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농협, 진정한 농업인 자조조직으로 신뢰 회복해야
[농수축산신문=이한태 기자]
농협이 인적 쇄신과 투명한 책임 경영, 부정·부패 근절 등을 목표로 개혁에 돌입,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경영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하지만 이번 개혁을 통해 항상 농협을 따라다니던 부정적 이미지까지 씻어낼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볼 문제가 아닐지 싶다.
농협은 먼저 다음 달 인사부터 성과와 전문성 중심의 인사를 실시하며 퇴직 후 경력단절자의 재취업은 제한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경영평가에 따른 보상체계를 개편하고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기로 했다. 그간 수의계약을 통한 불법·편법 거래가 만연했다 판단, 수의계약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내부통제 절차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농협의 이러한 개혁안의 성패는 진정성이 우선돼야 실추된 신뢰를 회복시키고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다.
미묘한 시점부터 진정성이 심판대에 오른다. 지난달 국정감사를 통해 각종 비리 의혹이 불거지고 최근 농림축산식품부 감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러한 개혁안이 나왔다는 점은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자정을 위한 노력을 했다기보다는 국회나 정부 등 외부의 요구에 마지못해 움직인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게 되는 까닭이다. 특히 스스로 합리적인 잣대를 갖추지 못해 농업인의 자조조직인 농협이 인사권마저 외부의 눈치를 보게 된 점은 참으로 씁쓸한 대목이다.
다음 달부터 적용하겠다는 인사방침은 올해는 지켜지겠지만 내년, 내후년에도 적용될지 지금 당장은 알 수 없다. 부정·부패의 주범으로 지목돼 원천 금지된 수의계약은 이를 대체할 계약방식이나 지침이 아직 마련되지 않아 사업부서에서 당혹스러워하고 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이번 개혁이 충분한 숙의를 거쳐 마련된 게 아니라 급하게 만들어진 미봉책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드는 부분은 이외에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협이 국민적 신뢰 회복을 목표로 개혁의 칼을 뽑아 들었다면 반드시 성과를 내야 말뿐이 아닌 조직으로서 신뢰를 쌓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농협은 누구를 위한 개혁이 돼야 하는지와 어떤 개혁이 필요한지를 보다 명확히 해야 한다. 누군가가 요구하는 변화가 아니라 농협 스스로의 기준을 마련해 농업인의 자조조직으로서 농업인과 국민을 위한 농협이 되기 위한 길을 걸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