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칼럼> 묻지마식 자금갹출(?)

2007-09-12     길경민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챙긴다(?)’

서울시농수산물공사가 최근 가락시장 홍보에 사용하는 자금의 조성과정을 살펴보면 이 말이 딱 들어맞는 것 같아 뒷맛이 영 개운치 않다.

서울시농수산물공사는 추석을 앞두고 종합일간지를 비롯해 케이블 TV, 전광판 등을 통해 ‘안전하고, 품질 좋은 농수산물만 취급한다’는 내용으로 가락시장을 홍보하고 있다.

물론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도매시장을 널리 알리는 게 잘못일 수는 없다. 도매시장을 통해 명절준비를 하면 도매시장이 활성화되는 것은 물론 국산 농산물의 소비에도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나아가 세계 최대의 농수산물도매시장인 가락시장의 위상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국내 농산물유통도 한층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되는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서울시농수산물공사가 가락시장 홍보를 위해 사용하는 돈은 가락시장 내 각 청과법인들이 갹출해 조성한 것인데 이를 마음대로 사용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가락시장 홍보비는 가락시장 내 각 청과법인들이 농수산물의 유통개선을 위해 전년의 당기순이익 가운데 5%씩을 내 조성한 유통개선적립금으로, 이 자금은 말 그대로 유통개선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각 법인들은 유통개선적립금을 서울시농수산물공사가 소비지 홍보을 위해 사용한 것은 적절치 않고, 형식적인 절차만 거친 채 이 적립금을 사용한 것은 서울시농수산물공사가 이 돈을 ‘주머니돈, 쌈지돈’ 쯤으로 생각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법인들이 지난 6월 농산물유통개선을 위해 지게차와 전동차 구입을 건의했으나 이 건의는 묵살한 채 가락시장 홍보에만 열을 올리는 것은 이 적립금을 서울시농수산물공사 돈으로 안다는 게 법인들의 주장이다.

서울시농수산물공사가 만든 유통개선적립금 관리 운영 방안에 규정돼 있는 적립금의 용도에도 문제점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 규정에 명기돼 있는 ‘기타 농수산물공사 사장이 유통개선을 위해 용도를 지정·인정하는 비용’은 결국 적립금을 서울시농수산물공사 입맛에 맞도록 쓰겠다는 것으로 밖에는 해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다가 서울시농수산물공사 측이 가락시장 홍보비 사용의 논거로 홍보위원회의 의견수렴을 거쳤다고 강조하고 있으나 위원장 1인과 위원 6명 가운데 실제 적립금을 낸 위원은 단 한 표 밖에 행사할 수 없는 것도 기가 막힐 노릇이다.

결국 유통개선을 위해 ‘생돈’을 갹출한 사람들은 실제 이 돈을 어디에 쓰는지, 왜 써야 하는지도 모른 채 ‘묻지마식’ 적립금을 준조세 형식으로 ‘꼬박 꼬박’ 내는 꼴이다.

물론 서울시농수산물공사가 가락시장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애쓰는 것은 알고 있고, 이번 건도 연장선상이라고 믿고 싶다. 그러나 투명하지 않고, 객관적이지 않게 사업을 추진할 경우 실리를 잃게 될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길경민 농식품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