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칼럼>국책연구기관에 교수지망생 ´득실´

2006-12-20     길경민
한국농업의 브레인 집단이라고 할 수 있는 국책 연구기관들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국책 연구기관 소속 연구원들이 본연의 역할보다는 신분변화를 꾀하는 일에 더 많은 열정을 쏟고 있다는 지적이 심심찮게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경우 농촌현장과 도시를 이어주고, 농촌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정책대안을, 농촌진흥청의 경우 농가소득향상 및 농촌생활의 쾌적성과 직결될 수 있는 있는 기술개발을 각 기관의 ‘모토’로 하고 있으나 소속 연구원들은 이 보다 학문적 연구에 할애하는 시간이 더 많다는 것이다.

특히 학문적 연구를 통해서 작성되는 논문 대부분이 ‘개량경제모델’을 이용한 결과치를 내놓는데 급급해 대학 교수들의 논문과 도저히 차별성을 찾을 수가 없다는 지적이다.

물론 똑 같은 결과치를 뽑아 낸다 하더라도 객관적 사실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모델을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학술적으로나 필요한 것이지 응용과 실용부분을 필요로 하는 농민들에게는 ‘무용지물’에 다름 아니다.

다시 말해서 국책 연구기관 소속 연구원들의 이 같은 연구는 결국 본연의 역할은 뒤로한 채 ‘대학교수’를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것이다.

물론 연구원들도 나름대로의 사정이 없는 게 아니다. 자율성과 창의성을 최대한 보장받아야 하는 직업임에도 불구하고 국책 연구기관이다 보니 연구 활동 범위가 제한적인 게 사실이다.

응용 및 실용연구는 이론과 연결되는 것임에도 국가나 농업계에서는 이론을 무시한 채 당장 활용할 수 있는 연구만 독촉하는 것도 연구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연구원들의 보수체계가 업적 및 실적 중심으로 짜여져 있어 ‘돈 버는 재미는 쏠쏠할지 모르지만 연구하는 재미는 없다’는 게 연구원들의 솔직한 심정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책 연구기관 소속 연구원들은 대학교수에 임용될 수 있는 논문 편수 맞추기에 열을 올리고 있고, 현장지향적인 연구보다는 ‘개량경제모델’을 활용한 논문을 쓰고 있는 것이다.

간혹 든든한 민간연구기관이라도 생기면 연구원들을 뺏기지나 않을 까 전전긍긍하는 국책 연구기관들의 고민도 이 같은 연구원들의 불만과 무관치 않아 국책 연구기관의 위상이 크게 저하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더 낳은 조건을 굳이 뿌리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최소한 소속기관의 설립목적과 역할을 되새기는 노력과 국책 연구원으로서의 자부심을 채울 수 있는 기관으로서의 면모를 갖추는 게 우선돼야 할 것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책 연구기관이 ‘교수 양성소’가 아닌 농업·농촌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기관으로 거듭나야 명실공히 농업분야의 브래인 집단으로 인정받을 수 있음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