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영농형 태양광과 함께하는 지속 가능한 미래
박기도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기초식량작물부장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정부는 2050 탄소중립 실현을 목표로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농업 분야에서는 ‘영농형 태양광’을 제도화하고 농업인이 발전사업의 주체로 참여하면서 농가소득을 높이고 식량안보를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영농형 태양광은 농지 위 일정 높이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농작물 재배와 발전을 병행하는 방식이다. 동일한 면적의 토지에서 식량과 에너지를 동시에 생산함으로써 토지 이용 효율을 극대화하고 농가에는 안정적인 추가 소득을 제공할 수 있다. 이는 농업의 에너지 자립을 높이고 농촌의 고령화와 소득 정체 문제를 완화하는 데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농촌진흥청은 이러한 방식이 작물 생육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한 결과, 벼는 16~20%, 콩·옥수수 등 주요 밭작물은 17~26% 정도 수량이 감소했지만, 일부 음지 작물은 오히려 생육이 개선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농가 입장에서는 발전 수익이 작물 수량 감소분을 일부 상쇄해 장기적으로 보다 안정적인 소득 구조를 마련할 수 있다.
일본은 2013년 농지법 개정 이후 5000여 개소에 영농형 태양광을 설치하고 120여 종 이상의 작물 재배 실증을 통해 영농과 발전의 공존 가능성을 입증했다. 철저한 사후관리로 제도의 안정적 정착을 이끈 일본의 경험은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앞으로 농진청은 영농형 태양광의 현장 적용을 위해 작물 재배 관점의 핵심 연구를 강화해 나가고자 한다.
먼저 영농 적합성 판단을 위한 작물생산량 감소 기준을 과학적으로 설정해 제도 운영의 객관적 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다. 둘째, 지역별 기후 조건과 작물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재배 기술을 개발해 수량 감소를 최소화하고 농업인이 쉽게 적용할 수 있는 표준 재배 매뉴얼을 보급할 예정이다. 셋째, 태양광 시설에 적합한 작물 다양화를 추진해 내음성이 강한 엽채류, 약용·특용작물 등 고부가가치 작물을 발굴하고 재배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영농형 태양광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추가적인 연구도 필요하다. 태양광 시설이 장기간 농지에 설치될 경우, 토양의 물리·화학적 특성과 미생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지력 유지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또한 농기계 작업성과 영농 편의성을 고려한 최적 구조 설계와 인공지능(AI)기반 생육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축적된 장기적인 생산성 평가 데이터를 제도 개선과 정책 수립의 과학적 근거로 활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영농형 태양광이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농업의 지속 가능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농지의 생산 기능이 훼손되지 않도록 철저한 사후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아울러 농업인이 실질적인 혜택을 체감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 마련과 발전 수익이 지역사회로 환원되는 주민참여형 모델을 확산하는 것도 중요하다.
영농형 태양광은 단순한 재생에너지 사업이 아니라 농업과 에너지가 조화를 이루며 상생할 수 있는 실질적 모델이자 지속 가능한 농촌의 미래를 여는 전략이다. 동일한 농지에서 식량과 전기를 동시에 생산함으로써 농가와 지역사회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