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사공 많은 FPC사업, 어떻게 추진되나(하)

2012-09-24     이한태
▲ 한림수협에서 추진 중인 FPC 조감도. 한림수협은 이번 FPC사업을 통해 안전한 수산물을 위생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 마케팅 경쟁력을 제고한다는 계획이다.

-(상) 더딘 발걸음에 부담만
-(중) 방향찾기 ‘갑론을박’
-(하) 장기적 단계적 추진방향 제시해야

수산물 유통구조 개선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FPC(수산물산지유통센터)사업. 이 같은 인식에도 불구하고 진척은 더디기만 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으며 사업 주체의 인식부족과 실효성 있는 장기 계획이나 비전 없이 추진될 바에 사업 자체를 중단하는 게 나을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수협의 경제사업 경쟁력 제고와 안전한 수산물을 소비지 니즈(Needs, 요구)에 맞춰 공급, 건전한 수산물 유통을 지향하는 FPC사업이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의 이익을 담보하는 유통구조 개선으로 결실을 맺기 위한 장기적이고 단계적인 추진방향이 제시돼야 한다는 것이다.

# 인식전환 시급

현재 FPC사업은 주체들 간 개념과 사업추진 방향이 일원화되지 못한 상태다. 검증된 사업 방향은 고사하고 사업을 추진하는 주체들 사이의 의견마저 엇갈리고 있다. 이렇다보니 개별 주체들은 사업 추진의 본래 의미보다는 아전인수식 작구해석도 나오고 있다. 개념을 자신하게 유리하게 정의하려는 것이다. 명확한 개념 정의와 이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반증이다.

이에 따라 사업의 본래 취지에 맞는 정확한 개념이 제시돼야 하며 이를 위한 비전과 장기적인 추진과제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한 이를 위해서 단계적 목표 설정과 지속적인 인식 교육도 요구된다.

FPC사업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서는 각 주체들의 의지와 이를 위한 공감대 형성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 소비지 마케팅·판매 인프라 구축 시급

FPC사업 추진에 있어 수협의 마케팅 역량은 사업의 성패를 좌우한다. 그럼에도 아직 수산물 유통구조 내에서 수협이 가진 영향력과 마케팅 역량은 부족하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특히 소비지에서 대형유통업체가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가운데 산지에서의 물량 수집마저도 이들에게 위협받고 있지만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되지 못했다는 점은 시급히 해결해야 될 과제로 평가된다.

따라서 소비지에서의 영향력 증대와 판매 채널 확보가 우선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FPC를 통해 산지에서 수집된 수산물들이 소비지에서 제대로 유통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구심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중앙회의 역할이 크게 요구되는데, 중앙회는 수집된 수산물을 대형유통업체에 ‘수협’이라는 브랜드로 공급할 수 있는 벤더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일반 아웃소싱업체들과는 달리 중간 유통과정이 과감하게 생략된다는 장점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비결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단순히 벤더 역할에 국한할 것이 아니라 직접 판매할 수 있는 채널도 요구된다. 수협은 이를 위해 소비지분산물류센터를 구축, 대형유통업체에 대한 안정적인 납품을 진행함과 동시에 자체 판로도 갖춘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기존 대형유통업체나 마트 등 중대형 매장과의 경쟁은 중앙회가 해결해야 할 또 다른 과제로 남아있다.

# 브랜드 파워 갖추기 위한 조합 노력 절실

조합의 역할 강화도 요구된다. 현재 수협이 구상하고 있는 FPC사업의 경쟁력은 FPC를 통해 조합이 매취사업에 직접 뛰어들게 되면 자연스럽게 어가가 오르고, 이는 어업인 소득증대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어가 상승에 의한 어업인 소득증대는 될지 모르지만 FPC를 통한 수산물 수집 동인이 되기는 부족하다. FPC에 출하하는 것은 어업인이 대형유통업체 직출하나 산지중도매인에게 넘기는 이상의 효용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를 위한 프로모션이나 판매수익 환원 등 다양한 전략이 수반돼야 한다는 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이를 위한 중앙회 차원의 지원 방안 마련도 요구된다.

판매면에서도 지금처럼 조합에서 팔다가 남은 것을 중앙회에 떠넘기는 식은 지양해야 한다. 조합 자체 브랜드나 조합의 실적만을 우선시하다보면 전국적으로 수집된 수산물 품질의 하향 평준화가 될 우려가 있으며 이는 결국 전국 브랜드로서의 ‘수협’ 이미지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일률적인 FPC사업 추진보다는 지역 여건과 시기 등 현실에 맞는 맞춤 전략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를 통해 가공 단계와 물량을 다변화해 소비지 뿐 아니라 각 유통단계에 맞는 부가가치 제고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