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칼럼〉 감정으론 아무 것도 해결할 수 없다

2005-05-12     <권민·축산팀장〉

지난 3일 국회 강기갑 의원실에서는 `위기의 낙농 해법은 없는가''라는 주제로 농림부·학계·낙농가들이 참석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제시된 정부방침에 따른 2가지의 반응은 이렇게 요약된다.

(1)
이날 박현출 축산국장이 밝힌 정부의 입장은 기존의 구상이었던 `낙농가-유업체 직결체제''에서 생산자단체 자율에 의한 원유수급조절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것이 골자였다. 가격 교섭력이 없는 개개인의 낙농가 대신 협동조합이 낙농가들과 교섭을 통해 가격을 결정해 나간다는 점에서 협동조합에선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전에도 농협중앙회는 집유조합장들과 유업체 그리고 소비자단체·학계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원유가격조절위원회를 구성해 낙농문제를 해결해 나가자는 주장을 한 적이 있다. 그때는 유업체의 반대로 현실화되지 못했다.

따라서 이번 정부의 안을 바라보는 유업체의 입장은 달갑지 못한 것이 분명하다. 왜냐하면 농가들이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협동조합과의 가격협상이 자칫 합리적이기 보다는 비합리적으로 진행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그럴 경우 불매운동 등 다수의 힘으로 밀어부치기식의 압력을 가하는 비상식적인 불상사까지도 발생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걱정이다. 상식적인 협상을 위해서는 협동조합도 그에 맞는 협상능력을 가져야 하고 일단 합의된 가격에 대해서는 조합원 낙농가들을 설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군중의 심리란 이성보다는 감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2)

이번 정부의 방침 중에서 친목단체로 격하된 한국낙농육우협회의 반응은 의외로 조용하다. 향후 논리적 대응을 위해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중이다. 삭발단식이라는 초강경의 대응을 통해 원유문제 해결에 접근해 왔던 협회가 강력하게 반발하지 않고 있는 것은 감정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정부가 협회의 역할을 `낙농·유업정보 교류 활성화, 친목활동 강화 등을 통해 낙농가의 권익을 도모한다''고 규정한 것은 다분히 그동안 협회와의 갈등에서 비롯된 감정이라고 분석된다. 협회의 역할은 친목도 중요하지만 정책수립 건의 등도 그만큼 크다. 친목만으로 권익을 대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여러가지 문제를 내포하고 있는 협회의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한 낙농가는 “정부가 저렇게 강하게 협회를 배제하고 나올 때는 반발하지 못하는 협회의 입장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아무리 협회와의 갈등이 깊다고 협회의 의미를 애써 축소시키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낙농가들은 협회가 변화해야 한다는 점에 의견 일치를 보이고 있다. 정부와 유업체들과 대립의 각만을 높일 것이 아니라 테이블에서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럴려면 상대방의 말을 경청해야 하고, 때로는 고개를 숙일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내 뜻과 맞지 않는다고 상대방을 경시하거나 윽박질러서는 대화가 되지 않는다.

역으로 정부도 마찬가지이다. 정책에 사사건건 반대한다고 해서 미래 낙농산업의 청사진에서 협회의 기능을 축소한다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감정만으로 해결되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