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농약 검출 여부보다 생산과정에 집중
소비자 인식 제고 교육도 필요

[농수축산신문=이두현 기자]

한국친환경농업협회와 친환경농산물자조금관리위원회는 친환경농업의 가치와 필요성을 알리고자 소비자·학생 등을 대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2일 진행된 ‘창평초등학교와 함께하는 손모내기’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모를 심는 모습.
한국친환경농업협회와 친환경농산물자조금관리위원회는 친환경농업의 가치와 필요성을 알리고자 소비자·학생 등을 대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2일 진행된 ‘창평초등학교와 함께하는 손모내기’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모를 심는 모습.

농약과 화학비료의 사용을 줄여 안전한 먹거리 공급과 자연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친환경농업’. 이에 정부가 친환경농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국내 친환경농업은 수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이를 두고 친환경농업 생산자들은 결과 중심의 친환경농업 인증제, 정부의 지원 사업 축소 등을 친환경농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꼽고 있다.

최근 정부 역시 이러한 인식에 공감해 친환경농업 인증제 개선과 친환경직불금 확대 등을 추진하고 있다. 소비자단체도 친환경농업에 대한 소비자의 이해도를 높여 과도한 경계로 인한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불신을 종식하고 소비를 촉진해 친환경농업 발전에 이바지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에 국내 친환경농업의 현황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 정부의 발전 대책을 살펴봤다.

 

# 친환경 농산물 10년 사이 절반으로 뚝

국내 친환경농업은 2012년 정점을 찍은 이후 더 성장하지 못하고 현상 유지에도 벅찬 상황인 데 반해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수요와 수입은 증가하고 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의 친환경인증통계에 따르면 국내 친환경농업 경작 면적과 농가수는 2012127124ha, 107058농가로 정점을 찍은 후 201483367ha, 68389농가로 급감했다. 이후 수년간 비슷한 수준에서 소폭 증감을 반복하다 지난해 7127ha, 5722농가로 감소했다. 이에 따라 친환경 농산물 출하량 역시 20121009769톤에서 2014575133톤을 거쳐 지난해 446781톤으로 10년 사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다만 친환경농업의 출하량이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지난해 유기농산물 경작 면적은 39625ha, 201225467ha와 비교하면 지속적인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어 긍정적으로 여겨진다. 이는 장기간의 무농약인증으로 농업기술과 판로를 확보한 농가가 유기농인증으로 넘어왔기 때문이라는게 농업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에 대해 김태연 단국대 환경자원경제학과 교수는 친환경농업은 농업의 환경 기여율을 높이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하는 만큼 유기농업을 최종적으로 지향해야 한다향후 인증제도 개편에 있어서도 유기농업을 중점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유기농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국내 친환경 농산물의 생산환경 발전은 더디게 이뤄지고 있지만 시장규모와 소비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친환경 농산물 시장규모는 15153억 원으로 추정되며 2025년에는 21360억 원에 이를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기후 위기, 코로나19 대유행을 겪으며 소비자들의 건강과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친환경농산물 소비도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수요 증가를 반증하듯 유기식품 수입은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2022 수입식품 등 검사연보에 따르면 유기식품의 수입은 2018년 이후 지속해서 증가해 2021년 수입량과 금액은 65749, 17386만 달러에 달했다.

 

# 결과 중심 친환경농업 인증의 한계

국내 친환경농업이 침체기를 겪고 있는 데에는 현행 친환경농업 인증이 과정을 살피기 보다는 결과 중심적인 인증으로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친환경 농산물 생산자들과 학계·소비자단체 등의 주장이다.

실제 친환경농업을 하고 있음에도 생산·유통 과정에서 비의도적 오염으로 농약이 검출돼 인증취소까지 당하는 경우들이 있어 단순 검출 여부가 아닌 그 과정에 대한 면밀한 관찰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영란 씨는 2005년부터 제주 서귀포에서 유기농 감귤만을 재배했지만 지난해 6월 생산한 상품에서 농약이 검출됐다는 통보를 받고 8월에 친환경농업 인증을 취소당했다. 이후 김씨는 끈질기게 재심사·청문회를 요청했고 끝내 중앙행정심판위원회의 행정심판을 통해 친환경농업 인증을 회복했다.

김 씨는 억울하게 농약이 검출됐음에도 재검사조차 진행하지 못한 제 경우를 볼 때 친환경농업 인증과정에서 농약이 검출된 농업인 중 입증 자체를 하지 못해 억울하게 인증취소를 당한 경우가 많이 있을 것이라고 인증과정에 생산자의 적절한 소명 과정이 부족함을 전했다.

지난해 10월에는 경기도 학교 급식에 납품하는 친환경 감자에서 농약이 검출돼 부적합 판정을 받고 전량 폐기된 사건이 있었다. 이 건은 운송을 위해 감자를 담은 마대(톤백)로부터 농약 성분이 오염된 것으로 밝혀졌다.

김상기 경기도친환경농업인연합회 회장은 경기도와 경기도농수산진흥원이 관할하는 프로그램에서 발생한 문제지만 여전히 명확한 시정 조치가 나오지 않고 있다애꿎은 농업인들이 비양심적인 사람으로 몰리고 농산물 판매에도 악영향을 끼쳤다고 잘못된 검사결과의 여파가 심각함을 성토했다.

 

# 친환경농업에 대한 과정 중심의 관점 필요

따라서 친환경농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결과에 매몰되기 보다는 생산 과정을 살펴보는 인증제도가 필요하고 소비자들의 인식 역시 변화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지난 8일 신정훈·윤미향·윤재갑·이원택 의원과 농정전환실천네트워크 주최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친환경농어업법개정 국회토론회에 참석한 케이트 퍼비스 국제유기심사원협회(IOIA) 이사는 친환경농업 인증 과정에서 단순히 농약 검출 등 위해요소를 적발해 제재하는 것보다 환경을 보호하고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한 생산과정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케이트 이사는 유기농업은 잔여 화학물질이 존재하지 않는 100% 무공해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흙··공기 등 자연의 오염을 최소화하는 최선의 방어막 개념이라며 그렇기에 유기 인증은 지속가능한 체계속에서 농사짓고 농산물을 관리·가공하는 생산자의 능력과 과정을 평가하지 생산물 자체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다고 유기 인증에 대한 기준을 설명했다.

이어 그는 과정 중심의 유기 인증에서도 잔류농약이 검출될 경우 당연히 조사한다여러 심사원이 그룹을 조직해 사실과 전후 정황을 전부 파악하고 근본적인 문제를 파악해 해결·개선하는 데 방점을 찍고 진행한다고 전했다.

친환경농업 인증과정에서 환경을 고려한 기법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임석호 에코리더스인증원 대표는 화학비료를 많이 쓴 농작물의 뿌리는 일을 덜 해도 괜찮기에 덜 뻗고 반대로 화학비료를 덜 쓴 농작물의 뿌리는 많이 뻗는다농약을 치면 생태계는 무너지고 환경은 거짓말을 하지 않기에 흙에 지렁이가 살고 칠성무당벌레가 존재하는 것 자체가 친환경농업을 보증할 수 있고 실제 해외에서는 심사기법으로 활용된다고 국내 친환경 인증에도 환경을 활용한 검증이 필요함을 밝혔다.

 

# 소비자 교육·교류로 친환경농업 인식 바꿔야

친환경농업의 확산을 위해서는 소비자들 역시 농약 검출 유무만 따지기보다는 친환경농업이 지향하는 바에 대한 공감과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가 2021년 전국의 소비자 500명을 대상으로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인식과 구매 태도를 조사한 결과 친환경 농산물을 구매했던 소비자의 73%안전과 건강을 위해 친환경 농산물이 일반농산물보다 조금 비싸도 구매한다고 밝혔다. 즉 대부분의 소비자는 건강을 최우선 가치로 친환경 농산물을 소비하고 있다.

유미화 녹색소비자연대 상임위원장은 보통의 소비자는 친환경농업에 대한 이해도가 낮을 수밖에 없고 스스로의 건강과 안전을 목적으로 친환경 농산물을 구입하는 것이 당연하다그간 친환경농업계와 정부가 소비자에게 친환경농업의 궁극적인 가치를 알리는 것에 소홀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소비자가 친환경 농업인들과 소통하며 친환경농업에 대해 충분히 이해한다면 친환경 농산물에서 잔류농약이 검출됐다는 뉴스를 접하더라도 막연히 불안해하고 불신하기보다 원인이 무엇이고 왜 그런 상황이 벌어졌는지 한 번 더 고민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부와 농업 관련 기관의 대대적인 소비자 교육도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안인숙 행복중심생협연합회장은 생협은 꾸준히 생산자에 대한 정보를 조합원과 공유하고 학습하며 친환경 농산물의 가격 저항성을 낮추고 있다정부와 농협 등 영향력 있는 주체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친환경농업 교육과 홍보를 진행한다면 오래지 않아 친환경농업에 대한 인식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친환경농업 육성 위한 제도 개선 추진

이 같은 생산자·소비자의 요청에 정부 역시 제도 개선에 나설 예정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10친환경농어업 육성 및 유기식품 등의 관리․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을 개정·시행한다고 전하며 비의도적 농약 오염에 대한 재심사를 의무화하고 취급자의 고의·과실이 아닌 사유로 합성농약이 검출된 경우의 행정처분을 완화했다.

이정석 농식품부 친환경농업과장은 친환경농업에 힘써온 농업인들이 비의도적 오염으로 인해 인증이 취소당하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에 대해 주무 부처 당국자로서 책임감을 느낀다인증 절차·기준 등 제도 개선과 심사원의 역량 강화, 농약 검출 시 후속 조치 등에 대해 생산자와 인증원, 소비자 등 각 주체의 의견을 듣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제도 개선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더불어 정부는 친환경농업 확대를 중장기 목표로 설정해 추진하고 있다. 202195차 친환경농업 육성 5개년계획을 발표해 2025년까지 전체 경작지 대비 친환경농업 인증 경작지 비율 10% 달성, 친환경농업 집적지구 육성, 친환경 농산물의 급식·소비 시장 확대 등을 목표로 설정했다.

이외에도 친환경농업의 집적화·규모화를 이뤄 친환경농업을 확대하고 농업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2012년 기준 소득조사 결과에 근거해 설정된 친환경농업직불금의 개편안을 연내 마련, 내년부터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Interview] 강용 한국친환경농업협회 회장

강용 한국친환경농업협회 회장은 농림축산식품부가 비의도적 오염에 대해 생산자와 소비자가 상생하고 선진국 수준과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개선하겠다고 표명한 것에 큰 기대를 걸었다.

강 회장은 친환경농업은 생태계보존·탄소중립 등 환경 보호의 가치와 농업의 지속가능성이라는 궁극적인 목표에 초점이 맞춰져야 하는데 그간 국내에서는 단순히 농약 검출의 유무에만 관심이 집중됐다친환경농업 인증을 국제 기준에 맞추는 것은 단순한 제도 완화가 아니라 친환경농업 본래의 가치관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인증제 개정의 당위성을 밝혔다.

더불어 친환경 먹거리 지원 사업 등은 농가 소득 보장을 위한 일회성의 사업이 아닌 산업 육성을 위한 과정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 회장은 아무리 유망하고 미래 가치가 분명한 산업이라도 일정 규모 이하에서는 성장이 어렵기에 정부 차원의 육성 방안이 필요하다오늘날 삼성전자가 전세계 반도체 시장을 휘어잡은 것도 초창기 정부 투자와 산··연의 연계가 있었던 덕분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2004년 전남도에서 79억 원을 투입해 처음으로 학교 급식에서 친환경 농산물 차액 지원 사업을 시행한 것이 현재 15000억 원 규모의 친환경농업 시장을 만들었다지금의 국내 친환경농업은 과거와 비교해 오히려 규모가 축소된 만큼 친환경농업의 생태계와 시장을 육성하는 정부 정책이 필요한 때라고 친환경 농업의 현황을 진단했다.

 

[Interview] 백이남 한국유기농포도연구회 회장

백이남 한국유기농포도연구회 회장은 30년 이상을 포도 농사에 몸 바친 친환경 농업인이다. 지난해 창립한 포도연구회의 초대 회장을 맡을 만큼 친환경농업에 대한 그의 열정과 능력은 주변에서 인정한다.

백 회장은 앞으로 남북이 통일되고 유라시아대륙의 32개국을 잇는 아시안 하이웨이가 연결되면 국가 간 교류는 더욱 강화될 것이라며 이를 대비해 이미 10년 전에 독일 비씨에스(BCS)사로부터 유럽연합(EU)유기인증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의 친환경농업이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대학·대학원에 관련 교육을 강화해 연구자를 양성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백 회장은 국민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사회가 발전할수록 친환경 농산물, 유기농산물에 대한 수요도 같이 증가할 것이라며 친환경농업을 전문적으로 교육하는 정규과정을 개설해 전문 연구자를 키워내 친환경 농업기술·종자 개발 등의 연구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에 대한 친환경농업 인증 교육의 부족함도 지적했다. 친환경농업 인증은 있지만 다수의 소비자들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 농산물우수관리(GAP) 인증 등과 제대로 구별하지 못하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백 회장은 친환경농업은 제초제 등을 사용하지 않기에 관행농업보다 더욱 각별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앞으로 그간 쌓은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친환경농업 교육에 힘쓸 계획이라고 향후 포부를 밝혔다.

 

 

해외 친환경농업 현황

친환경농업이 전 세계에서 확대되고 있음은 친환경농업 경작 면적과 시장의 성장세로 알 수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전 세계 유기농경지 면적은 19991100ha에서 20176980ha18년간 535% 성장했으며 유기농 시장규모는 2000179억 달러에서 2017970억 달러로 442% 증가했다.

유럽연합(EU)1968년 유럽 공동 농업 정책(CAP)을 수립해 회원국 간 공동의 농업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EU2019년 기후변화를 인류의 가장 큰 위기로 보고 2050년까지 기후중립국 달성을 목표로 하는 유럽 그린딜(European GreenDeal)’을 발표했다.

이듬해에는 유럽 그린딜 달성을 위해 농업 분야의 기후와 환경을 다룬 농장에서 식탁 전략(Farm to Fork Strategy)’을 수립했다. 이 전략에 따라 EU2030년까지 농약 사용·위험도를 50% 감축하고 비료 사용량과 토양의 영양 손실률을 각각 최소 20%, 50% 감축할 계획이다. 더불어 유기농업 경작지는 전체 경작지의 25%까지 확대한다.

미국의 유기농 시장은 2000861200만 달러에서 20205328600만 달러로 20년간 519% 성장해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으로 자리잡았다. 친환경농업 경작지도 꾸준히 증가해 2000719000ha에서 20202327000ha6%의 연평균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미국 농무부(USDA) 농업마케팅서비스국(AMS)은 농업인과 소비자, 인증기관 등이 참여하는 유기규격위원회를 구성해 유기농 프로그램(NOP)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의 유기농 인증은 유기성분 함량에 따라 100%, 95% 이상, 70% 이상에서 95% 미만, 70% 미만의 4가지로 구분해 표시된다.

유기농 인증을 받은 생산자를 대상으로는 유기농 인증 비용 분담 정책을 적용해 인증비용의 일부를 추후 환급해준다. 이외에도 유기농 환경개선 장려’, ‘보전 관리 책무등을 적용해 재정적·기술적 지원을 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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