육식당 개업
[농수축산신문=김신지 기자]
“한우 업계에서 일을 하며 늘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던 생각이 있었습니다. ‘왜 소비자는 미경산암소를 제대로 접할 기회가 없을까?’ 제가 직접 소비자에게 고품질의 미경산암소를 보여주고 접할 기회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아버지를 이어 중도매인을 했던 경험을 살려 정육식당을 차렸죠.”
박제민 느루정 대표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한우 중도매업에 뛰어든 뒤 미경산암소만을 전문 취급하는 정육식당인‘느루정’을 개업했다.
그는 올해 제28회 한우능력평가대회에서 처음 신설된 미경산암소 부문에서 최우수상축을 낙찰받으며 관심을 모았다. 박 대표가 구매한 낙찰가는 kg당 8만8000원. 경매장 전체가 술렁일 정도의 가격이었다.
“사실 두 마리를 사려고 했어요. 그런데 한 마리를 놓쳤습니다. 그래서 남은 한 마리만큼은 절대 놓치면 안 되겠다고 마음먹었고 기존 계획보다 높은 가격을 썼습니다. 그만큼 확신이 있었죠.”
미경산암소(未經産雌牛)는 아직 송아지를 낳지 않은 암소를 말한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수요가 제한적이라는 이유로 큰 시장을 형성하지 못했지만 박 대표는 일찍부터 그 가능성에 주목했다.
“미경산암소는 마블링이 과하지 않고 부드러운 식감이 뛰어납니다. 특히 30~35개월령 출하가 가능해 육질 편차가 적고 숙성 적합성이 높아요. 소비자들이 ‘느끼하지 않은 고급육’을 찾기 시작하면서 수요가 확실히 늘고 있습니다.”
그는 경산우 대비 미경산암소의 장점을 희소성과 균일성으로 설명했다. 느루정은 오픈 초기부터 광고 없이 운영해 왔다. 대신 박 대표는 육질·숙성·판매 과정의 투명성에 집중했다.
그는 부위별 숙성기간을 1~3주로 다르게 적용하고 ‘지방이 굵게 박힌 마블링’ 대신 ‘섬세하고 촘촘한 근내지방’을 평가 기준으로 삼는다.
“지방이 많다고 맛있는 고기가 아닙니다. 오래 먹어도 질리지 않는 고기, 숙성해도 풍미가 살아있는 고기가 진짜 프리미엄이죠.”
느루정 고객의 대부분은 단골·지인·쉐프·프리미엄 식자재 업체다. 박 대표는 이를 시간이 만든 신뢰 구조라고 표현했다.
“저는 이벤트도 가격 프로모션도 하지 않습니다. 대신 좋은 고기만 계속 보여줍니다. 그게 쌓이니까, 고객이 먼저 입소문을 내주더군요.”
그는 미경산암소를 중심으로 한 브랜드 육성, 스토리 마케팅, 숙성 데이터 표준화 등을 향후 목표로 꼽으며 자신만의 포부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