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칼럼>못 믿을 식미치 결과?

2006-04-19     길경민

미국산 ‘칼로스’ 쌀로 지은 밥맛은 어떨까?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밥상용 수입쌀이 소비자들의 식탁에 오른다고 하자 관심을 끌고 있는 게 사실이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먹어보지도 않은 채 ‘칼로스’ 쌀로 지은 밥에 윤기가 흐른다느니, 기가 막히게 맛있다느니 하는 등의 각종 추측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농민들은 이같은 허상에 대해 많은 걱정을 하고 있다. ‘칼로스’ 쌀의 원물상태는 싸레기가 많고 금간 게 쉽게 눈에 띄일 정도로 품질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기대심리만 크기 때문이다.

최근 ‘칼로스’ 쌀이 보관돼 있는 aT 노량진 비축기지를 방문한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은 “도정공장을 운영해본 경험에 비춰볼 때 ‘칼로스 쌀’의 품질이 국산 쌀에 비해 떨어지는 것 같다”며 “안심이 된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aT가 밥상용 수입쌀의 입찰 예정가격을 정하기 위해 국가전문기관에 의뢰했던 ‘식미치 검사’에서도 ‘칼로스’ 쌀의 품질을 짐작케 해주고 있다.

aT 관계자는 “칼로스 쌀의 식미치 검사 결과를 받아보니 우리가 생각하던 기대치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막연하게 생각하던 ‘칼로스’ 쌀의 우수성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결국 ‘칼로스’ 쌀에 대한 소비자들의 추측은 말 그대로 추측에 불과할 뿐 ‘밥맛’하고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으로 보여 강 의원의 말대로 안심이 되고 있다.

단지, 아쉬운 부분은 소비자들에게 ‘칼로스’ 쌀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식미치 검사를 의뢰했던 aT 역시 “칼로스 쌀에 대한 식미치 검사결과를 믿을 수 없어 폐기했다”며 숨기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칼로스’ 쌀이 기대치와는 차이가 있다면서도 국산 쌀에 대한 식미치 검사결과도 쉽게 뒤바뀌는 상태에서 이 결과를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느냐는 이해할 수 없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쌀을 팔아야 하는 입장에서 불리한 결과를 밝힌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긴 하다. 또 밥상용 수입쌀의 가격이 국내산 쌀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점을 감안해볼 때 가격이 떨어지는 게 농민들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으리라는 판단을 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미 밥상용 수입쌀이 소비자들의 식탁에 오르고 있는 마당에 언제까지 숨길 수 있을까하는 것이다. 더욱이 수입쌀로 인해 멍든 농민들의 가슴이 더 이상 멍들지 않게 해야 하는 책임도 질 수 있어야 한다.

밥상용 수입쌀이 국내에 처음 들어왔고, 아무런 정보도 없이 실시했다던 ‘칼로스’ 쌀에 대한 식미치 검사가 ‘쓸모없게 됐다’는 aT 관계자의 한마디가 왠지 씁쓸한 느낌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