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구하는 지속가능한 성장… 세계 기업들, 선택 아닌 책임 ‘앞장’
기업과 생산농가 함께 ESG 경영에 동참, 확산 추세

[농수축산신문=안희경·송형근·김소연 기자]

미국
환경보전 의무준수 차원의 규제정책과
농가 자발적 환경보전 활동 독려하는
인센티브형 지원정책으로
환경보전 정책 크게 두 가지
농업지원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

 

EU
동물복지 차원서 2027년까지
가축 밀식사육 전면금지 내용 법안 발효 계획
이 법안은 EU에 육류 수출하는 국가도
동일하게 적용시킬 계획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은 산업 전 부문으로 확대되며 세계적인 경영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은 산업 전 부문으로 확대되며 세계적인 경영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전 세계적인 기후 위기에 더해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지속가능성 확보에 대한 중요성이 두드러짐에 따라 최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 기업 경영의 중요한 이슈로 주목받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2050 탄소중립정책을 추진하고 디지털 뉴딜과 더불어 그린 뉴딜을 축으로 하는 한국판 뉴딜 계획을 수립하는 등 금융, 투자업계를 중심으로 ESG 경영에 대한 관심은 갈수록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 세계 주요 기업들은 저마다 ESG 경영 추진을 선언하며 ESG 조직을 신설하거나 편성하고 온실가스 배출 저감을 위한 활동, 사회공헌 활동을 홍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투자를 결정할 때 고려해야 하는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로 인식되며 단순히 돈을 많이, 잘 버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 사회 문제 해결에 동참하며 바르고 투명하게 경영하는 기업에 투자하려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본지는 ‘ESG 기획특집시리즈물을 매달 연재하며 농업계 ESG 경영 추진 활성화를 도모할 계획이다. 그 첫 번째는 바로 ESG 경영에 대해 정확히 아는 것으로 시작한다.

 

# ESG 경영 기후변화 의제 등장으로 정립돼

국제연합(UN)과 미국의 환경단체인 세레스(CERES) 등 각종 단체에 따르면 ESG 경영의 개념은 일반적으로 기업의 전략을 실행하고 기업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능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환경, 사회, 지배구조에 관한 요소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정의할 수 있다.

다소 생소할 수도 있는 ESG 경영은 우리에게 갑작스럽게 찾아온 것이 아닌 시기에 따라 개념이 더해지고 발전되면서 주요 경영전략으로 자리 잡아 왔다.

ESG 경영에 대한 개념은 기후변화 의제가 등장하면서 서서히 정립되기 시작했다.

1972UN지구환경회의에서 제기된 환경문제 정립의 필요성에 따라 1983UN 산하의 브룬틀란드 위원회가 설립됐다. 브룬틀란드 위원회는 1987우리 공동의 미래(Our common future)’ 보고서에서 미래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킬 능력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현재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것을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고 명시하면서 지속가능성에 대한 정의를 최초로 내렸다.

이후 1989년 미국 알래스카 연안에 엑슨발데즈호가 좌초돼 원유 24만 배럴이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이를 계기로 환경 운동가와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기업에 투자하려는 투자자들이 뜻을 모아 환경적 책무를 다하는 경제를 위한 환경단체 세레스를 결성했다.

이후 1992178개 국가의 정상들이 브라질 리우에서 개최된 유엔환경개발회의(UNCED)에 참석해 지속가능 발전에 대해 논의한 뒤 리우 선언을 하며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기후변화협약, 생태계를 보존하는 생물다양성협약, 물 문제 등을 해결하는 사막화방지협약 등 3대 환경협약을 발표한 바 있다.

이후 이러한 의제는 1997년 교토의정서,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까지 이어지면서 ESG 경영의 ‘E’를 뜻하는 환경(Environmental) 개선, 친환경 경영의 개념으로 자리잡았다.

앞서 언급했던 세레스는 기업이 환경과 사회에 끼치는 영향을 스스로 파악하고 이를 공개해 관리하며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발데즈 원칙을 발표했다. 또한 이 세레스는 1997년 국제연합환경계획(UNEP)과 함께 기업의 경제·사회·환경 관련 활동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라는 비영리기구를 설립하게 된다. 이후 2000GRI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데 이어, 이를 바탕으로 2016년 글로벌 지속가능성 보고의 표준인 ‘GRI 스탠다드를 제시했다.

2000년 코피 아난 전 UN 사무총장의 주도로 발족된 UN 글로벌 콤팩트(UN Global Compact)는 친인권, 친환경, 노동차별반대, 반부패 등 4대 분야 10대 원칙을 준수하자는 ‘UNGC 10대 원칙을 발표하면서 ESG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의미를 뜻하는 ‘S’, 사회(Social)의 의미로 자리 잡게 됐다.

ESG라는 용어는 2004UN 글로벌 콤팩트에서 발표한 보고서에서 처음 등장했다. 보고서에는 기업의 책임있는 경영을 위해 ESG에 대한 체계적인 대응이 필수적이라고 명시돼 있다.

이후 2006UN 책임투자원칙(UN PRI)에서는 ESG를 구성하는 세부요소를 제시했다.

국제표준화기구(ISO)2010년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한 실행지침과 권고사항을 정한 ‘ISO 26000’을 발표했다. ISO26000은 기업의 지배구조, 인권, 노동관행, 환경, 공정거래, 소비자 이슈, 지역 사회 참여 등 7가지 영역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각 나라와 시민, 기업, 단체가 노력하도록 제정된 표준을 말한다.

이는 ESG‘G’, 지배구조(Governance)를 말할 때 항상 등장하는 기준이 됐다.

이미 유럽연합, 미국, 영국 등 선진국의 기업을 중심으로 ESG 경영이 활성화 되면서 우리나라 기업 또한 ESG 경영의 빠른 추진을 통해 세계 거래조건에 뒤처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거대 기업이 구축하는 ESG 경영 기반에 우리나라 기업이 따라가지 않는다면 국가 수출 경쟁력 또한 뒤처지게 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ESG전문가 육성, 관련 컨설팅 기관, 교육 프로그램 개발 등을 통해 경영의 패러다임 변화에 적극 대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세계적 기업들, ESG앞장서

미국의 아이스크림 제조업체 벤앤제리스는 ‘낙농가 돌봄’프로그램을 운영 중에 있다.
미국의 아이스크림 제조업체 벤앤제리스는 ‘낙농가 돌봄’프로그램을 운영 중에 있다.

최근 ESG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많은 해외기업들의 ESG 활동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미국의 아이스크림 제조사인 벤 앤 제리스는 2003년부터 낙농가 돌봄(Caring Dairy)’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땅의 상태, 흙의 소실, 영양, 동물사육환경 등 12개 항목을 제시해 낙농가가 직접 자가진단하도록 하고 1년마다 현장을 방문해 지속가능한 낙농업을 실천하는 등 벤 앤 제리스는 질소비료 사용 감축과 무경운 재생유기농법 활용, 농가 신재생 에너지 발전설비 지원 등을 통해 2050년까지 온실가스를 80% 감축한다는 계획이다.

네슬레가 낙농가들에게 배부한 ‘지속가능 낙농 핸드북’ 표지. 

네슬레는 지속가능한 낙농 핸드북을 보급, 생산현장과 기업이 함께 ESG에 동참한 사례로 꼽힌다. 네슬레는 남아프리카 낙농가들에게 지속가능한 낙농 핸드북을 보급, 목초경작방법에서 영양관리까지 교육하며 이를 통해 인증을 실시하며 지속가능한 농장 모델을 만들어내고 있다.

의류부터 신발, 식품까지 판매하는 영국의 대표적 유통기업 막스앤스펜서는 유기농 축산인증, 동물복지 규정을 제시하는 동시에 모든 소고기의 DNA를 추적하며 지속가능한 축산농가 지원에 나섰다. 막스앤스펜서는 본사 로비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ESG에 대한 교육이 시작된다. 경영자는 물론 직원 전체가 ESG에 대한 개념을 꾸준히 교육받고 소통하고 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재생섬유 사용으로 젊은 세대에게 가치소비의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는 파나고니아.
재생섬유 사용으로 젊은 세대에게 가치소비의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는 파나고니아.

이밖에도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파타고니아는 재생섬유로 젊은 세대들에게 가치소비의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다. 파타고니아는 ESG 활동이 미미하던 시기부터 ESG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온 기업인데 사업목적을 지구를 되살리는 것으로 설정하고 사업을 위해 환경보호를 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보호가 사업의 목적이라고 주장하면서 1985년부터 매출의 1%를 환경보호에 기부하고 있다. 핵심사업에 있어서도 수익성 보다는 ESG를 적극적으로 고려, 버려진 페트병을 재활용해 생산한 원단으로 의류를 생산한다.

지속가능 경영으로 대표되는 유니레버는 기업의 조직구성 자체를 사회적 책임을 근간으로 편성하고 단기 실적보다는 지속가능성을 목표로 경영을 해 오고 있다. 조직개편을 통해 ESG에 맞는 체질개선을 단행한 유니레버는 대표상품인 립톤을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재배된 찻잎만을 매입해 생산하기로 결정했다. 유니레버의 이런 결정은 원료의 구매 원가 증가에도 불구하고 수확량이 5~15% 증가했고 찻잎 질이 높아지는 등 수익이 늘어나는 결과로 이어졌다. 더욱 중요한 것은 차 원료 생산 노동자들의 삶의 질이 개선됐다는 데 있다.

프랑스의 슈나이더일렉트릭은 조선, 해양, 정유 등 기존의 사업모델을 지속가능한 경영모델로 바꾸면서 청정에너지 전환과 관련된 전력 솔루션 제품 공급업체로 변신에 성공했다. 기간산업에서 친환경에너지 사업자로 변모한 슈나이더일렉트릭은 기업의 경영철학 변화가 기업의 미래방향을 바꾼 좋은 사례로 꼽히고 있다.

 

# ESG 해외 주요 정책 사례들

농업을 살펴보면 현재 우리나라는 ESG 경영 실천을 위해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모니터링을 실시하는 초보 단계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반면 주요 농업 선진국에서는 농업인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인센티브 제도를 통해 농가 수익 보전과 함께 환경보전 정책에 대한 국민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경우 전체 면적에서 농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40% 달하고 인구의 약 20%가 농촌 지역에 거주하고 있을 정도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 이에 기후변화에 따른 농업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정책으로 공동농업정책(CAP)’농장에서 식탁까지정책을 꼽을 수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2021e-세계농업자료에 따르면 공동농업정책은 1962년 처음 등장한 이후 여러 차례 개편돼 2021625일에 2023~2027년까지 시행될 새로운 공동농업정책을 수립했다.

개편된 공동농업정책에 따라 회원국은 생태 제도(Eco-Scheme)를 의무적으로 포함시켜야 한다. 생태 제도란 농업인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하며 의무 준수사항 이상의 활동은 재정적으로 지원해 주는 인센티브 제도이다. 생태 제도에 필요한 정책 자금은 유럽 보증기금에서 조달되며 각 회원국은 직불금 예산 가운데 25% 이상을 생태 제도에 투입해야 한다.

생태 제도는 각국의 기후와 환경 목표에 맞게 예산을 조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생태 제도의 구성은 농업인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생태 제도에 대한 농업인들의 인식과 참여를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U 집행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농장에서 식탁까지는 지속가능한 식품 제공, 기후변화 대응과 생물다양성 보전, 식품분야의 공정한 경제에 대한 보상과 유기농업 증진에 목표를 두고 있다.

핵심 지표는 농약 사용과 위험도를 50% 감축(고위험농약 사용량 50% 감축 포함) 비료 사용량 최소 20% 감축(토양영양손실 최소 50% 감축 포함) 가축과 양식 수산물 항생제 판매량 50% 감축 농경지의 25%까지 유기농업 실시 등이다.

EU는 지속가능한 농업 체계가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기 위해 EU가 체결하는 무역협정에 지속가능한 발전 내용을 포함하고 수석통상감찰관제도 등을 통해 이행 여부를 담보할 계획이다.

미국의 경우 국토 면적대비 농지 면적이 44%이며 국민 중 202만 명이 농업에 종사할 정도로 농업이 국가 경제에 끼치는 영향이 큰 만큼 농업생산과 밀접한 환경보전 정책이 강화되고 있다. 미국은 1985년 농업법 개정으로 환경보전을 독립적인 항목으로 신설해 미국 농무부(USDA)에서 환경보전 프로그램을 위한 지원을 지속적으로 확충하고 있다.

미국의 환경보전 정책은 크게 두 가지로 환경보전 의무준수 차원의 규제정책과 농가의 자발적 환경보전 활동을 독려하는 인센티브형 지원정책이 있다.

이 중 인센티브형 지원정책은 농가 스스로 환경보전계획을 마련해 환경 개선 정도에 따라 지원금을 차등으로 지급받는 제도다. 이를 통해 농가에서는 스스로 환경 문제를 파악하면서 환경보전 의무가 자연스럽게 강화되고 농업지원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축산부문에서는 환경만큼 중요한 것이 동물복지이다.

EU는 동물복지 차원에서 2027년까지 가축 밀식사육을 전면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효시킬 계획이다. 이 법안은 EU에 육류를 수출하는 국가에서도 동일하게 적용시킬 계획으로 알려졌다.

EU 회원국 중 일부는 2012년부터 닭 사육 시 동물의 복지권을 위해 밀집도를 특정 기준 이하로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오스트리아와 룩셈부르크는 법적으로 닭의 케이지 사육을 금지하고 있다.

영국의 동물복지 축산물 인증마크.
영국의 동물복지 축산물 인증마크.

영국의 경우 1994년부터 자유식품인증제를 실시하고 있다. 자유식품인증제는 농장인증·식품 라벨링제로서 가축의 생활개선을 위한 동물복지제도다. 이 제도는 가축의 사육, 운송, 도축·가공단계별로 회원들이 등록돼 있다. 회원들은 매년 1회에 걸쳐 재심을 받으며 현장 감시관이 비정기적으로 방문해 농장동물복지 기준의 준수 여부를 검사해 문제 발생 시 회원 자격을 박탈한다.

자유식품인증제에 참여한 회원 농가들이 생산한 동물복지 축산물은 자유식품인증라벨이 적용돼 일반 축산물보다 더 높은 가격을 받으며 시민단체들과 연계돼 다양한 마케팅 홍보활동을 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2000년부터 영국의 자유식품인증제를 벤치마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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