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특집기획] 늘어나는 쌀 현명한 소비방안을 찾아라

2010-01-05     신성아

우리 민족의 생명줄이던 쌀이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패스트푸드와 육류, 밀가루대용식 등 다양한 쌀 대체식품의 증가로 쌀 소비가 감소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탄수화물의 과다섭취가 비만, 당뇨 등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밥 섭취량마저 줄이려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쌀은 작황호조와 영농기술의 발달로 생산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지난해에는 기록적인 풍작에도 불구하고 농민들은 풍년의 기쁨을 누리지 못했다.
쌀의 효율적인 소비는 이제 우리 모두가 풀어야 할 과제로 대두됐다. 이제부터라도 농·소·정 모두가 합심해 현명한 쌀 소비방안을 찾아야 할 때이다. <편집자 주>

# 쌀 얼마나 늘고, 얼마나 소비되나
쌀은 2000년대 이후부터 생산과잉 시대로 전환됐다.
1960년대 들어 10a당 수확량이 300kg을 넘어선 이후 1970년대에는 통일벼의 등장으로 녹색혁명을 이룩하며, 2001년에는 551만5000톤의 생산량을 기록했다. 이후 감소세를 보이던 쌀은 2008년 484만3000톤에 이어 지난해 491만6000톤이 생산되면서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수입쌀 역시 지난해 25만7000톤이 수입돼 전체 시장 공급물량은 517만3000톤에 달한다.
반면 쌀 소비량은 식생활의 다양화와 과실류·육류소비 증가 등 소비패턴의 변화로 인해 2000년 연간 93.6kg이었던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이 2008년에는 75.3kg으로 감소하면서 총 소비량이 2000년 442만5000톤에서 2008년 371만 톤으로 70만 톤가량이 줄었다. 여기에 가공용 수요 52만4000톤을 포함하면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물량은 총 423만4000톤 가량이다. 결국 94만 톤가량의 쌀이 재고로 남는다.
이 같은 상황임에도 소비변화에 대응한 시장 확대 노력의 부족으로 생산량 대비 소비량이 따라가지 못하다 보니 쌀이 남아돌 수밖에 없고, 농가들은 풍작의 기쁨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 주부들의 생각 ‘밥이 보약’은 이젠 옛말
주부들의 쌀 소비패턴이 변화하고 있다. 올해의 쌀값 폭락은 풍작의 원인도 있지만 지속적인 수요 감소 영향이 크다. 쌀에 대한 주부들의 생각과 선택 기준은 또 무엇일까?
주부들은 “밥이 보약”이라는 말은 ‘이젠 옛말’이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건강하게 살려면 세끼 밥을 잘 챙겨서 인체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충분히 만들어 내야 한다는 이 말은 이제 구시대적인 식생활 패턴이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주부들은 아이들과 남편만 동의해준다면 밥 대신 빵과 베이컨, 몇 개의 소시지와 계란 요리로 대표되는 웨스턴 스타일의 식사를 선호한다.
쌀이 단순한 ‘밥’ 이상의 기능을 하고 다이어트 효과에 혈당 조절 효과도 탁월하다는 각종 우수성이 홍보되고는 있지만 주부 입장에서 한식 상차림은 아무래도 손이 많이 가는 번거로운 작업이라는 것.
새로운 식단, 독창적인 요리를 원하는 아이들과 남편들의 식성변화도 쌀 소비패턴의 변화를 가져왔다.
별다를 게 없는 밥과 반찬보다는 태국 음식, 인도음식, 베트남 음식 등 세계 각국의 요리를 경험하길 원하는 아이들과 다이어트와 건강관리를 위해 소식하는 남편들을 위해서는 아무래도 밥은 좀 버거운 상대라고.
식품 전문가들은 쌀이 저열량 다이어트 식품인데다 우유 못지않은 완전식품이라는 연구결과를 잇따라 내놓고 있지만 ‘탄수화물과잉섭취=지방’이라는 등식이 확고한 주부들에게 잘 먹혀들어가지 않고 있다.

# 그래도 역시 쌀이 좋아
쌀이 이렇게 구박 아닌 구박을 당하고는 있지만 ‘쌀=밥’ 예찬론자들도 많다.
우선 쌀은 필수아미노산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영양적으로 우수하며, 소화 흡수율 및 단백질 이용율이 높아 체내 생리대사에 좋다.
기능적으로도 쌀의 단백질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내려주므로 고지혈증을 개선하는 효과와 함께 비타민E, 오리자놀, 토코테리에놀 등 항산화제가 있어 노화방지와 암 예방에도 좋다.
특히 최근 건강관리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쌀에 있는 탄수화물이 비만·당뇨로 연결될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이 늘면서 밥 섭취량을 줄이려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대해 강재헌 서울백병원 비만체형관리센터 소장은 “쌀 자체가 나쁜 게 아니라 단지 밥과 함께 먹는 반찬, 찌개 등이 다이어트에 문제”라고 설명했다.
다이어트를 하면서 탄수화물 섭취량을 줄이려면 밥보다 빵, 케익, 국수 등 밀가루 음식을 덜 먹어야 한다는게 그의 지론.
여러 연구결과에서도 쌀은 혈당량의 급격한 증가를 초래하지 않아 당뇨병의 예방에 효과가 있으며, 동물실험결과 쌀 식단이 밀 식단에 비해 콜레스테롤 저하 등 성인병 예방효과도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이를 증명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최근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을 발 빠르게 반영해 밀가루 대신 쌀을 첨가한 가공식품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황선옥 소비자시민모임 상임이사는 “밀가루를 사용한 제품 중 소비가 많은 제품에 쌀을 사용할 수 있는 가공식품과 아침밥을 대신할 수 있는 간편식을 개발한다면 쌀 소비에 효과적일 것”이라며 “쌀 함량과 표시방법을 강화해 소비자의 쌀 가공식품 신뢰도를 높여나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